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육아에 정신없다가 요즘 아이들이 학교 가면서 이제 숨을 돌리기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쌍둥이 육아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잘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니 그저 반갑기만 하답니다.
첫째가 학교에 다녀와 아빠에게 소곤소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빠, 왜 엄마는 케이크 만들 줄 몰라?"
"에잉? 왜냐하면 엄마는 동생들 키우니까 바빠서 못 만든 거야. 대신 아빠가 케이크 자주 만들어주잖아."
"응, 그런데 엄마는 잘하는 게 뭐야?"
"아이고, 이 녀석! 엄마는 아주 똑똑해. 수학이랑 과학을 아주 잘해."
듣고 있다 보니 마음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 엄마가 그동안 바빠 한식 외에 해준 것이 없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뭐, 다행히도 아빠가 알아서 잘 요리를 해주니 저도 한 부담을 놓았긴 했답니다.
오늘은 이것저것 정리하다 남편의 부엌살림이 이렇게 많았나 기절할 정도였답니다. 그중 제가 모르는 것들을 꺼내어 보기만 했어요.
산똘님이 회사 다녀온 후, 꺼내놓은 물건을 보더니......
"이제, 당신도 책만 보지 말고, 실천할 때가 왔어!" 하면서...... 자신의 용구(?)를 설명해주었답니다.
부엌에 잔뜩 쌓여있는 요리책
남편이 사들이는 부엌 용품은 제가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불어나고 또 불어나고.....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것투성이였답니다.
저장실 가도 구석구석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이 수두룩.....
나 주부 맞아? 아닌 것 같아.
무늬만 주부인 나는 산똘에게 많이 배워야 해.
혼자 이렇게 중얼중얼하며 사진을 찍었답니다.
이런 물건들, 정말 대단하다.
옛날, 우리 어머니는 주방용품을 구입하셨다 아버지께 혼난 적이 있었어요.
아니, 주부가 알아서 한다는데 왜 아버지는 참견하셨는지......
그런데 오늘 이런 물건들을 보니, 왜인지 아버지가 이해 되는 상황이......
저 물건이 꼭 필요한 거야?
물었더니, 산똘님은 당연하지! 합니다.
남편은 또 자세하게 하나하나 일러주더군요.
혹시, 나중에 제가 써먹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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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놀라운 남편의 부엌 물건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향신료가 되겠습니다. 저는 이름도 모르고 모양도 모르며,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향신료...... 어딜 가나 향신료만 보면 반해서 사들이는데, 저걸 다 쓸 수 있는지...... 그런데 다~ 어디에 쓰는지 쓰고 있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기만 하더이다.
이 많은 향신료 수집을 산똘님이 손수 했답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후추, 참기름만 있어도 되는데 뭐 이렇게 많은 향신료가 필요한지......
이런 향신료 통을 직접 짜서 수납장 한 쪽에 고스란히 향신료만 모아두었습니다.
위의 물건들은 아무리 봐도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는데....
저기 시커먼 것은 바닐라입니다.
그리고 하얀 밀가루처럼 보이는 것은 바닐라를 설탕과 섞어 만든 가루고요.
오른쪽 시커먼 깨알 같은 것은 양파씨이네요.
다음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 몇 개만 소개할게요.
(엄청 많은데 다 소개해드릴 수는 없는 점 양해를...)
육두구의 열매
계피
별모양 아니스(anís, 팔각)
cardamomo라는 열매로 '양하'라네요.
인도식 차이(차)를 만들 때도 쓰인답니다.
우리 집 뒷산에서 채집하여 말린 토미요(tomillo, 백리향)라는 식용 허브입니다.
노란 심황 가루입니다.
마드라스 카레입니다.
인도에서는 찌라, 스페인에서는 코미노라고 하는
커민 가루입니다.
우리 집 뒷산에서 채취하여 말린 스페인 야생 국화입니다.
만자니야(manzanilla)로 눈이 아플 때 끓여서 얼굴과 눈을 씻어주면 아주 좋다네요.
못처럼 생긴 클로브(정향)입니다.
자, 여기까지입니다.
이렇게 스페인 고산에서는 향신료와 부엌 물건이 음식을 하게 만든답니다. ^^
음식이 하고 싶은 분은 이곳에 오시면 될 것 같은데......
누가 이런 향신료를 써서 음식을 하실까요?
지금 산똘님이 바쁜 일로 불러서 이만 안녕!!!
산똘님의 신기한 부엌 물건이었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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