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쌍둥이 아이들이 2달 전, 만6세가 되었고요, 큰 아이는 지금 만8세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릴 때 나는 어땠지? 하면서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요, 이번에는 제가 정말 깜짝 놀랄 대화를 하는 아이들 덕에 많이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릴 때 우리는 자주 이런 상상을 합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있을까?"
"나는 커서 OOO가 되고 싶어."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우리 딸 아이들도 걱정인지 가끔은 식겁 놀라면서 이런 소리도 합니다.
"엄마, 난 커서 아기 낳지 않을래. 아기 낳을 때 아플 것 같아."
아니, 고작 만6세인 딸아이들이 이런 소릴 하니 마음이 너무 이상합니다. 아직 자라지도 않은 아이들이 이런 쓸데없는 걱정으로 미래를 바라보니 말이지요. 아직 모르니까, 아직 어리니까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클 수밖에요.
"아이들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조금 더 크면 알게 된단다."
역시나 진부하고도 당연한 이런 소리를 해줍니다.
[참고로 걱정에 대처하는 달라이 라마의 명언: 해답이 있는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답이 없는 문제라면 걱정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은 아이들이 하는 대화를 유심히 듣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대화였거든요. 미처 방어하지 못해 듣는 작은 충격이랄까요?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누구하고 결혼할 것인가?!!!
에 대한 대화였답니다. ^^*
여러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유치원생 쌍둥이 아이들과 초등학교 저학년인 큰 아이의 대화. 좀 웃긴 대화이기도 하지만, 저를 깜짝 놀라게 한 대화였습니다.
사라가 먼저 그럽니다.
"나는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야."
아니, 이게 무슨 문제이냐고요? 절대 문제가 아니죠. 흔히 어린 딸아이들이 아빠(같은 남자)와 결혼하는 이야기는 종종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이렇습니다. 그런데 누리가 이런 소리를 합니다.
"엄마, 나중에 나랑 결혼해줄래?"
아니, 이건 무슨 소리지? 엄마랑 결혼한다니? 처음에는 막 웃었습니다. 누리는 엄마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로 어릴 때부터 인형보다는 엄마를 품에 안고 자는 일을 더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하고, 자고로 엄마를 제일 잘 챙기는 딸이랍니다.
"누리야~ 나중에 크면 엄마랑 결혼 안 해도 네가 원하면 우린 같이 살 수 있어. 사라도 마찬가지야. 사라도 아빠랑 결혼 안 해도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같이 살 수 있어, 평생 원하는 만큼~"
그제야 안심한 듯 아이들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아이들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세 아이들
"나는 커서 누구랑 결혼할까?"
"나는 엄마랑 결혼하고 싶은데......!"
"엄마는 여자잖아?!"
"여자면 어때?"
이런 소리를 쌍둥이 둘이서 하는 겁니다. 그러다 첫째 산드라가 끼어들었습니다.
"에이! 결혼은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야.
엄마 같은 여자랑 결혼하는 게 뭐가 문제야?!"
헉! 이제야 누리가 한 소리를 이해할 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 아이들의 대화에서 스페인 교육의 한 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스페인 사회의 현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민 교육의 일원으로서 자신과 다른 형태의 사람들에 대한 '다름의 인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기' 되는 것들이 스페인에서는 어릴 때부터 '다름의 인정'이라는 교육 형태로 진행이 되는 게 참 신선했습니다. 제게는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주위에 레즈비언이나 게이 아빠, 엄마를 둔 아이들도 다 똑같은 가족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가치관 교육! 한국에는 없는 이 풍경에 많이 놀랐습니다.
▲ 학교에서 놀면서 수업하는 아이들
자고로 스페인의 동성결혼은 2005년 7월 3일부터 법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적 차원에서도 새로운 가족 가치관을 도입하여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오호라~~~
여러분 중 동성결혼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스페인은 이미 합법화가 되어 일상에서 많은 동성 커플을 볼 수 있답니다. 저에게도 동성연애를 하거나 결혼한 친구들이 많은데요, 그들도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관심사도 비슷하고, 아이들 키우는 문제도 비슷하고......
아무튼, 이렇게 교육에서도 이들의 다름을 인정하여 사회 구성원 간의 시민으로서의 존중을 가르치는 스페인 학교에 조금 놀랐습니다. 어쩌면 이곳에서는 당연한 교육인데 아직 한국적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저에게는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금기와 침묵 혹은 터부'보다는 '다름의 인정과 존중'이 훨씬 사회를 밝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구독하시면 바로 소식 받아보실 수 있어요.
'스페인 이야기 > 교육, 철학,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당황하게 한 스페인식 나눗셈, 한국과 조금 달라요 (48) | 2018.02.22 |
---|---|
나를 놀라게 한 스페인의 펫 티켓, 어떤 모습일까? (26) | 2017.12.29 |
일반인도 야생동물 구조가 가능한 스페인 환경정책 (12) | 2017.08.23 |
스페인에서 배운 '새'를 사랑하는 법 (10) | 2017.07.28 |
스페인에서는 갓난아기도 해수욕을 한다? (6) | 2017.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