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2022년 첫 포스팅을 오늘 올려봅니다.
다름이 아니라 2020년 첫 주, 우리 가족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시에라 데 안두하르(Sierra de Andújar)라는 곳에 다녀왔어요. 그곳은 세계에서 몇 개체가 얼마 남지 않은 이베리아 스라소니 서식지입니다. 스라소니를 알기 전, 저는 이게 삵이나 살쾡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조사하다 보니 삵이 아니라 스라소니라는 걸 알았어요.
스라소니 속은 중형 고양이과의 동물이고, 종에는 네 종이 있다고 해요.
붉은스라소니, 캐나다스라소니, 스라소니, 이베리아스라소니가 있습니다. 그중 이베리아스라소니는 제가 알기로는 가장 작은 스라소니입니다. 붉은스라소니는 보브캣이라 불리기도 하고 캐나다 남부에서 멕시코에 걸쳐 분포하는 야생 고양이과 동물입니다. 캐나다스라소니는 북아메리카에 서식하고요, 포괄적으로 쓰는 말인 스라소니는 유라시아(중앙 유럽부터 동아시아 전역)에 서식합니다. 이 유라시아 스라소니는 눈 위에서 생활하면서 눈에서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스라소니 종 중에서도 가장 체격이 크며 우람한 듯합니다. 나무위키에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살던 러시아인이 스라소니를 길들여 살았다는 내용이 나오고, 사진도 있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 이베리아스라소니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동물입니다. 이 스라소니는 토끼를 사냥해 먹고사는데, 방목 목적의 서식지 파괴와 그와 같은 목적의 남획으로 이 야생동물이 있을 자리가 없어져갔지요. 토끼 개체수도 줄어들면서 스라소니 생태계가 위험이 빠졌지요.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스페인 정부와 왕실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개체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조금씩 복구가 되고 있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그 야생의 이베리아스라소니를 보러 갔습니다!
보러 간다고 스라소니가 나타나 "그래, 나 여기 있어~ 실컷 봐."라고 할까요? 😂 절대로 아닙니다. 야생동물 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기다린다고 나타나지 않지요. 그래서 그 무모한(?) 가족 여행담을 자유롭게 풀어봅니다.
이른 아침 우리 가족은 시에라 데 안두하르 자연공원, 한둘라(Parque Natural Sierra de Andújar Ruta 7 Jándula-La Lanch) 길로 오르는 중이었어요. 이곳은 나무 몇 그루를 듬성듬성 남겨두고 목초지를 조성한 데에사(dehesa) 경관을 볼 수 있습니다.
※ 참고 ※
Dehesa(스페인어 발음: [de'esa])는 스페인 남부 및 중부와 포르투갈 남부의 다기능, 혼농임업 시스템 및 문화 경관을 말합니다. 울타리가 있는 땅을 가리키는 라틴어 'defensa'(울타리를 두른, 방어 등)에서 유래했으며 일반적으로 목초지로 지정돼 있습니다. Dehesas는 개인 또는 공동 재산(일반적으로 지방 자치 단체에 속함)으로 주로 방목용으로 사용되며 야생 사냥감, 버섯, 꿀, 코르크, 장작과 같은 비목재 임산물을 포함하여 다양한 제품을 생산합니다. 스페인 투우장에서 투우하는 투우소도 방목하여 키우며, 이베리아 돼지를 기르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주요 나무 구성 요소는 오크, 일반적으로 홀름(Quercus rotundifolia)과 코르크(Quercus suber)등이 있습니다. 아길라 임페리얼(독수리)과 이베리아 스라소니 같은 멸종 위기의 야생 동물 서식지입니다.
그 길로 오르다 보니 데에사 풍경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그런데 참나무 사이 중간중간 어느 동물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스라소니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오~~~ 스라소니?!!!"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사슴이었습니다!
이런 데에사 풍경 안에 동물 한 녀석이 풀을 뜯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어요. 차가 서행 운행할 때는 익숙해졌는지, 꼼짝 않고 그냥 즐기더라고요. 그런데 차를 세우니 무리가 도망가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지 않으면 인간이 내리지 않는 걸 아는지 여유롭게 풀을 뜯었어요. 시동만 끄면 그냥 바로 달아나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사슴이 엄청나게 많이 서식하는 공간이었어요. 게다가 사냥철이면 사냥하러 오는 이들이 꽤 있는 듯했죠. 스페인은 사슴 고기가 유통되는 곳이니 사냥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사슴도 일부러 방목하게 보이지는 않았어요. 제 눈에는 그냥 자유로운 야생 동물로 보였어요, 야생 산양처럼...
이날 우리 가족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많은 사슴을 본 날이었어요. 동물원 사슴은 한두 마리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무리 지어 다니는 사슴은 정말 처음이었어요. 사진으로는 잡을 수 없었던 사슴 무리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풍경은 참 감동적이었지요. 자연 관찰을 좋아하는 첫째 산드라는 이날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었답니다. 그럼 그 사진 풀어보면 다음과 같아요. ^^
뿔 사슴
귀 쫑긋 하면서 우릴 지켜보는 사슴
편히 쉬고 있는 사슴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사슴은 밤비였어요. 얼마나 귀여운지, 초등학생 쌍둥이 둘째들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감탄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베리아스라소니가 서식하는 한둘라(Jándula) 오르는 길은 참 구불구불한 좁은 길이었어요. 모든 목초지에는 울타리가 쳐져있었고, 걸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습니다. 사유지가 많았고, 울타리에 경고문이 많아 방문객들은 이 길 위에서만 관찰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울타리가 쳐져있어 야생 동물의 자유로운 왕래가 없겠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동물이 드나들 수 있는 길과 인위적 구멍이 참 많았습니다. 투우소를 키우는 곳도 있어 유심히 관찰할 수도 있었어요.
태어나 자유로운 일상을 사는 투우소
투우용 소는 사람과 교류가 없는 소라고 해요.
일생 사람 손에 길들이지 않고 야생으로 자유롭게 방목된다고 합니다.
투우하는 기간에 살육을 당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만... ㅠㅠ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게 사는 소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참고: 이 글은 투우의 찬반을 논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단지 투우용 소의 성장 환경 정보에 관한 정보임임을 알립니다.
(자꾸 딴지 걸고 글 내용과 무관한 내용을 쓰는 분들이 많아서... ㅠㅠ)
이베리아 스라소니 관찰하러 갔다 예상외의 많은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어요. 여기서는 한둘라 강 따라 아주 다양한 새도 볼 수 있었어요.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다른 스페인 남부의 특별한 느낌이 났습니다. 이베리아까치도 보고... 산드라는 한국에서 물까치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와 비슷한 이베리아까치에 기분이 무척이나 상승했답니다. 아무쪼록 이번 여행은 산드라가 제일 좋아한 자연다큐 관찰여행이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
산드라가 찍은 물총새, 킹피셔
아~! 그래서 이베리아 스라소니를 봤냐? 못 봤냐고요?
우리가 한둘라 길 위의 관찰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아니! 이런 광활한 곳에서 어떻게 야생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을까?" 거의 포기할 정도로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마침 이날, 이베리아 스라소니(린세 이베리코, Lince Ibérico) 전문가이신 가비 씨를 만날 수 있었어요. 가비 씨는 발렌시아에 사는데, 성탄절 후부터 약 10일 동안 그곳에서 린세 사진을 찍어오셨다고 해요. 린세 관련 책도 여러 권 내신 분인데, 역시나! 전문가답게 린세 한 녀석을 발견하고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산에서 린세 이베리코를 발견했어요!
아니 집고양이보다 조금 더 큰 녀석을 어떻게 이 산중에서 찾는단 말입미꽈~~~!!!
하지만 전문가이신 가비 씨 덕분에 우리도 관찰할 수 있었어요. 한 무리의 관찰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단체로 온 사람들이 아니라 한 명 두 명이 모여 사진을 찍다 보니 이렇게 무리가 됐더라고요. 가비 씨의 정보로 우리도 무리에 합류해 린세를 보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생각지도 못한 이베리아 스라소니를 보는 순간, 스르륵~ 기분이 참 좋았어요.
오~ 요 녀석이 멸종위기종이라고?! 넘 귀엽고 사랑스럽잖아!
동물을 이렇게 사람화하면 안 되는데......! 😅
호랑이해를 맞이해 같은 고양이과 출신인 린세를 봐서 어쩌면 행운이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더 기쁘기도 했어요. 아니, 행운이 왔기에 이 린세도 볼 수 있었지요!
산드라가 찍은 이베리아 스라소니인데 너무 멀리 있어 잘 잡히지는 않았어요.
가지고 간 앵글 스코피로는 아주 선명하게 잘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녀석이 우리 인간들 보라고 아주 한가하게 늘어져 햇볕을 쬐고 있더라고요. 😂
그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인간 파파라치가 한 녀석을 집중 조명하면서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그 무리에 우리 가족이 끼어있다는 사실도 얼마나 낯설던지.... ㅎㅎㅎ
이렇게 우리 가족은 자연 관찰 여행을 다녀왔는데, 의외의 기쁨을 맛봤답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가서 문화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는 없지만, 이런 자연 관찰은 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물론 인내하며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야생 동물을 보면서 느꼈던, 어떤 마음의 교류랄까... 하는 환경과 우리 삶에 대한 의미를 더욱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 포스팅 관련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의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글과 사진과는 다른 느낌이 들 거랍니다. ^^
영상에 한국 밥통이 나와 좀 당황하셨죠? 😅😂😂😂 그건 관찰 후 해 먹은 음식 때문이랍니다. 😉
그럼 오늘도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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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무지개의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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