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종이접기 박물관이 있는 곳은 한국, 일본, 스페인이라고 합니다. '종이접기'하면 '학'이 생각나고요, 또 '종이접기'하면 '오리가미 origami'라는 용어가 생각납니다. '오리가미'는 일본어가 세계화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미국의 종이접기협회에서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전 세계에서 '오리가미'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쓰나미'와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생각하기 쉬운 선입견이 종이접기는 동양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보편적으로 손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종이가 발명되고 전달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이 '종이접기' 형태의 작업이 선보였다고 합니다.
오늘은 스페인 종이접기 박물관인 EMOZ(Escuela-Museo de Origami de Zaragoza, 사라고사 오리가미 학교-박물관)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종이접기 박물관이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 한국 갈 기회가 있으면 꼭 방문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곳에 갔을 때 왜 그 좋은 스페인어인 '파피로플렉시아(Papiroflexia)'를 쓰지 않고 오리가미란 용어를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언어학을 전공한 저에게는 자국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끝까지 표현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하필 오리가미를? 아마도 미국 협회의 결정이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방문한 곳의 관장이 일본에 오가면서 유명 오리가미 일본 작가의 영향도 크게 받았더라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은 오리가미보다는 파피로플렉시아로 알고 있습니다.
"관장님~ 좀 자국어를 쓰세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종이접기에 대한 열정만은 확실했습니다. 한국 종이접기 박물관과의 교류도 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고요.
EMOZ 로고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요......
'종이접기' 박물관에 찾아갔습니다.
사라고사 문화센터 2층에 자리 잡았고요, 입구에서 관장님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주소: Plaza San Agustín, 2, 50002 Zaragoza
3유로 입장료에 다양한 구획을 나누어 종이접기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박물관 안에 입장하지 않았는데 입구에 이렇게 전시된 작품이 있었어요.
실물 형태의 대형 코뿔소도 전시되어 있고......
관장님이 입구에서 '종이접기'를 직접 하면서 입장료를 받는데...... 무척 친근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색종이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색종이와 한지가 있는 게 얼마나 친근한지요!
게다가 저 날 박물관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은 한국의 가야금 연주와 아리랑이었어요!!!
한국 종이접기 박물관도 많이 교류했으면 하는데 관장님이 한국에도 다녀오셨는지, 박물관 한쪽 전시 판매하는 곳에서는 한국 색종이와 책이 여러 권 있었습니다.
종이접기로 만든 오토바이
관장님이 바로 움직이는 하트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 주셨어요.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박물관은 언제나 그렇듯 역사부터 먼저 소개합니다.
서양과 동양의 새를 형상화한 종이접기 작품이 보입니다.
동양의 학은 정말 새를 정밀 묘사한 것처럼 사실적으로 접는데 서양식 새 접기는 좀 많이 다르더라고요.
(사진 위, 서양에서 새 접는 방식 vs 동양에서 새 접는 방식)
오래전부터 종이를 접어 저렇게 부채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된 후 저렇게 세계로 퍼졌다고 하네요.
중국 중심으로 동으로는 한국-일본으로 전파되었고요,
서로는 서아시아-북아프리카를 거쳐 스페인에 들어와 유럽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일본의 많은 역사 삽화에 종이접기가 등장하는데요, 동시에 서양에서도 위의 사진처럼 종이접기 형태의 수작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선교사(지금은 성인)가 일본에 간 1549년 서양의 식탁에서 냅킨을 저런 식으로 접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클래식한 개구리 형태
위의 사진처럼 동서양의 교류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때에도 서양에서는 장난감으로 새 형상의 종이를 접어 아이들에게 줬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이 박물관은 전지적 서양 관점에서 본 종이접기 역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
모더니즘 디자인으로 유명한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종이접기로 기초 디자인 설계를 진행했다고 하네요. 이 실험을 한 교수는 나중에 미국으로 망명하여 미국에서도 계속 이런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의 미국 종이접기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거미를 만들기 위해 도면을 저렇게 접어야 한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실제로 이 박물관에서 본 종이접기 작품은 보통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배웠다가 푹 빠져 전문가가 된 사례가 많더라고요.
게다가 다양한 방법의 종이접기가 있었습니다.
종이를 물에 적셔 오르가닉한 형태의 사물을 만들거나, 현실주의적 종이접기, 패턴식 종이접기, 형이상학적 종이접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현실주의적 거미
패션식 모둘 종이접기
형이상학적 종이접기
제가 가장 놀랐던 이 종이접기 작품은......!
정말 일일이 하나하나 종이를 접어 만든 형상이었습니다.
Eric Joicel이라는 작가가 만들었는데, 도면을 일일이 제작하여 하나씩 접어서 만들어 냈더라고요.
사라고사 엑스포 때 만든 종이접기 작품
아주 작은 미니어처 형상을 일일이 다 만들어 작품을 만들었네요. 콜롬비아 작가인데 노아 방주의 주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뉴욕의 닌자
아이들이 이걸 보고, 누가 레오나르도인지 알려달라는데...... 난 몰라~
사실적으로 표현한 뱀
예쁜 나비에 칼로 문양을 도려 만든 작품
실제 크기의 하마
이곳에서 전시되는 종이접기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이 많았고요, 특히 동양이 아닌 서양 작가들이 참 많았고요, 한국 작가는 찾아보기 참 힘들었네요. ㅜㅜ
매주 종이접기 교실도 있다니 참 흥미로웠습니다.
아니, 스페인에서도 종이접기가 한국만큼이나 인기가 있는 곳이었는가, 놀랐습니다.
그런데 서양에서도 종이접기 전문가는 동양인 못지않게 훌륭하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보는 유튜브 채널의 파피로플렉시아 작가도 얼마나 훌륭한 종이접기 유튜버인지......!
게다가 몇 년 전 나사(NASA)에서 종이접기 경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네요.
지상에서 우주정거장에 가져갈 물건을 접어 펼치면 작동하는 시스템 종이접기로 해결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 스페인 등의 참고 책이 여러 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국 종이접기 책도 여러 권 있어서 역시, 한국도 종이접기의 나라구나!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전시된 책 보니 기분이 참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교류가 더 많아져 한국 작가도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싶었네요.
마음에 들었던 물속 물고기
남편과 날개 달린 말
종이접기 박물관-학교를 나가는 길.
역시 종이로 장식한 로고가 다채롭습니다.
스페인 사라고사의 종이접기 박물관 및 학교는 부담 없이 찾아가 볼 수 있고요,
아이들도 기분 좋게 방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일 놀랐던 사람은 남편! 종이접기 세계가 이렇게 무궁무진한 줄 몰랐다고 하네요. 사실 이 포스팅 사진보다 더 훌륭하고 멋진 작품들이 줄줄이 있었으니 상상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아~~~ 다음에 한국 가면 꼭 종이접기 박물관 가봐야지. 세계 3대 종이접기 박물관이 한국에 있다니 어서 소원 이루고 싶당~~~!!!
하하하!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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