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로맨스 꽝인 외국인 남편의 선물 수준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1. 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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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르륵 주르륵 하늘의 작은 공간 공간은 다 채운 듯 내리고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세상이 지배하니 아침이 온 것인지, 저녁이 된 것인지 시계가 없다면 시간 관념도 잃어버리기 직전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꿋꿋하게 아이들 아침 먹이고 학교 보내고 왔습니다.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 태양광 전지는 바닥을 보여 냉장고도 멈추어버렸습니다. 

일단, 오늘은 포스팅을 포기하자고 생각한 찰나, 산똘님이 남겨놓은 메모가 눈에 띄더군요. 


"전기가 바닥났지? 회사로 와! 회사에서 컴퓨터 사용할 수 있잖아?"

그러면서 위로의 반가운 메모로 지금 산똘님이 일하는 자연공원 산속 회사에 와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사정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네요. 이곳도 곧 태양광 전지가 바닥이 날 것 같네요. 


"빨랑빨랑 글 써! 이제 곧 바닥이 날 테니!"라면서 재촉하는 남편에 못 이겨 컴퓨터를 열고 뭘 쓸까? 지금 고민하다 사진 자료도 없겠다, 오늘은 그냥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채워야겠다 생각했지요


로맨스 꽝인 산똘님의 선물 수준 


이렇게 제목을 먼저 적습니다. 


산똘님은 막장 드라마, 막장 영화 그런 것을 전혀 본 적이 없어 로맨스를 모릅니다. 하하하!

제가 처음으로 받아본 선물이 무엇인지 아세요? 저는 그것마저도 뿅~ 반할 정도로 콩깍지 끼고 있었지요. 



제가 생각하기엔 선물이 아니라 애정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제일 처음 받은 것이 비 온 후, 축축한 세상을 보러 산책하러 나간 길 위에 버려진 이런 에이스 카드의 하트였습니다. 그것도 카드의 하트만 저렇게 찢어서 저에게 살포시 웃으면서 주는 것이었지요. 아흐! 굉장한 선물이었어......


고백하건대, 전 산똘님에게 



꽃이나 보석 같은 것은 전혀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울어야 할까요? 웃어야 할까요? 

처음에는 엄청나게 섭섭했었습니다. 

글쎄, 우리 결혼반지도 제가 돈을 내서 맞추어 한 것입니다. ㅠ,ㅠ 

남편의 그때 반응, "아~~~ 놔~~~! 결혼반지를 왜 해?"


아! 전 진짜 충격받았었더랬죠. 너무 충격받아 시부모님께 고자질해서 결국 결혼반지도 하게 되었지요. 


아놔! 진짜 로맨스 모른다고 그때부터 알아봤다니까요......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이 되면 이제는 선물 받는 것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사실, 남편에게 선물의 가치란 정말 필요하고 실용적 가치가 있어야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아!!! 실용적!!! 실용적!!! 실용적!!!


그래서 제가 받아본 선물을 여기서 주욱 나열해보자면...... 


결혼 1주년 기념으로 받은 것이, 튼튼한 등산화!!! 

아! 등산화 좋네요. 하실 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 등산화가 글쎄 떨어져 나가지 않습니다. 고장 나지를 않아 지금 14년째 신고 있습니다! 14년!!!


그리고 받은 것이...... 침낭! 이것도 아주 비싸고 좋은 것이었는데요,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니, 꼭 제게 있어야 한다며 구입한 것이지요. 그것도 에베레스트 비박 정도에도 견딜 수 있는 그런 고품질 침낭으로 말이지요. 처음에는 엄청나게 좋았는데 애들을 낳고 나니, 이거 원! 우리가 에베레스트 갈 처지냐! 라는 고함이 나옵니다. 

이 침낭 들고 여행 가면 더워 죽습니다!!!


블로그 시작한 때는 남편이 정말 좋은 선물을 해주었지요. 

아이패드라는 태블릿을 말이지요. 아! 정말 좋다...... 라고 감탄하는 순간, 그다음 해부터는 선물이 어찌 줄어듭니다. 


선물이...........

아이패드용 앱

아이패드용 덮개

아이패드용 자판기

아이패드용 연필

아이패드용 전자책


뭐 이런 식으로 해주는 것입니다. 


남편 반응, "왜? 좋구만! 이렇게 다양한 선물을 당신은 받을 수 있고 나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야...... 왜, 아이 패드용 무슨 온라인 게임 다운 받고 싶어?"



........................... 관............ 두.................자................



그런데 최근에 우리 집 컴퓨터가 고장 나 제가 자료를 다 잃었다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했죠?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제게 한 선물이.... 정말 눈물 나더라구요. 


바로, 외장 하드입니다. 


용량 크다면서 아주 흐뭇하게 제게 선물해주었지요. 



"자꾸 사진 어디 저장했는지 헷갈리지 말고, 이 외장 하드에 잘 저장해두고 사용해. 이거 당신 전용이야. 1Tb이니까, 용량도 크겠다, 저장 잘하고, 블로그 자료도 잘 모셔놔!" 


아! 이럴 때는 감탄이다........ 소리가 나왔답니다. 역시 살면서 산똘님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시나 선물은 무엇인가 필요할 때, 정말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선물이구나 싶은 것이...... 변덕스러운 그런 보석이나 꽃보다 낫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산똘님도 최근엔 변해가나 봐요. 

몇달 전에는 저에게 귀걸이 선물도 했다니까요. 

3유로짜리.......

뭐 이 사람이 보석의 가치를 모르니 싸건, 비싸건 ........ 상관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런 보석에 해당하는 선물 자체를 받았다는 것이 참 신기했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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