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3개월에 걸친 아이의 노력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4. 11. 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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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코스프레 의상(캐릭터 의상)을 사달라고 했을 때 남편과 나는 온라인으로 그 의상을 검색해 봤습니다. 그런데 와~! 이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결국 코스프레일 뿐인데... 이렇게 비싸다니...! 좀 비싸서 난감한 얼굴로 있었는데, 산똘님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네가 한 번 직접 만들어보지?"

 

아이가 직접?

 

"사라야, 너는 손재주가 뛰어나서 아마 가능할 거야."

 

그런데 사라는 실망하는 기색은 없고, 당장 만들어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걱정부터 앞섰다. 직접 만든다니 대견하기도 했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알기에 쉽지 않을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딸의 눈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엄마, 제가 꼭 해낼 거예요.” 

 

처음에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어려운 애니메이션을 3D 형상으로 만들지... 저라도 어려운 느낌이 들어 당장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차라리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이는 머리를 굴려 고집스럽게 종이상자를 모으고, 스페인 다이소 바자르에 가서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했습니다. 바자르에 가자고 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드려고 하는 걸까?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지요. 그렇게 싹둑싹둑 자르고 붙이고, 색을 칠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하나씩 코스프레 형상이 나타날 때마다 발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의상이 점차 형태를 갖춰가는 두 번째 달, 사라는 점점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재현하려고 자료를 찾아보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해결하려 애썼습니다. 방 한쪽에는 재료들과 스케치가 어지럽게 널려 있어서... 너무너무 지저분해진 방을 보며 조금 화가 났지만(😅), 그 속에 딸의 열정을 볼 수 있어 조금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사라의 손끝에서  완성되어 가는 코스튬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자신에게 도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세 번째 달, 드디어 코스프레가 완성됐습니다. 딸아이가 완성된 코스튬을 입고 제 앞에 선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이는 얼마나 큰 자신감과 성취감이 느껴졌는지......! 완전 멋지게 엄마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엄마, 어때요?”라고 묻는 딸의 목소리.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 함성을 질렀지요. 물론, 캐릭터 자체가 호러 게임에 나오는 호러스러운 캐릭터이지만...... 😂

 

"완전 멋져~!!!" 

 

완전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어려운 캐릭터 의상을 혼자 제작했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오늘 아이는 친구들과 애니메이션 축제에 이 코스튬을 들고 갔습니다. 얼마나 좋아하면서 갔는지... 그 행복함이 저에게도 전염되어 저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무슨 비디오 호러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라는데... '스프링트랩'이라고 하네요. 😆😂

 

 

오늘 이 에피소드를 이 한 꼭지에 올리면서 생각했어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유!"라는 걸~. 사라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의상 대신, 3개월 동안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담아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큰 무엇인가를 배웠다고 봅니다. 구상하고, 제작하고, 문제가 생기면 문제 해결도 할 수 있는 고심까지...... 😍

 

“고맙다, 딸아~ 엄마에게도 값진 배움의 시간을 주어서.”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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