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낯선 곳에서의 봄 산책, 스페인 베니돔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1. 3. 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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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여행하는 일은 참 부담스럽다. 

가족도 만날 수 없고, 지역 간 이동도 봉쇄된 요즘...... 지중해 연안은 벌써 봄이 온 듯하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에게 발렌시아 지역의 자연공원을 보여주기로 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업에 집중할 시기가 올 텐데,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우리가 사는 곳은 도시와 너무 멀리 떨어져 학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남편의 직장도 유지할 겸, 장래 근무지를 미리 구경한다 치고, 하나하나 자연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연공원을 선택해 근무지 이동 신청을 할 수 있다. 참고로 남편, 산똘님은 발렌시아 내 자연공원에서 근무하고 있어, 원하는 근무지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베니돔(Benidorm)

발렌시아 지방의 남부, 해안 도시로서 근처에 다양한 자연공원이 여러 곳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살펴보면서 조건을 체크해보기로 했다. 

 

이날은 숙소와 가까운 산책로를 걸었다. 푼다 데 카발(Punta del Caball)이라는 곳을 향한 산책로인데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봄기운은 참 이상했다. 게다가 비 오다 갠 날이라 하늘도 마음도 조금 우중충한 기분이 들었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산책로인데 자동차 진입을 막아 산책로 전용이 되었다. 

스페인 지중해 기후의 완성판인 듯 건조하고도 미묘한 지형과 식물이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 아름다움의 기준이 언제나 다~ 다르므로 섣불리 보기 흉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비 개고 난 후,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이들과 천천히 걷는 산책로~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뭐든 유심히 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듯이...... 이 허허벌판처럼 보이는 산책로에서도 다양한 식물과 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숨겨진 아름다움이 가끔 더 큰 전율을 주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라벤더향이 솔솔솔 나는 지중해 연안. 그렇다! 지중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허브~

여기서도 로즈메리 및 라벤더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건조한 기후 때문에 많은 식물이 뾰족한 잎을 지니고 있다. 물론 남쪽 나라에서만 자란다는 무화과나무는 마음껏 자태를 뽐내며 여기저기서 푸른 잎을 넓히고 있었다. 

 

갈매기가 시원하게 난다. 

 

다육이가 바위 틈마다 자라고 있었는데, 우리 집 다육이보다 크기가 훨씬 크다. 한 열 배는 더 큰 듯하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듯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피스타치오과의 식물이라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신기했다. 이 식물도 가시가 돋아나 따갑다. 

 

잔디과 식물의 보드라움이 느껴지는 식물......

 

카푸치노 꽃 한 송이가 외롭게 피어 있었다.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마른 풀꽃......!

 

길 위에서 본 다이너마이트 흔적. 

 

수직 촬영샷. 

가시가 돋힌 이 식물이 위에서 보니 무지 신비롭고 과학적이란 느낌마저 들었다. 

 

라벤더 꽃이 진한 향을 뿜으며 이곳저곳에서 우릴 유혹했다. 

 

근접샷

 

구름 사이로 비추는 햇빛......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이름 모를 꽃 1

 

이름 모를 꽃 2

 

벼랑 밑의 무화과나무 

 

지중해 연안의 풍경 

 

마구 엉클어진 듯한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 길 가의 풀....... 바닷바람에 고되게 흔들렸나 보다. 

 

16세기에 지어진 망루......

알제리 및 튀니지 등지의 해적을 감시하기 위해 세워진 망루란다. 

돌벽 세 겹으로 지어져 아주 튼튼한데 요즘 해안과 맞닿은 절벽이 파도로 인한 침식 작용으로 유지와 보수가 더 중요시되는 문화재라고 한다. 

 

이곳은 세라 엘라다(Parque Natural de la Sierra Helada) 자연공원이다. 

 

영국 군과 프랑스 군의 침범으로 이 망루도 많이 망가졌다. 어느 정도 복원된 부위도 있다. 

 

저 해안 끝에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위의 사진이 바로 발렌시아어로 하면 시에라 데 라 젤라다 자연공원이다. 해안선을 따라 절벽이 굉장히 장엄하게 펼쳐져있고, 절벽 등선을 따라 등산로가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절벽 해안선에는 이곳에서만 자라나는 꽃이 있는데 특별한 생태구역으로 보호 지정돼 있다고 한다.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해서 우리는 저 시에라 젤라다 등산은 포기했다. 비 오는 날에 암벽 산을 타는 일이 참 위험하다고 한다. 돌이 미끄러워 잘못하면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냥 소소하게 이 산책로를 걸어본다. 

 

산책로 입구...... "베니돔은 당신을 기다립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이 오지 않아 그런지 이런 문구가 가게마다 도시 곳곳에 적혀 있었다. 

 

베니돔의 야경~~~

너무너무너무 화려한 도시다. 

요즘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유럽에서 은퇴하고 온 이주민들이 아주 많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은퇴한 돈 많은 유럽 이주민이 살고 있으며, 그 외 북아프리카나 파키스탄, 인도, 중국 등지에서 온 가게 주인들도 참 많았다. 정말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스페인의 관광 휴양지가 아닌가 싶다. 이런 곳에서 우리가 살아도 괜찮을까? 

으음......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 화려한 곳이라 망설여진다. 대신 근처의 작은 농가는 어떨까...... 

삶의 소소한 일상을 전환하기에는 괜찮은 곳인데, 어쨌거나 우리에게는 참 부담스러운 도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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