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선사시대 문화 유적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번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하면서 본 세계문화유산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어쩐지 '세계문화유산' 하면 지루할 거로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요, 그래도 인류의 역사상 이렇게 중요한 문화유산 앞에서는 호기심이라도 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우리가 간 곳은 안달루시아 안테께라(Antequera)라는 마을이었습니다.
안테께라는 마을에 가까운 도시이지만, 훌륭한 지형·자연 가치와 인류 문화 가치가 함께 있는 곳이랍니다. 다름 아니라 가까운 엘 토르칼 데 안테께라(El Torcal de Antequera)는 유럽 최고의 카르스트(Karst) 지형을 지닌 곳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기괴한 '석회암 지형이 빗물에 용식 되어 생성되어' 감탄사를 자아내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엘 토르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요, 오늘은 이 안테케라에서 볼 수 있는 인류문화유산인 거대한 고인돌(Dolmen)을 소개하겠습니다.
에게게~ 돌기둥에 돌 얹힌 고인돌?! 하실 분이 있으나......
선사시대를 알기에는 참 중요한 유적이 아닐 수 없답니다. 고인돌은 전 세계 6만기 정도가 분포한다고 하는데요, 우리 한반도에 4만기 정도가 분포한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스페인 안테케라에서 본 고인돌은 유럽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건축 유산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유형의 고인돌이 아닌 거대한 석묘라고 하는 편이 나을 정도로 선사시대 인류가 발전적인 석묘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안테께라 거석묘 유적은 2016년 세계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요, 멩가, 비에라, 엘 로메랄의 세 거석묘가 가까운 근방에 함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주의 천마총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는 동그란 봉분 모양으로 동산을 이루기도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그 형식이 각각 다르고 심지어 정교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게 한답니다. 이게 과연 선사시대의 거석묘인가? 싶은 게 말이지요.
그럼 우리가 간 안테케라 선사시대 거석묘를 함께 둘러 보실까요?
저 멀리 보이는 안테께라 외곽의 한 동산에는 거석묘가 두 군데가 있습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멩가 거석묘(Dolmen de Menga)입니다.
입구와 동그란 모양을 보이는 봉분도 함께 보입니다.
입구 앞은 이런 모습인데요, 이 거석묘는 기원전 3,750-3,650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기둥이 천장에 얹힌 암석판을 받히고 있고요, 벽에도 견고한 암석판이 박혀 있습니다. 이곳이 그 옛날 멩가족이 단체로 지은 거석묘로 유럽에서는 석조 건축물의 시초가 된다고도 하네요, 방향은 인간 얼굴 모양을 한 산을 바라보며, 하지에는 태양의 빛이 무덤 끝까지 들어온다고 합니다.
▲ 누워있는 인간의 얼굴 옆 모습의 돌산
저 벽을 보세요. 저 거대한 암판을 어떻게 옮겨왔는지......
안내 홍보실에서 안내 영상을 관람하시면 이 의문의 실마리가 풀린답니다. 참고로 이 거석묘 입장료는 전부 무료였습니다. 아니?! 세계 인류문화유산인데 무료라니?!
세 거석묘는 보존 상태가 거의 훼손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로 선사 시대 연구하는 데에 큰 학문적 가치도 함께 있다네요.
선사 시대 인류가 도구를 이용했다는 증거.
큰 암석판을 옮기기 위해 홈을 파고 나무에 묶은 듯한 흔적
참 거대한 석묘가 대단했습니다. 그 원시적인 기술이 이렇게 훌륭했다니!!!
현대 인류가 상상하지 못할 기술이 분명 있었다고 봅니다.
멩가 족의 상징
자, 이제 우리가 가본 두 번째 거석묘입니다.
이곳은 비에라 거석묘(Dolmen de Viera)입니다. 이곳은 기원전 3,510-3,020 사이에 지어졌는데요. 멩가 거석묘와는 다르게 아주 협소하게 지어져 있었습니다.
이곳도 동그란 산 모양이 있죠? 이런 모습 보면 인간의 무덤 형태는 거의 비슷한가 봐요.
원형의 완전함에 무덤을 만드는 형태가......
입구입니다.
협소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점이 앞서 멩가 거석묘와는 조금 다르지요.
하지만, 암석판으로 세워진 부분은 비슷했습니다.
안쪽에는 긴 복도와 같은 입구와 달리 작은 방이 있었는데요, 이곳이 무덤이었다고 하네요.
이 무덤은 그 당시 영향력을 지닌 지배층의 무덤이었습니다.
역시나 거석묘의 산책로는 잘 관리되었고요, 문화 유적 보러 갔지만, 시골의 한가한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또한 좋았습니다. 불과 10년 전에만 해도 떡하니 유물만 있었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방문객의 여유도 함께 선물로 주었습니다.
봄이라 길 위에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어 아이들도 참 좋아했습니다.
이제 나머지 거석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곳은 로메랄 거석묘(Dolmen del Romeral)랍니다. 특이하게도 건축 양식이 돌로 벽을 쌓아 이룬 모습으로 이베리아 돌 건축물인 피에드라 세카(Piedra seca)와 비슷합니다. 피에드라 세카는 돌과 작은 돌멩이, 흙으로만 벽을 세운 형식으로 어떤 접착토 하나 없이 지어진 형식이지요.
기원전 3,000-2,200년에 지어졌다고 하고요, 벽이 아주 정교하게 잘 지어졌죠?
돌을 쪼개어 촘촘히 쌓아 올린 이 벽이 잘 지탱하는 기술은 참 대단합니다.
또한, 긴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원형의 방이 나오는데요, 천장은 벽이 돔 형식으로 올라가면서 모인답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천장의 모습이지요. 돌이 무너지지 않게 저렇게 정교하게 잘 쌓아 천장을 올린 것이지요.
이곳도 비에라 거석묘와 비슷하게 이 원형 방 안쪽에 작은 방이 있었는데, 바로 무덤이었다고 합니다.
로메랄 거석묘에도 이런 작은 산책로가 있었는데 멋졌습니다. 삼나무 사이의 산책로......
이렇게 안테께라의 세계 인류문화유산인 3대 거석묘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보기에는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직접 가보시면 선사시대의 인류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안테께라 마을은 정말 옛날부터 이 거석묘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훼손하지 않고 그 나름대로 보존하여 왔습니다. 거석묘 뒤쪽에는 이 마을의 공동묘가 있을 정도이니 옛날부터 이곳은 무덤으로 명당자리가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
거석묘 뒤편의 안테께라 공공 묘지.
이곳에서 느낀 점은 유럽의 석조 건축물의 기초가 이곳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안내 영상에서도 이렇게 소개하고, [유네스코와 유산] 홈페이지에도 이런 소개를 하는 것을 보니, 유럽 역사에서는 꽤 중요한 문화유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석조 건물이 왜 이렇게 견고할 수밖에 없는지...... 고인돌이 지금까지 견디어 온 세월만 봐도 알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게도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석조 건물이라 짓기에도 어렵고, 허물기에도 어려우니, 고대 건축물 위에 또 다른 건물을 짓고, 또 다른 건물을 지어 역사적인 유적을 한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로마식 건물 위에 이슬람식 건물이 들어서고, 이슬람 건물 위에 가톨릭 건물이 들어선다는 사실.
이 거석묘는 다행히 역사에 휘말리지 않고 그대로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 거석묘를 보면서 역시, 그래서 이베리아반도의 건축물이 대단하구나, 감탄했습니다. 옛날부터 이렇게 건물을 지어온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스페인을 건축의 나라라고 하는구나 싶기도 한 것이...... 이 여행에서 스페인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원시시대의 인류가 세월 그대로 이곳에서 쭉 이어져온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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