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졸업 후, 4년 만에 받은 스페인 학교 졸업장, 늦게 받은 이유

산들무지개 2015. 4.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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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쌍둥이를 임신하고 언어 공립 학교에서 스페인어 과정을 듣던 저는 마지막 시험을 보았습니다. 공립 학교라 이 시험에서 합격하면 당연히 졸업 증서를 받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시험장에 들어갈 때 두 아이에게 "아자! 우리 다 함께 시험 잘 보는 거야!" 하면서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고 들어갔습니다. (첫째 임신 때에는 운전면허시험을 보면서 같은 소리를 했었지요.) 발로 쿵쿵 차던 아이들이 시험 보는 시간에 얼마나 조용하던지, 괜찮아? 속으로 묻기까지 했었지요. 


그래서 당당히 Nivel avanzado에 합격하여 졸업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주우욱 흘러 4년이 어느덧 지났네요. 잊고 있던 졸업장이 후다닥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침 생각하니 제 이-메일에 학교 행정사무(비서)실에서 졸업장 받아가라는 소식을 전해왔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잡고 도시에 나갔다 왔어요. 

우와, 쌍둥이 아이들이 내 배 속에서 같이 시험을 치르더니 이렇게 컸어요! 이제 만3살이니...... 시험 보고 나서 정말 엄청난 시간이 흘렀습니다. (키 작은 두 아이는 쌍둥이이고요, 키 큰 한 아이는 제일 큰 언니!)


비서실(스페인에서는 행정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비서라고 합니다.) 직원에게 왜 이렇게 늦게 졸업장을 주느냐고 질문을 했어요. 쌍둥이가 만3세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농담하면서 말이지요. 


그랬더니, 비서실 직원 아가씨가 그러네요. 

"원래는 1년 반에 졸업장이 다 되어 나오는데, 아마도 연락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졸업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등록하는데 이렇게 1년 반 정도가 걸려요." 그러더군요. 난 4년 만에 받는 건데......


스페인서는 왜 학위 졸업장을 이렇게 늦게 주는가요? 


저는 스페인 사람들 너무 일 안 하고 느려! 이 소리를 막 하려는 찰나였지요. 

산똘님은 또 그러더군요. 

"졸업장은 왕이 주는 건데, 왕이 전국의 모든 졸업장에 일일이 사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지는 거야." 

무슨 농담을? 왕이 사인을 해준다고요? 왕이 서명을? 

"왕이 먹고 할 일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지!" 하면서 또 농담을......


그래서 저는 스페인에서 받은 대학 졸업장을 꺼내 보았답니다. 헉? 왕이라고 정말 적혀있네요. 


그런데 왕의 사인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스페인 국민들 사이에 돌고 있는 루머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장을 왜 이렇게 늦게 주느냐고? 왕이 사인을 직접 해야 하기에 늦는 것이라고......


스페인에서는 졸업하면 졸업장을 졸업 날에 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졸업장에 학위 등록을 위해 등록 비용을 따로 내고, 한참을 기다려야 준답니다. 돈 많이 내는 사람에게 편의 제공해서 더 빨리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만인 공평하게 이렇게 졸업장을 늦게 늦게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준답니다. 그런데 다 이유가 있더군요. 


공립, 국립, 사립(국가 기관 인증) 학교의 모든 졸업장은 교육부에 번호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졸업 했다고 어디서 프린트해서 졸업장이다, 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일일이 교육부에 학위로 인정되어 등록되는 것입니다. Registro de titulo로 학위 등록 번호가 올려지고, 졸업장이 나오면 위의 사진처럼 관계 기관 책임자의 서명을 받게 된답니다. 그러니 가짜를 만들 수가 없답니다. 학위 등록 번호로 조회하면 다 밝혀지니 말이지요. 


그리고 또, 철저하게도 관련자가 직접 친필 사인을 해서 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기도 하답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사인을 하니 말이지요. (어떤 사람은 6년 만에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헉?)


졸업장 뒷면에는 학교 행정사무실(비서실)의 책임자 사인도 들어가 있습니다. 위 사람에게 이 학위증명서(즉 졸업장을) 인수했다는 증명 말입니다. (제가 이 도자기 (대)학교 졸업을 2007년에 했는데, 이 졸업장은 2010년에 받았습니다. 이것은 장장 3년 만에......) 


 이것은 남편의 졸업장입니다. 

역시 전 왕의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스페인 왕 이름으로 졸업장에 올라갈까요? 이제는 왕이 바뀌어 펠리페로 이름이 올라갑니다. 

(어떤 이들이 이야기하길, 왕이 공부를 아주 잘했었다네요. 그래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올린다는 말, 역시 루머)

위의 사진의 졸업장 등록번호 = 학위 등록번호



그렇다면 졸업장 받기 전에는 졸업 증명을 어떻게 할까요? 취업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아주 쉬워요. 졸업증 받기 위해 돈을 낸 영수증을 가지고 다니면 된답니다. 물론, 영수증에 "학위 등록"이라고 적혀 있어 품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한국 들어갈 때 옆좌석에 영국 청년이랑 같이 앉은 적이 있었답니다. 태국에서 6개월을 보낸 영국 청년은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간다면서 자신의 졸업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하는 말이, 

"이거 태국에서 가짜로 만든 거야." 

헉? 한국에서 진짜인지 가까인지 확인을 잘 하지 않아 그런가, 그 친구는 저와 신임이 조금 쌓였다고 금방 자신이 한 짓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때 충격받았습니다. 정말 졸업장을 이렇게 쉽게 가짜로 만들 수 있느냐고......


그런데 스페인 살면서 본 이곳 졸업장은 가짜를 만들 수 없겠구나, 싶습니다. 국가 교육부에 다 학위 등록이 되어 있으니 말이지요. 요즘 인터넷 좋아져서 금방 졸업장에 적혀있는 학위 등록 번호로 조회도 할 수 있으니....... 정말 가짜 만들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면 더 재미있는 스페인!!! 

산들무지개가 알려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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