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스페인인 남편이 만들어 주는 초간단 스페인 간식, 코카 데 피멘톤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5. 9. 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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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어느 날 후다닥 빵을 만들어준다면서 부엌에서 요란하게 반죽하고 있습니다. 산똘님이 만들고자 한 빵은 코카 데 피멘톤(Coca de pimentón)이라는 빵입니다. 뜻은 파프리카(가루)를 뿌린 코카... 코카는 주로 빵이 아닌 시트 계열의 맛이 달거나 짠 빵을 의미합니다. 산똘님이 이 빵을 만든 이유는 아주 간단하답니다. 발효할 필요가 없이, 바로 반죽하여 오븐에 구워내는 간식형 빵이기 때문이지요. 만들기 쉽고 빠르기 때문에 선택한 빵인데, 으음... 한국인 입맛에는 솔직히 말해 별로입니다. 그렇다고 맛이 없다 뜻은 절대로 아니랍니다. 우리 입맛이 자극적이고 재료 본연의 맛보다는 약간의 양념이 들어간 맛에 익숙하잖아요? 뭐 일반화하자면 그렇고,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한국인 입맛에는 너무 그렇고 그런 맛일 수도 있답니다. 아주 담백하고 짭조름한 맛인데, 먹을수록 맛의 풍미를 알아가는 맛이랄까요? 스페인 사람들은 최소한의 양념으로 요리하는 일이 많아 재료 본연의 맛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 빵도 대체로 너무 담백해서 우리 할머니 입맛이랄까... 그렇습니다. 

스페인에 너무 오래 살아 그런지, 이 코카는 해가 지날수록 맛이 좋아지더라고요. 처음엔 빵이 뭐 이래? 라며 혀를 끌끌 찼었는데, 먹다 보니 왜 이 빵이 맛있다고 느껴지는 지 알 것 같더라고요. 

고산에 살 던 때는 비스타베야의 명물이라고 할 만큼 이 코카 데 피멘톤은 인기가 많은 빵이었어요. 라몬 양치기 아저씨가 새벽에 일어나 빵을 만드는데, 이 빵은 하루에 싹 다 팔리는 빵이었지요. 지금은 은퇴를 하셔서 빵집도 주말에만 열고, 새 빵집 주인은 양치기 아저씨만큼 빵을 잘 만들지 못해... 이 영광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비스타베야에서 부르는 이 빵 이름은 콕 데 페브레스(Coc de pebres)인데요, 다른 지방에서는 다른 모양의 빵을 의미하기도 하더라고요. 비스타베야는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서 빵을 만드는데, 다른 지방에서는 생 파프리카를 잘라 올려서 만드는 빵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코카 데 피멘톤은 어떻게 만드느냐구요? 

 

일단 재료는 아주 간단하게도 몇 가지 안 됩니다. 

반죽 재료: 맥주 + 올리브기름 1, 소금, 밀가루

반죽 후 올리는 재료: 파프리카 가루, 굵은 소금 

 

먼저 액체류를 섞고 조금씩 밀가루를 넣어 원하는 반죽 질감에 맞춥니다. 그리고 원하는 두께로 펴주시고요,

 

 

오븐 쟁반에  옮긴 , 포크로 콕콕 찍어줍니다.

포크로 구멍을 내주는 이유는 공기 집이 형성되지 않아 오븐에 구울 가운데가 동그랗게 뜨지 않기 때문이지요. 

포크로 구멍을 뚫은 후에는 굵은 소금과 파프리카 가루를 솔솔 뿌려주고, 180 예열한 오븐에 30 정도 구워주면 된답니다.

그런데 오븐에 굽기 , 적당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으, 굽고 편하게 똑똑 떼서 먹을 있어 좋답니다. 간식으로 먹어도 되고, 소스를 올려 카나페 스타일 애피타이저(appetizer) 먹으면 색다르답니다.  

 

짜잔~ 오븐에서 나온 코카 데 페브레스! 바삭하고 짭조름한 게 아주 맛있네요. 스페인식 건빵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약간의 건빵 스타일인데 고춧가루와 비슷한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서 계속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자꾸 중독되는 맛을 주네요. 자꾸 손이 뻗쳐서 배고플 때 먹으면 멈출 수가 없는 게 함정이랍니다. 

 

산똘님 직장 동료의 어머니가 알려준 전형적인 스페인 가정 코카 데 피멘톤 레시피입니다. 산똘님이 이 레시피 받고 엄청나게 행복해하면서 아이들이 멈추지 않고 먹는 모습을 보고 무지 흐뭇해했답니다. 담백하면서도 스페인인의 입맛을 약간 이해할 수 있는 레시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특히, 지중해 연안 사람들은 버터와 향신료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더 음미하기 위해 최소의 재료로 만듭니다. 가끔 맛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살다 보니,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진짜 재료 맛을 알 수 있는 맛이었더라고요.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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