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고, 이것은 단지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그런 방식이 달라서 의견이 충돌되는 때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바르셀로나에서 겪은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가 많은 우리 가족의 행동이 굼떠 항상 미안하여 한국에서 온 친구 가족에게 먼저 구엘 공원에 가라고 한 뒤 정오 12시에 만나기로 했답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우리는 호텔에서 나와 친구와 만나기로 한 접선 장소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디아고날(Diagonal) 거리에 있던 호텔이라 한참을 가야 했기에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아침 11시 30분
기분 좋게 거리로 나와 택시를 잡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산똘님은 그러네요.
산똘 : 우리가 5인 가족이라 한 택시에 탈 수가 없어. 8인승 택시를 잡아야 할 것 같아.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바르셀로나 택시 정원은 4인이라 소인이라도 머릿수가 많으면 받지를 않습니다. 대신 8인승의 대형 택시가 있어 우리 같은 가족은 편의를 누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8인승 택시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아침 11시 40분
산똘 : 여기서 택시 타면 돌아가야 하니까 바로 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한 블록 지나 택시 잡자.
아니, 10분이나 기다렸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으니 미치겠는 거에요. 접선 장소까지 가려면 촉박한데 말이지요.
나 : 아니, 택시 편의를 위해 좀 걸어가자고? 그럼 택시 타는 의미가 없지. 좀 돌아가더라도 택시 여기서 타자.
산똘 : 더 일찍 갈 수 있을 거야.
스페인은 일방통행이 잦아 큰 아베뉴다(Avenuda)나 디아고날(Diagonal) 등이 아니면 대부분 거리가 일방통행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택시 타기 쉬운 거리에 가자고 제안을 했지요.
아침 11시 50분
더 일찍 갈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한 블록 지나 다음 거리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더 택시가 오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ㅠ,ㅠ
산똘 : 안 되겠다. 조금 위로 올라가 저기 유턴하는 곳에서 택시 잡자.
나 : 또 걸어? 차라리 호텔로 돌아가 콜택시 부르자.
산똘 : 콜택시는 부르는 순간부터 돈이 올라가니 더 비싸......
나: '돈이 들어도 더 편하고 빠르게 택시를 부를 수 있잖아?!' 그래, 금방 잡겠지?
약속시간, 정오 12시
우리는 유턴 장소에서 둘이 갈라져 택시를 기다립니다. 남편은 반대편 도로에서, 저는 이쪽 도로에서 말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형 택시는 오지 않습니다.
산똘 : 우리 이쪽 골목 지나 저 편에서 택시 타자. 지금 보니까 저곳에 엄청나게 많이 택시들이 지나가고 있어!
나 : 아휴! 인간아! 또 걷자고?! 이 남편이! 택시 타는 이유는 걷지 말자고 택시 타는 거야. 차라리 버스를 타지! 이 시간이면 도착하고도 남았겠다.
산똘님 얼굴도 울그락불그락해졌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걷자니 미안하니......
산똘 : 그럼 당신이 해결해, 이번에는......
나 : 알았어!
그래서 제가 한 행동이 멋지게! 손을 휘황차게 올려 지나가는 택시를 쭈욱 세웠습니다.
나 : 우리 여기서 갈라져! 당신은 산들이(첫째딸)와 같이 택시 타고, 난 쌍둥이 데리고 다음 택시 타고 갈게! 알았지? 입구에서 보자구......! 아디오스!
산똘 : 헉?!
나 : 당신, 택시는 일단 잡고 보는 것이 최고야.
산똘 : 문제가 이렇게 빨리 해결 되다니?!
나 : 택시 타는 게 뭐야? 시간 절약하고 걷지 말자고 타는 거야. 그깟 몇 유로 더 낸다고 난 이렇게 돌아가지 않아. 걷지도 않고...... 빨랑 빨랑 가!
아이고, 문제는 이렇게 해결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우리 가족은 자주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한 예
그런데 이런 택시 잡는 것에서도 참으로 큰 생각의 차이가 보인답니다. 유럽이라는 곳이 왜 그렇게 행정 처리도 느리고, 돌아서 돌아서 돌아가는지...... 여러분이 아니라고 하셔도 제가 스페인에 살면서 느낀 점은 쉬운 일도 어렵게 생각하여 일이 더디게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뭐, 위의 예는 생활의 예이며, 개인의 차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똘님은 워낙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타입이라 이것저것 생각을 아주 많이 하는 것이 장점이자 흠이 된답니다. 반면, 저는 민첩하게 '바로바로', '빨리'의 특성을 부려, 많이 생각해야 할 것도 놓치는 경우도 있답니다.
동전 절약한다고 주차할 곳 찾아 헤매이거나, 그럴 때는 기름값이 더 나간다는......
마음에 드는 옷이나 신발을 사고 싶어 가게로 들어가려하면, 세일을 기다리라는 둥, 세일 되어 다시 가면 그 물건은 온데간데없고 ... 그렇게 한 해가 또 가고......
한마디로 사소한 것에 목숨거는 느낌이 난다 이겁니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하여 접선장소에 12시 30분에 도착하였답니다.
아흐......! 약속은 칼인데...... 저도 스페인 살면서 약속 장소에 제시간에 못 나타나는 그런 느림보가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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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많은 분께 드릴 수는 없고, 선착순 10분...... 그래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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