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자연주의 청소년이 작정하면 할 수 있는 일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5. 6. 2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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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제게 참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겨 갑작스레 한국에 다녀오기도 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밀린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감히 블로그에 글 쓸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하나하나 정리하며 다시 숨을 고르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이렇게 다시 찾아와 글을 올립니다. 늘 기다려주시고 이해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요.
이 블로그는 저에게 크리에이터로서의 시작이자, 가장 소중한 공간이기에 다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어 가보려 합니다. ❤️ 

 

오늘의 이야기는 청소년이 된 우리 집 큰 아이에 대한 작은 일화입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큰 아이 소개를 잠깐 하자면... 산드라는 새 관찰을 좋아하고, 취미로 사진도 찍고, 자연의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자연에서 모험하면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관찰하는 일을 아주 좋아하지요. 

 

이런 아이가 최근 집 근처를 돌아다니다... 외진 곳에서 개방형 수조를 발견했습니다. 아마 농장에서 물을 저장해놓고 쓰던 농업용수 수조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런데 아이는 그 수조를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바로, 위 사진의 수조입니다. 

각종 공사 쓰레기가 있었고, 올라올 계단 하나 없는 그런 수조였습니다. 

 

그런데 왜 산드라가 놀랐느냐고요? 

 

아이는 수조 안에 직접 들어가 자세히 관찰하던 중, 그 안에서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해요. 어떤 동물들은 한 번 빠지면 도저히 스스로는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라며 안타까워했지요. 그래서 “이곳에 빠져도 나올 수 있는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방치된 수조 안에는 어린 오리, 다양한 곤충들, 뱀, 두꺼비까지 여러 생명체들이 있었습니다. 물이 가득 찬 날이면 물을 좋아하는 강아지가 뛰어들었다가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대요. (가끔 이웃집 강아지들이 울타리를 넘어 몰래 놀러다니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산드라는 아빠에게 공구를 빌려 작동법을 배우고는 수조 안에 설치할 경사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저는 마침 수영장을 청소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쓱싹쓱싹’ 톱질하는 소리가 들려서 근처 이웃이 가지치기라도 하나 보다 했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 산드라가 집 아래 쌓아둔 나무판들 중 적당한 것을 골라 직접 잘라내고는, 그걸 어깨에 둘러메고 돌아오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는 짜맞춘 나무판에 못을 박기 시작했어요. 수조에 설치할 경사로를 만들겠다고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전동 드릴을 돌려가면서 못을 박고 마침내 산드라는 경사로를 완성했어요. 

 

그리고 며칠 후...... 

마침내, 산드라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경사로를 들고 방치된 수조로 향했어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그 수조, 작고 연약한 생명들이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던 그곳에, 이제는 누구든 빠져도 스스로 올라올 수 있게 통로가 생깁니다! 👏👏👏

산드라는 땀에 젖은 이마를 쓱 닦고, 조심스럽게 경사로를 두 손으로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자신이 만든 구조물이기에 한 발 한 발 힘을 내어 옮겼어요.

수조 가장자리에 도착하자, 어디에 두면 가장 안정적일지를 한참 살펴보더니, 경사가 완만하게 닿도록 각도를 맞춰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치를 조정하고, 단단히 고정하며... 어느새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경사로의 그 길에 열리게 되었어요. 

 

수조 깊이에 비해 조금 짧을 수도 있지만, 산드라는 없는 것보다 낫다면서 만족해합니다. 경사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직접 만들고 설치하니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을 거예요. 작고 소박한 경사로! 누군가에겐 생명을 건너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보람 가득한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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