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 시아버지께서 들깨 화분을 '울보'라고 별명 붙인 사연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2. 9. 29.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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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국 여행 시작하기 전, 집구석구석 정리하고... 닭장이며, 장작 창고며... 우리가 없어도 안전할 수 있게 다 점검하고 수리까지 했었죠. 게다가 올해 우리 집을 지켜줄 친구도 섭외했어요. 닭이며 고양이에게 먹이 주고... 틈틈이 집도 봐줄 친구! 덕분에 올해도 무사히 잘 집을 지킬 수 있었답니다. 친구에게는 한국에서 사 온 선물을 보답했고요.

 

한국 가기 전, 그래도 제일 걱정되는 일 중의 하나가 제가 키우고 있는 화분 식물이었어요. 

텃밭은 이미 포기했고, 그래서 갔다 오니... 상추와 호박, 고추는 다 말라 죽었어요. 아시다시피 스페인은 여름이 너무 건조해 하루만 소홀히 해도 금방 타들어가거든요. 집 봐주는 친구에게 텃밭 봐달라고는 할 수 없었어요. 물도 부족했고... 친구도 워낙 바쁜 산림공무원이라 그럴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화분은 좀 다르잖아요? 애지중지 키우는 녀석들을 주랑현관에 두고, 타이머를 설치해 관리했습니다. 삼일에 한 번 물 주기로...

물론, 제가 아끼는 들깨 화분도 그 안에 포함됐습니다. 

올해 깻잎을 따 먹을 수는 없겠지만, 씨는 봐야겠다~ 생각하고 현관에서 키우게 됐습니다. 들깨는 씨가 까다로워 오래된 씨는 싹이 트지 않는다고 다들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내년을 위해 씨를 보기 위해 자동급수 타이머 장치를 설치했죠.

 

혹시 어쩌다 타이머가 작동하지 않을 걸 대비해... 화분 하나는 우리 시부모님께 부탁했습니다. 

"우리가 가 있는 사이, 이 들깨 잘 보살펴 주세요~! 잎을 따서 드셔도 되고요~!"

 

그리고 두 달의 여행을 마치고 시부모님 댁에 가니... 

아주 풍성해진 들깨 화분을 주시는 겁니다. 

"자, 받아! 울보 녀석!"

 

에잉? 울보라니... 시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면서 사정을 설명해주셨어요. 

"그래도 이 녀석 우리랑 여행도 갔어! 저기 말라가까지 데리고 가서 호텔 발코니에서 선탠도 했어!"

"아니, 도대체 아버님! 왜 여행하실 때 화분을 가지고 가셨어요?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시아버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그럽니다. 

"아니! 녀석이 얼마나 우는지 같이 데리고 가지 않으면 죽겠더라고! 완전 울보(Llorona)야! 울보!

그래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요. 

"글쎄 하루라도 물 주지 않으면 잎이 축~ 늘어지는 게 완전 울보더라!!! 올여름 워낙 뜨거웠잖아? 그래서 화분이 금방 마르는지, 맨날 물 달라고 축 늘어져 가만히 둘 수가 없었어. 오죽했으면 호텔까지 데리고 갔겠니? 우리가 이만큼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울보야, 울보!"

 

(사진이 없어 확인해드릴 수는 없지만, 물 없어서 축 쳐지면 정말 잎이 흐물흐물 축~~~ 쳐져요~~~)

 

아하~! 그제야 왜 울보라고 하시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정말 들깨를 화분에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들깨가 물 안 주면 금방 축 쳐져... 좀 곤란합니다. 워낙 물 좋아하고, 태양 좋아하고... 그래서 잘 자리기도 하지만...... 워낙 예민해서 추운 날 조금만 밖에 두면 잎이 얼어버리잖아요? 게다가 물 안 주면 잎 축 쳐지는 게 정말 금방 죽을 것 같은데... 

 

갑자기 추워져 잎이 얼어버린 새싹 들깨... 

 

그런데 또 강한 녀석이 들깨이지요. 물만 주면 죽다가도 화악 살아나고... 양 떼가 줄기 떼어먹어도 가지 뻗으면서 옆으로도 자라고...... 

참 그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

 

울보이긴 하지만, 시부모님 덕분에 올해 씨앗 꼭~ 득템 할 듯합니다.  게다가 이 녀석 5성급 호텔까지 다녀 온 녀석이에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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