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한국보다 땅이 넓어서 공간 활용도가 대체로 시원시원하게 잘 되어있습니다. 마을은 마을에, 경작지는 넓은 들판에...... 아무리 경치 좋은 곳이라도 산이라면 산, 호수라면 호수, 바다라면 바다, 그냥 둔답니다. 한국 같았으면 호수 앞 카페테리아(cafeteria)라도 만들었을 텐데, 스페인은 정해놓은 공간이 아니라면 그냥 그렇게 둔답니다. 대체로 이유가 없다면 보존하는 데 집중하고, 더 넓히지 않고, 집안 살림처럼 마을 살림이나, 도시 살림을 꾸려나간답니다. 그 살림에는 외관에서부터 교육까지 참 다양하지요.
그 살림 중 하나가 공공 수영장이 있습니다. 공공 수영장은 말 그대로 '개인이 운영하는 수영장'이 아닌, '마을에서, 혹은 도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 수영장은 마을마다 하나씩은 꼭 있답니다. 마을이 다 부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스페인에서는 수영장이 꼭 있어야 할 건물 중 하나로 여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름에만 문을 여는 수영장이 있답니다. 수영은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물과 만나는 장소를 중요하게 두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의 야외수영장에서는 물놀이만 하지 않는답니다.
야외수영장이라 다들 물놀이 갈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매년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시민들 편의를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스페인의 공공 야외수영장 개장 시기는 7월, 8월 두 달입니다. 어떤 곳은 6월 중순부터 여는 곳도 있고요. 일반적으로 문을 여는 시간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스페인 해가 너무 길지 않은가요? 하고 물으실 분을 위해 일반인 방문객을 위해서는 12:00-19:00 사이 시간대로 정해진 곳도 있습니다. 그 외의 시간은? 여기에 힌트가 있습니다.
1. 스페인 야외수영장은 수영 강습을 빡~ 세게 해줍니다.
여름은 특히 아이들 방학과 직장인 휴가가 겹치는 때이기 때문에 강습이 매일매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침 시간대와 일반인이 빠져나간 오후 시간대에 강습을 빡~ 세게 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스페인에서 수영을 배웠는데요, 여름 야외수영장 강습 코너에서 매일 오전, 두 달 동안 배웠더랬죠. 수영 하나는 정말 확실히 잘 가르쳐주더라고요. 나중에 수영 강습을 무사히 다 마치면 증서까지 수여합니다. ^^*
수영 강습비는 실내 수영장 강습비와 비교하면 무지무지하게 쌉니다. 발렌시아 파르케 오에스테 수영장 강습비 어른 기준으로 7, 8월 두 달 60.50유로입니다. (개인 강습은 120유로 정도라고 하네요. 1유로 약 1,250원 정도)
게다가 유아를 위한 수영강습에서 아쿼로빅, 임신부를 위한 릴랙스 수영 강습까지 아주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2. 아이들을 위해 특별 여름 학교도 운영합니다.
수영 강습 외에 아이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몇 군데 있기 때문에 여름에 특별 학교로 운영되는 곳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지루할 틈 없이 여름에만 여는 학교랍니다. 스페인은 여름 학교가 아주 대중적으로 정착되어 있어 수영장뿐만 아니라 시청에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제가 머문 저날, 아이들 여름학교의 놀이는 저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3. 수영장 입장료가 아주 다양합니다.
모든 야외수영장이 다 비슷비슷할 것 같은데요, 이곳에서는 하루 입장료가 아주 저렴하답니다. 발렌시아 파르케 오에스테 수영장 기준으로 보면 어른 3.25유로, 아이들 15세 이하 1.56유로입니다. 만6세 미만은 공짜이고요.
그런데 매일 하루라도 빠짐없이 방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더 좋은 가격으로 보노 카드를 살 수 있답니다.
4. 밤에도 수영장 문을 여는 곳이 있습니다.
스페인은 여름에 매우 덥습니다. 40도 안팎을 웃돕니다. 그래서 보통 점심시간 후 오후 4, 5시까지 시에스타(siesta, 스페인식 낮잠)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선선해졌다고 생각되면 저녁에 나와 활동을 하는 부류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밤에도 문을 여는 공공 야외 수영장이 꽤 있답니다.
밤 수영장 입장료는 조금 더 비싸지만 다양한 이벤트가 또 기다리고 있어 모든 이들이 기대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답니다. 재미있게도 스페인은 온 가족이 다 참여하는 분위기가 더 강합니다. 게다가 공공 수영장이니 가족 참여를 장려하기도 합니다.
5. 수영장 내 매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매점 운영이 필수인 곳 중 하나가 수영장인데요, 간단한 음료와 음식을 사서 즐길 수 있답니다. 출출할 때 간단한 피자나 핫도그, 샌드위치 등을 주문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종일 수영장에서 놀아도 되는 시스템이랍니다.
수영장 내 매점의 한 모습
어떤 곳은 파에야까지 준비해놓습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피자.
이렇게 몇 가지 스페인 공공 야외수영장의 특징을 살펴봤는데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름 한 철 살림 잘하듯 다양하게 꾸려나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입니다.
특히, 노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고 수영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국민 센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림픽 수영장, 중간 크기의 수영장, 그리고 유아용 수영장 등 다양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고요, 특히 올림픽 크기의 수영장이 있는 이유는 각종 경기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과 활용적인 용도에서도 무척 알뜰히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이 땅이 넓어서 그런지, 전통적으로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 그런지, 여름에만 문을 여는 야외 수영장마저도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네요. 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스페인의 한 마을에 짱 박혀 시원한 야외수영장에서 여름 한 철 재미있게 나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우리는 우리 마을 수영장 열기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는 고산 수영장이라 7월 1일 문을 연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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