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5년 만에 한식 먹는 외국인 남편의 엄청난 식성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1. 4. 00:00
반응형
728x170

한국에서 친구 가족이 스페인 방문하면서 우리 부부가 은근히 기다린 것이 바로 한식당에 가는 일(야호!)이었습니다. 남이 해주는 음식이 더 맛있다고 저는 제가 한식을 하지만, 그렇게 맛나게 느껴지지는 않았답니다. 한정된 재료와 한정된 요리법으로 대충 알아맞히기 요리라고나 할까요? 요리하다 보면 좀 한국처럼 외식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탄하기도 합니다. 제일 아쉬운 부분이랄까요? 먹고 싶은 것들이 많아, '밖에만 나가면 분식을 접할 수 있고, 먹고 싶은 식당에서 주문할 수도 있는 일'이 얼마나 좋은데요. 여기는 그런 외식 문화가 왜소하게 발달하여 요리하기 싫은 날에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한국 친구가 오는 기회를 이용하여 남편은 두 손을 비비면서 "이번에 한국 식당에서 여러 가지 주문하고 먹을 거야!" 다짐을 합니다. 그래요. 우리가 남이 해준 한식을 먹어본 지 어언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런 한식 신드롬에 빠져 침을 줄줄 흘린 것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남편은 가장 맛있게 한식 잘한다고 소문난 곳에 손수 전화하여 예약까지 하는 성의를 보였답니다. 그러나 벼르고 벼른 그 한식당은 찬스가 불발하여 우리 일정과 맞지 않아 다른 곳으로 전화하게 되었지요. 


2014년의 마지막 저녁을 그곳에서 거창하게 먹기로 다짐한 남편...... 

한국인을 위해 현지 스페인 남편이 식당에 전화하여 예약하고 우린 점심까지 거르고 그곳으로 갑니다. 


친구 가족과 남편, 저, 만장일치로 주문을 한 것이 역쉬나 불고기였습니다. 아! 어찌 이 맛을 잊지 않을소냐! 불고기 쌈을 해먹는 우리들 미소와 만족의 웃음으로 먹습니다. 심지어 아이들도 좋아하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먹을 게 들어가면 행복해진다는 인간본연의 본능에 충실히 하면서 불고기를 먹는데...... 


더 먹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지 이제 다른 주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불고기 


주꾸미 볶음과 떡볶이를 시키는 것입니다. 

매운 한국의 맛이 그리웠는지, 친구와 친구 남편, 산똘님은 환성을 지르면서 

주문을 하여 먹는데...... 저는 한국에서도 그리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앗! 먹다 보니 블로그에 글 올릴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사진도 못 찍었네요. ㅠ.,ㅠ


그러고 나서, 슬슬 '모둠 고기 시즐러'라는 음식이 나왔습니다. 

'모둠 고기'라는 단어에 환장하여 시켰는데 

이것은 한식인가? 해물과 육류가 섞인 음식으로 남편은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스페인에서는 이렇게 바다 재료와 육지 재료를 섞어서 요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맛은 깜짝 놀랄 맛으로 남편이 아주 좋아했답니다. 


제일 좋았던 것은 각종 다양한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는 것!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 다녀오고 보니, 

어느새 제육볶음도 나와 있더라고요. 


"아니, 우리가 어른이 넷이고 아이들이 넷인데......

아이들은 밥과 구운 김으로도 다 한 공기씩 먹는데 왜 이렇게 많이 시킨 거야?"

이런 탄성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먹은 것이 떡볶이에 주꾸미, 불고기, 김, 밥.... 으응.... 밥은 또 먹지도 않더라고요. 

고기 많이 먹어야 한다고...... 아! 요 사람들 한국인 맞다. 

스페인 남편도 한국인 닮아간다.... 카! 

 


"왜?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온다고? 있을 때 즐기는 거야!" 하고 


마지막 시킨 것이 바로 탕수육이 되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진짜 먹고 싶어 상상만으로도 침을 흘린 음식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 가기 전에 이웃 블로거께서 올리신 포스팅 보고 생각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말이지요. 


아! 외국에서 먹고 싶은 음식은 많은데 배달도 안 되니......

역시 이런 기회에 한식을 많이 주문하여 먹어야지요! 


그런데 결국, 우리는 다 먹지 못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배 터지면서까지는 먹지 않겠지요? 

아깝다. 어떻게 할까? 


즐거워


"어떻게 하긴?! 싸달라고 해야지!"


남편이 당연하다면서 테이크 아웃을 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새해, 호텔에서 전날 밤에 먹은 식은 음식으로 

아침을 밝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남편, 

"나 올해, 한국 가면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올 거야!"

올해 한국 가기로 한 것이 엄청나게 기대되는 얼굴로 저기서 한소리 지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