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한국의 때 미는 습관에 중독된 남편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7. 1. 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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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의 환경에 따라 적응할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적응을 아주 잘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됩니다. 인도에서 허름한 호텔에서 (직업, 공부 등으로 인하여) 6개월 자취를 하면서 보낸 일에서부터 이곳 고산평야의 쓰러진 집에서 사는 생활까지 저는 적응을 참 잘 해왔는데요, 어디들 가든 그 지방의 풍속과 생활, 음식 등을 거침없이 흡수해왔고 그래서 그리운 한국도 꾹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어딜 가나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저는 아무것이나 다 잘 먹고 잘 적응한답니다. 그런데 야생의 달인이 되었다 싶었으나 저에겐 숨겨진 하나의 고집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때밀기입니다. 



이태리에는 없다는 이태리타올???를 들고

만세 합창...!



우습게 들리는 소리일 수도 있으나 저는 이 때밀이가 없으면 도저히 살아날 자신이 없습니다(>.<). 어느 책에서 보니 오히려 샤워하면 몸에 더 윤기가 생기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는데 어째서 제 경우는 그렇지가 않은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셋인 주부인지라 샤워로 대충대충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몸이 근질근질해져 오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에게 시간을 달라, 아이들은 애아빠가 봐요... 그리고 급하게 욕조로 도망을 갑니다. 바로 쓱싹쓱싹 깊은 목욕을 하고 싶어서 말이지요.  


때밀이가 없다면 돌멩이라도 주워와 씻어야 개운하고 기분도 좋고 우와! 살아갈 것 같아.... 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소포를 보내와도 꼭 때밀이를 부탁합니다, 그런데 산똘님이 하는 말은 



"아니, 간단하게 샤워를 하지? 왜 그렇게 물질과 습관에 집착하는 거야?" 



그러면서 제 나쁜(?) 습관을 버리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남편도 이 때밀이 맛을 알게 되었지 뭡니까? 처음에는 때 미는 것을 거절하던 남편이 그래, 나도 좀 근질근질하다.... 좀 밀어줘... 그러더군요. 특히 여름에는 너무 더워 어디서 배웠는지 등목도 해달라고 합니다... 이 사람이 점점 한국인으로 변해가는 게 아니야?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목욕하는 시간에는

남편이 애처로운지 등 밀어줄까?, 하고 은근히 다가와 묻습니다. 어? 정말? 

그렇게 한국 때밀이 문화를 익히면서 한국인 아내의 등을 팍팍 밀어주고... 

좀 팍팍 밀어! 아니, 아니, 너무 밀면 아플까 봐.... 

아니, 괜찮아... 팍팍 밀어. 살갗이 벌겋게 돼도 상관없어! 밀어! 팍팍! 

알았어, 알았어... 이런 대화를 오고 간지 여러 해...



어느 날, 목욕하러 간 남편이 큰 소리로 부릅니다... 산들무지개!!! 내 등도 밀어줘....

이렇게, 이렇게? 좋아? 

아니, 좀 팍팍 밀어! 팍팍! 하고 남편이 부탁합니다.

아니, 이 사람이 한국 사람으로 변해가는 거 아니야???



그렇게 남편은 때를 미는 습관에 그만 중독되고 말았답니다. 멀리 여행이라도 가는 날에는 저에게 꼭 말합니다. "때 타올 챙겨~!" 하하하! 이 스페인 남편이 결국은 한국생활습관에 포획된 희생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그런 증세가 요즘 나타나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때 밀어주면 어른처럼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아흐~! 좋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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