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온 가족이 하는 캠핑은 언제나 특별합니다. 더군다나 자주 보지 못했던 대가족이 만나 함께 식사하고 등산 가고, 별도 보면서 며칠을 함께 보낸다면 그 유대감은 더욱 좋아지겠지요. 우리 가족이 이사 가고 난 후, 시댁 가족과 더 자주 모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참 쉽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삶이 있기에 가족 행사가 아니면 모일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의 가족 모임을 해발 1,200m에 위치한 이사 오기 전의 [참나무집] 옛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달의 에피소드이기는 한데, 그때 만나 나눴던 추억과 풍경이 오래 남아 이 블로그에도 소개해 봅니다.
[참나무집]에 모이기로 한 가족은 총 13명이었고, 포개자면 잘 수도 있는 대가족이입니다. 그러나 좀 편하게 지내자고 뒷마당에 텐트를 치며 "가족 캠핑"이라는 부 타이틀로 만났습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고, 맑고 깨끗한 자연에서 새로운 모험을 위해 함께하자고 제안했지요. 게다가 특별히 우리 가족은 집을 산 후, 경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수준이라... 😅 지출 많이 하지 않는 곳이 좋겠다 싶어 결정했습니다.
텐트를 미리 세우고, 아이들은 사촌 형제들과 뛰어다니며 고산에서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다리가 불편하셨던 시어머니께서는 그동안 등산을 하지 못해 너무 답답했다고 어서 산책을 가자고 하소연을 하셨지요. 도시에서 자연으로 나오니, 눈앞에 펼쳐진 저 순수한 자연에 나아가는 그 즐거움은 큰 특권이 됩니다! 우리는 후다닥 텐트를 설치하고 시부모님 소원을 들어드리려 평야 산등성이 저녁 산책길을 나섰습니다.
정해진 산책로는 없었고, 그냥 우리가 가고 싶었던 길을 따라 농가를 지나 또 농가를 지나 그렇게 한 바퀴 돌아서 오는 길이었습니다. 비스타베야 평원은 고산 목초지 특유의 그 척박함이 저녁 햇살과 만나 그리움을 자아냅니다. 여름 지나고 누렇게 말라가는 풀 위에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황금빛으로 물들면 아주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아련한 저 농가의 옛 시절을 떠올리며 그 옆을 지나갑니다.
가끔 신기한 옛 생활상을 상상하기도 하고, 지금은 잊혀진 풍습도 들어봅니다. 남편 산똘님이 이 지역 자연공원 홍보 테크닉 요원이었기에, 지역 생활상을 문서화하고 기록물로 남겨서 비교적 자세하게 농가의 생활상을 설명해 줬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시댁 가족은 집중하여 흥미롭게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가족도 오랜만에 고산 집에 다시 와 참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일상을 적응하며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해서 좀 혼란스러운 순간도 있었거든요.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온 느낌은 참 편했습니다.
저녁이 돼 식사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한 명이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일이 없도록 시댁 가족은 각 형제마다 한 끼를 해결하는 음식 분담을 했습니다. 아침은 각자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은 돌아가면서 준비해 온 음식을 차리도록 했는데요, 아주 협조적이고 능동적이어서 참 편하고 좋았습니다. 2박 3일의 일정은 짜인 듯 짜이지 않은 듯 자율성을 유지하며 서로를 도운 일정이었습니다.
음식은 화려하지 않고 아주 간단합니다. 함께 즐기는 게 목표라 음식을 과하게 차리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은 캠핑하면 무조건 음식이라고, 고기도 굽고 술도 마시며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 시댁은 자연과 함께 하는 게 목표라 음식은 최대한 간단하게, 많은 시간을 자연에서 즐기고 느끼자며 정말 만들기 쉬운 식사를 준비합니다. 점심도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싸서 등산 중에 먹는 것으로 했어요.
이사 가고 난 후 느낀 점은 고산의 밤하늘은 정말 특별하다는 거였어요. 별들이 어찌나 반짝이는지...! 고산에서 살 때는 그 아름다움을 미처 몰랐는데 새로운 곳에서 보니 고산만큼 별들은 빛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참 그리웠지요.
비록 시댁과 함께 온 우리 집이지만, 그 그리움을 푹 녹여줄 만큼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즐겼습니다. 그 하늘 아래,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의 연결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 그 첫 빛을 보며,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 식사를 공유하는 것도 정말 특별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오늘의 목표를 세우며 오늘 해야 할 산행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뭐 특별할 것은 없지만, 숲에서 함께 걷고 자연의 변화를 감상하자고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그렇게 가을 산행, 아니 좀 더 가벼운 가을 산책을 나섰습니다.
가을의 숲은 신선하고 신비합니다. 13인의 가족이 할머니에서부터 작은 손주까지 천천히 함께 템포를 맞추어 걷습니다. 누구 하나 서두를 일이 없으니 더 좋습니다. 비스탸베야의 각종 허브가 발길에 스쳐 강한 향기를 선사합니다. 오랜만에 긴 시간 산책하는 시부모님은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얼마나 그리운 자연이었는지......! 시부모님은 도시에 살고 계신데, 요 몇 년 관절이 좋지 않아 등산을 거의 하지 못하고 계셨거든요.
안타깝게도 스페인은 비가 잘 내리지 않아 지금 가뭄이 들었습니다. 보통 이맘 때면 숲과 들에 버섯이 우후죽순처럼 나기 시작하거든요. 겨우 몇 개의 버섯을 발견하고 좋아하긴 했지만, 너무 가물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숲의 샘은 잘 마르지 않는데, 올해 우리가 간 숲의 샘은 다 말라있었습니다. 그럼 동물들은 어디서 물을 마실지......
소를 방목하던 곳인데... 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샘물이 솟지 않아 아래 들로 소 떼를 옮긴 듯했습니다.
온 가족 모두 자연을 느끼고 즐기고... 또 걱정하며 추억을 만든 10월의 가족 모임... 다음 해에는 어디에서 할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매년 10월 초에 캠핑 가족 모임을 하거든요.)
그렇게 숲에서 산책하고, 간단한 요리로 즐거움을 느끼며,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며 즐겁게 모임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길, 먼지 날리며 텐트를 접고, 자연을 떠나는 것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이기에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은 큰 추억으로 남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만남으로 각자의 삶을 더 풍요롭고 희망차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지속적인 모험을 위한 열망이 있는 한 이런 모임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분~ 오늘도 행복만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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