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초등학교의 급식은 주마다 학교마다 다양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무상 급식이 유료 급식으로 바뀌기도 하고, 유료이지만 정부 보조로 반 유료 급식으로 변하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 급식이 유료로 많이 변했답니다. 제가 말하는 학교는 사립이 아닌 공립학교를 말하는 것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사립 초등학교에도 아이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는 공립을 말씀드립니다. (사립은 아시다시피 국제학교에서부터 아주 다양한 계열의 사립이 있으므로 그 사정을 확연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비스타베야 초등학교의 급식은 유료 급식인데 정부 보조로 급식의 절반만 내면 된답니다. 물론, 베카(Beca, 장학금 일종의 경제 도우미)를 받는 학생들은 무료 급식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우리는 베카에 해당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세 아이의 급식을 내야 합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먹는 학교 급식이 어떤 내용의 요리인지 알려드릴게요.
학교에서 미리 한 달 급식 메뉴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왜 미리 한 달분 급식 메뉴를 제공했을까요?
짐작하셨듯이 아이들이 혹시 어떤 음식 알러지(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 미리 보고 알려달라는 의미에서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먹는 음식들의 세세한 내용을 부모가 알 권리가 있으므로 이렇게 메뉴를 미리 준답니다.
주 | 월 | 화 | 수 | 목 | 금 |
첫 주 | 샐러드, 오븐 감자요리와 닭고기 가슴살, 과일 | 채소 퓌레, 치즈 넣은 달팽이 모양 파스타, 과일 | 각종 모듬 야채 수프, 토마토 소스 얹은 대구, 요구르트
| 쿠바 스타일 밥, 샐러드, 과일 | 닭다리와 감자 구이, 샐러드, 과일 |
둘째 주 | 호박 크림, 대구 구이, 감자 튀김, 과일 | 닭고기 수프, 스페니쉬 오믈렛, 샐러드, 과일, | 샐러드, 5가지 채소 밥 볶음, 요구르트 혹은 단 것 | 피데우아 (파스타 파에야) 혹은 파스타, 샐러드, 과일 | 감자 퓌레, 소스에 끓여나온 닭다리, 과일 |
셋째 주 | 카르보나라 파스타, 샐러드, 과일 | 토마토 소스에 삶은 풋강낭콩 잎, 롱가니자(스페인식 소시지), 과일 | 해물 수프, 스페니쉬 오믈렛, 요구르트, | 믹스형 파에야, 샐러드, 과일 | 감자와 이집트 콩 퓌레, 대구구이, 샐러드, 과일 |
네째 주 | 감자와 당근 크림, 닭고기 돈가스, 과일, | 소면 수프, 소고기 함박스테이크, 샐러드, 과일, | 참치와 당근 등 파스타 샐러드, 요구르트 혹은 단 것 | 렌틸콩, 대구 튀김, 과일 | 롱가니자, 오븐에 구운 감자, 샐러드, 과일 |
위의 도표로 작성해봤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는 한식 위주로 먹기 때문에 반찬이 다양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스페인에서는 매일 다른 요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뭐, 비슷한 재료가 중복되기도 하지만, 요리 방법에 따라 그 요리 맛도 달라진답니다.
그리고 항상 샐러드를 동반하고, 후식으로는 과일이나 요구르트를 먹는 게 눈에 띕니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스페인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처럼 배급 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접시에 담아 나온답니다. 그 점이 너무 신기했답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유리잔을 쓰고, 도자기 접시를 쓰면 조심하는 법을 배우거든요. 그리고 자기가 다 먹은 접시는 고이 접시 캐리어 위에 올려놓는 방식도 배우고요."
자, 그러면 지난달 아이들이 먹었던 급식 사진들을 여기서 보여드릴게요. 물론 매일 바뀌는 메뉴, 매일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찍을 수 있는 메뉴만 여기서 올립니다. 이 사진은 학교 모니터 요원들의 협조로 이루어졌습니다.
참고로 점심시간만 존재하는 모니터 요원은,
아이들이 잘 밥 먹고, 양치하고, 쉬는 시간 놀아주는 일까지 함께합니다. 2시간 정도가 점심이기 때문에 이 시간 동안은 아이들이 모니터 요원 통제 하에 시간을 보냅니다. 선생님의 점심시간을 빼앗지 않고 선생님은 이 시간, 아이들을 보살필 의무가 없는 자유 시간이랍니다. 만약에라도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보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여분의 급여가 지급된답니다. 음식까지 공짜로 먹고, 아이들까지 보살피는 일에 시급도 주여진다니?! 하고 놀라실 분도 있으나 이게 이곳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랍니다. 자신의 자유 시간을 써서 아이들을 보살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외부 모니터 책임 아래에서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참 단순한 음식이죠?
회용 돌이 파스타, 샐러드, 멜론
별 모양 소면 국수, 쇠고기 함박 스테이크, 샐러드, 후식은 보통 과일입니다.
렌틸콩 스프, 생선 까스와 샐러드, 후식 과일입니다.
감자볶음과 스페인식 소시지인 롱가니자, 샐러드, 후식은 과일입니다.
저기 보이는 소스는 스페인식 마늘 소스, 아호에세이떼(ajoaceite)
혹은 알리올리(alioli, 이탈리아식 알리올리 아닙니다)입니다.
리본 모양 파스타, 샐러드, 후식은 요구르트입니다.
아로즈 아 라 쿠바나(arroz a la cubana, 쿠바식 흰밥) - 흰밥에 토마토소스를 올리고 달걀을 올려 먹는 밥 요리입니다.
샐러드, 그리고 사과가 후식입니다.
감자 퓌레, 오븐 닭 다리 구이, 샐러드, 후식은 과일입니다.
호박 크림 수프, 생선커틀릿, 후식 과일입니다.
렌틸콩 스프, 치즈 및 하몽, 샐러드, 그리고 후식 과일입니다.
오븐 돼지갈비 구이, 삼색 밥 요리, 샐러드, 요구르트입니다.
스페인 해물 파스타인 피데우아(fideua), 샐러드, 후식은 과일입니다.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샐러드, 후식은 과일입니다.
감자 퓌레와 대구 구이, 샐러드 그리고 후식인 과일입니다.
어떤 날은 이렇게 스페인 파에야 철판이 식탁에 등장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후식인 케이크 또한 식탁에 등장합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첫 번째 접시 먹고, 접시를 뒤의 운반구가 오면 스스로 둔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접시를 먹고 같은 방식으로 접시를 치운답니다.
후식을 다 먹고 나면 접시, 유리잔 및 냅킨 등도 다 치웁니다.
오~! 그렇군요. 작은 학교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스페인 살면서 만난 한국인 엄마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하시더라고요. 스페인 유치원(만3세에서 만6세 사이)이나 초등학교에서는 유리잔에 아이들이 물을 따라 마시고 접시에 음식을 먹는다고 말입니다. 한국처럼 플라스틱 용기나 식판이 아니라 유리잔이나 도자기가 주로 식탁에 등장합니다.
또, 과일이 나오면 이곳 아이들은 스스로 혼자 나이프로 과일을 잘라 먹는 연습도 합니다. 그래서 제 친구는 어릴 때부터 오렌지 껍질 까는 법을 배웠다고 저한테 말을 해준 것이 기억나네요. 이번 여름에 온 초등학교 5학년인 한국 조카도 꽤 놀랐답니다. 스스로 과일을 깎아먹으라고 내준 후식을 깎지 못해 좀 고생을 했거든요.
"한국에서는 과일을 우리 같은 어린 학생들은 못 깎게 해요." 하고 말해주더군요. 아이가 다칠까 봐 조심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비닐하우스의 꽃처럼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아닌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곳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나이프를 사용하면서 스테이크를 자르거나, 후식으로 나오는 과일 껍질을 깎는 연습을 미리 한답니다. 만5세인 우리 쌍둥이 아이들도 나이프를 벌써 사용하고 있답니다.
어때요? 한국과 많이 다른가요? 스페인은 역시나 접시 요리 위주고, 한국은 반찬 요리 위주라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골고루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고,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 메뉴도 영양사가 직접 제작한 것이라 한 달 메뉴가 든든해 보이기도 하답니다. 아이들은 학교 점심시간에서도 식사 예절을 배우는 등 가정 교육 일부를 이곳에서도 배우기도 한답니다. 다 함께 같이 먹고, 다 함께 치우며, 늦게 먹는 아이들을 기다려 주는 일 등.
아이들이 다 먹고 나면 모니터 요원은 아이들을 다 줄 세워 양치하러 가거나, 놀이터에 함께 갑니다.
※ 스페인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정책이 달라
위의 글을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립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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