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새카맣게 불타도 죽은 게 아니었다!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4. 11. 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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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지중해 연안으로 이사와 산 지 1년이 조금 더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온 가장 큰 이유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아이들 교육 문제입니다. 해발 1,200m의 고산에서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기엔 너무 멀고, 또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줄 수가 없어 정말 일생 큰 마음을 먹고 이사까지 결정하게 된 것이랍니다. (아마 우리 부부 둘만 살았다면 이런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산똘님은 근처 자연공원으로 발령 신청하고, 우리는 9개월 가까이 살 곳을 찾아 이곳저곳 부동산을 둘러봤지요. 자연공원 근처에 별장 집성촌이 있어 그곳으로 가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집 가격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도심의 아파트로 들어가기에는 우리 삶의 방식이 자연과 너무 밀착돼 있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친구네 어머니께서 자신의 올리브 농장을 처분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세상에! 올리브 농장이라니...! 

 

친구 어머님은 남편분과 사별하고 거의 이 농장에 오지 않으셨어요. 이 올리브 농장은 별장으로 사용하고 계셨는데, 사별 후 어머님은 아픈 기억을 다시 돌리고 싶지 않다고 말도 꺼내기 싫다며 부동산에 집과 땅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가 그 소식을 듣고 이 어마 방대한 올리브나무 농장을 구입할 수 있었어요. 부동산에 내놓은 가격 그대로 우리는 구입했습니다. 친구네라 좀 싸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우리 부부 둘 다 원래 가격 깎거나 재시 하는 성격이 아니라... ㅠㅠ 그대로 계약하고 집을 샀습니다. 

 

그리고 해발 150m안팎인 이 지중해 연안의 올리브 농장에서 살면서 보니... 와~ 그동안 (거의 20년) 방치한 올리브 나무가 얼마나 큰지 깜짝 놀랐습니다. 건조하고 비도 내리지 않는 이곳에서 이렇게 튼튼하고 꿋꿋하게 자라고 있는 이 나무가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사시사철 푸르고, 사시사철 한결같은 모습은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산책할수록 이 나무에 대해 경외감이 솟아났습니다. 정말 그 생명력 하나는 대단하다는 것! 물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에도 그 푸르고 희끄무리한 신비한 녹색잎을 지치지도 않고 발산하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가뭄일 때는 가지를 말려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오래 방치된 나무에 마르고 금방 부서지는 가지들이 많이 달려있습니다. 

 

 

며칠 전, 남편과 근처 산책로로 마실을 나간 적이 있어요. 

올 여름에 화재가 일어나 새카맣게 불 탄 지역이었는데...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산등성이에 숲을 이루고 있던 야생 올리브나무가 큰 산불이 싹타 까맣게 변했는데, 이번 스페인 폭우 기간에 세상에...! 이 새카맣게 탄 곳 아래에서 싹을 틔우면서 줄기가 쭉 뻗어 오르는 풍경을 봤어요. 그게 바로 올리브나무였습니다! 세상에! 새카맣게 타고 죽은 게 아니었던 겁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이런 나무 종류가 이 세상에는 아주 많을 것 같지만, 제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나무는 올리브나무가 처음이라서...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뿌리가 타지 않으면 다시 살아날 기회가 있는 이 나무, 더 신비롭게 생각되었어요.

 

우리도 마음 속에 어떤 굳건한 뿌리를 심어놓으면 이 올리브나무처럼 어떤 재앙이나 불운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내가 흔들리고 아프고 타인에 의해 쓰러져도...... 어쩐지 이 마음속 뿌리가 어느 날 어떤 용기를 얻어 하나씩 싹을 틔우지 않을까 싶은 마음...

 

오늘 올리브나무에게서 하나의 지혜를 배웁니다. 

 

여러분~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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