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내 행동에 스페인 할머니가 놀란 이유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2. 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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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이 시속140킬로미터로 어지럽게 휘황차게 불어대고 있습니다. 인터넷도 오락가락하고 요즘 산전수전 다 겪는 우리 고산의 가족입니다. 그 와중에 우리 부부는 겨울철 채소밭이 어떤가 살펴보러 갔습니다. 또한, 양배추며 브로콜리 등 겨울에 나는 채소를 수확하기 위해서도요. 바람 불고 나면 채소밭이 쑥데밭으로 변하기도 하니 아침 일찍 나섰습니다. 


저는 당연히 허리가 삐어 차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똘님은 혼자 오지 않았습니다. 글쎄 꼬장꼬장 스페인 할머니, 마리아 할머니와 함께 오는 것입니다. 

'아니? 이런 추운 날, 마리아할머니 혼자 밭에서 뭘 하신 거야?'

할머니는 당신보다 더 큰 봇따리 두 개를 남편과 나누어 가지고 오십니다. 

'아! 대단하시다."란 생각을 하자, 마리아할머니는 괄괄한 말투로 제 생각을 읽으신 듯 그러십니다. 

"아! 이 노인네가 미쳤지? 추운 겨울에 나와 이렇게 보따리 두 개나 만들었으니, 남들이 보면 너무 하다 하겠지?"


아이고, 할머니는 그렇지않아도 추위를 막기 위해 50개의 모자를 겹으로 쓴 듯하셨고, 50개의 외투도 겹으로 입으신 듯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역시 할머니를 댁으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이번에도 할머니께서는 집에서 '귤'을 잔뜩 가져다 주십니다. 

"고마워서 그래, 받아. 아이들 갖다줘." 

귤이 어디서 났을까요? 아랫마을 지중해 연안에 있는 딸이 가져온 것이랍니다. 


이렇게 받고 가려던 참에 할머니께서 달걀 줄까? 그러시면서 닭장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전 헉?! 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글쎄 닭장 창고에 엄청난 '비트(영어 beet, 스페인어 remolacha, 한국어 사탕무우)와 무가 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의 창고입니다. 

뒷편에 천장 가득 쌓여있는 사탕무우와 무입니다. 

앞에는 케일 양배추 및 브로콜리. 양배추 잎 등이 쌓여있었고요. 


이런 비트가 가득했어요. 

흰 비트이지만 식용으로도 좋은데......



"아니! 할머니 저 레몰라차와 나보(무)를 왜 저기에 쌓아두신 거에요?"

"아?! 저거? 닭 주려고!"


헉?! 할 머 니!!!!

저거 사탕무우, 무 맛있게 먹는 방법 아는데...... 아흐! 아까워라. 저 무우, 김치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할머니, 왜 안 드세요?"

"저걸 먹어? 저건 동물에게 주려고 키운건데......!"

'........ㅠ,ㅠ.........(혼자 생각으로) 아! 아깝다. 김치가 운다.' 

농촌 사시는 스페인 할머니께서는 이 사탕무우와 무는 동물에게만 먹이는 것이라고 하네요. 

"할머니? 저 맛 좀 봐도 될까요?"


할머니께서는 눈을 크게 뜨시고, 또 괄괄한 목소리로 쩌렁쩌렁 떠나가게 그러십니다. 



"뭐라고? 이것들을 먹겠다고? 

아이고! 동물이 먹는 것이야! 그래도 먹고 싶으면 하나 맛 봐!"



그래서 갖고 있던 손칼로 반을 잘라 맛을 보았습니다. 

"아흐......! 달달하니 맛있네요."

산똘님도 옆에서 같이 맛보더니 그러더군요. 

"아! 정말 달다. 김치하기엔 딱이다."


이 사진은 지난 여름에 우리 가족에게 

복숭아와 토마토를 주시는 모습입니다. 

관련글은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blog.daum.net/mudoldol/646

"꼬장꼬장한 스페인 할머니에게 배운 것"



그러나, 우리는 할머니 세계를 침범하지 않도록 그냥 보기만 하고 왔습니다. 할머니가 몇 개 가져가라고 난리셨는데 닭장의 닭을 위해 아니라고 사양했습니다. 대신, 맛난 귤은 받아왔지요. 

할머니가 놀라며 경악하시는 표정, 역시나 문화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십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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