뜸한 일기/이웃

김치 중독된 스페인 아줌마, 얼마만큼이나?

산들무지개 2015. 2.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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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어떻게 써야하나 무척이나 고민하다 이렇게 썼습니다. 
처음에는 [점점 집요해지는 남편의 직장 여상사]라고 썼다가 지웠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무슨 가십거리 같아서 안 되겠고, 그렇다고 해서 남편의 직장 여상사의 집요함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 집요함의 원인은 바로 한국 음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이렇게 단순한 제목을 달게 되었습니다. 단순한데 왜 이렇게 심심해? 그래도 사실적 표현을 쓰기 위해 이런 제목을 달았음을 이해해주세요. 

마라 씨는 남편이 일하는 자연공원의 동료이자 디렉터입니다. 그녀는 세계의 이국적인 음식 먹기가 취미일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지금까지 즐겨왔답니다. 인도 음식에서부터 중국, 일본, 태국 음식까지......

그런데 한국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었답니다. 
최근 1년 사이에 저를 통해 먹어본 것이 고작이었지요. 

처음으로 그녀와 만났던 작년, 우리는 삽겹살과 바베큐를 해먹으면서 한국의 쌈 문화와 장 문화를 알려주었지요. 그날 먹은 쌈에 반하여 마라 씨는 한국 음식이 더 먹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된답니다. 그리하여 결국 인터넷 온라인으로 한국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데요, 다양한 장류에서부터 과자류까지, 거의 기본적인 한국 음식은 다 주문하게 된답니다. 

그러다, 김치도 주문을 하는데요. 

스페인 사람들에게 김치라는 것이 약간은 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물론 제 주의의 거의 모든 스페인 사람들은 김치를 아주 좋아했었는데요, 한국과 전혀 인연이 없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김치를 소개하는 것은 좀 위험한 모험이었답니다. 김치의 냄새와 매운맛, 그리고 야채를 발효했다는 그것에 많은 거부감을 일으키더군요. 물론, 미역국도 그런 의미로 바다에서 나는 풀로 한 국이라는 이미지로 아에, 숟가락으로 뜨지 않는 사람도 만났으니 말입니다. 스페인에서는 미역을 먹지 않으니 이런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인 것이지요.

그래서 마라 씨도 강한 이 김치를 좋아할까? 처음에는 김치 주문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포장 김치인데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금방 시어버려 더 곤혹스런 경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답니다. 

지난 번, 온라인 한국음식 배송을 받고 보내온 인증샷과 메세지. 

그 후로도 쭉 인터넷으로 주문할 정도로 김치에 빠졌었다네요.  



처음에 장맛에 반한 마라 씨는 김치를 먹고, 말 그대로 뿅 하니 반했답니다. 아! 다행이다란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마라 씨는 저에게 집요하게 부탁을 해왔습니다. 

"우리 언제 시간 내서 같이 김치 만들어요."

저는 예의상 이런 말을 하는 줄 알았답니다. 설마? 김치를 한 번에 그렇게 뿅 하게 반할 사람이 어디 있어? 

마라 씨와 제 일정이 맞질 않아 만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으니 저는 그러려니 하면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런데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간혹 간혹 그러더군요. 

"이번에도 마라 씨가 김치를 온라인으로 주문했었대. 정말 대단해. 김치를 정말 좋아하나봐?"

"어? 그래?! 대단하다. 김치 좋아하기도 힘든데, 이렇게 좋아해주는 걸 보니 정말 미식가야." 소리가 절로 나왔지요. 

그러다, 어제 남편이 제게 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이것 봐. 마라 씨가 김치를 직접 담갔대. 당신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자기가 알아서 김치를 만들었다는 거야. 봐봐. 맨날 사먹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으니 40가지나 되는 김치 만드는 법이 있다네. 근데 카스테욘(우리가 사는 주의 작은 도시)에 있던 유일한 중국 수퍼가 문을 닫아서 왕복 2시간 걸리는 발렌시아까지 가서 배추와 생강, 파 등을 사왔다네? 정말 대단하지? 고춧가루가 없어서 좀 고생했는데, 결국 중국 수퍼에서 비슷한 고춧가루를 구해올 수 있었대. 당신 큰일이다. 마라 씨가 당신을 이길 것 같아."

아! 정말 대단하다. 

남편: 이 김치는 마라가 했어. 완전 김치 중독이야.

나: 어머나 세상에! 나보다 낫네. 


아니, 김치에 반해서 직접 김치 담글 생각까지 하다니......!

사실, 저도 인도식 김치, 아차르에 반하기는 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만들 생각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마라 씨는 재료도 없으면서 이런 김치 만들기에 도전했다니?! 정말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답니다. 

정말 맛나게 보이는 스페인 아줌마의 김치 담그기 실력 아닌가요? 

처음 해본 것이라는데 얼마나 그럴 듯한지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다음엔 정말 시간 내어 같이 김치를 담그기로 다짐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추신 ) 지금 우리 참나무집은 폭설로 인터넷 불통이 되었습니다. 휴대폰이 간당간당 가능하여 이렇게 올려요. 아! 고산의 날씨는 변덕쟁이~ ~ ~ (그러다 또 괜찮아져 다시 편집하여 올려요. 아흐!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고산 인터넷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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