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제 남편, 산똘은 흥분한 얼굴로 기쁘게 소식을 전했습니다.
"마침내 우리가 살 집을 찾았어!"
우리 부부가 언제나 원하던 시골생활을 꿈꾸던 차에 반가운 소식에 달려가 봤더니, 우와! 우리가 살 집이 아주 반길만한 환경에 있지는 않았답니다. 아무리 싸도 그렇지, 아무리 시골집이라도 그렇지 단돈 600만 원 밖에 안 된다니!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지요.
들어가는 입구에서 보면 환상적인 스페인 내륙의 전형적인 돌집이었습니다. 우와, 이국에서의 낭만적인 시골 생활이라니! 시골에서 여유롭게 채소 재배하고 도자기를 구우면서 사는 것이 제 꿈이었는데요, 막상 현실로 다가온 이 꿈이 그때는 참 생소하기만 했답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서 보면 으악, 이것은 무엇이냐? 전기도, 수도도, 화장실도 없는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사는 곳인가, 의구심에 가득 찼었답니다.
들어가는 현관, 돌로 된 문미에 새겨진 1812! 이 집이 지어진 연도를 뜻했습니다. 1812년에 지어졌으니 지금으로부터 207년 전, 참나무가 많은 이곳에 정착하기로 한 가족이 만든 집이지요. 그래서 이 집 이름도 참나무집! 그 가족은 지금 비스타베야 마을에 살고 있고 이 집은 여러 해 방치되어 있었답니다. 우리는 친구가 산 이 집을 아주 싼 값으로 사게 되었답니다. 예전에 도박 하던 이 집 삼촌 소유의 집이었다네요. 도박 갚을 돈이 없어 팔았다네요. 그리고 몇십 년이 흐른 후...... 방치되어 있다 친구 손으로 갔다 우리 손으로 들어온 집이랍니다.
벽과 지붕이 다 허물어져 있었고, 집 내부는 이렇게 골격만 있는 형태였답니다. 지붕 위 서까래가 다 무너진 곳은 옛날에 마구간으로 쓰인 곳이었지요. 그리고 간신히 골격만 남아있는 집안 내부는 저렇게 위험하게 버티고 있었답니다. 저런 집을 우리 손으로 다 수리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죠? 지금 제가 봐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말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바닥이 낮아서 저렇게 두두두두 드릴로 땅을 파줬습니다. 모계암반이 있어 그것까지 좀 깎아줬지요. 산똘 키가 너무 커서 옛날 집은 머리가 다 닿을 정도였으니...... 우린 거의 50cm는 파준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돌이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집수리하는 주재료는 다름 아니라 돌이었답니다. 돌과 회반죽으로 살아 숨 쉬는 집을 지었답니다. 시멘트는 NO! 저도 벽돌&미장 직업학교에서 2년 정도 일하면서 배운 기술로 저렇게 집을 지었답니다. (나 살다 살다 스페인에서 정말 여러 학교에서 여러 가지 배우면서 살았네!)
다음에 우리 집수리하는 과정에 대해 포스팅을 쓰고 싶은 생각이 막 이네요. 기록도 해둘 겸,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허물어진 집에서 뭐가 발견되었을까요? 사실, 발견될 만한 것도 없었답니다. 친구가 1차로 싹쓸이 정리를 해줬으니 저 터에서 뭐가 발견되겠어요?
그런데 땅을 파고 서까래 정리하면서 보니 그래도 작은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뭐, 대부분이 옛날식 못들이었는데요, 우리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우리 집 천장 서까래에 박아 놓았습니다. 못 박는다는 것이 좀 풍수지리적으로 안 좋아보여 처음엔 꺼려했는데 남편은 뭐가 어때? 고풍있잖아? 하면서 박아놓았는데 꽤 쓸모가 있었답니다.
집 현관, 들어오는 천장에 박아놓은 오래된 못이 아주 쓸모있었습니다. 우리는 쓰지 않는 바구니를 달아놓거나, 작은 물건을 달아놓는 데에 사용했답니다. 옛날 못은 아주 어른 손가락처럼 굵었고요, 대장장이가 잘 단조하여 만든 것처럼 결이 공장에서 나온 것처럼 매끈하지 않았지요. 저기 동그란 문고리도 이곳 흙더미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살다살다 못이 이렇게 고풍스럽게 예뻐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허브를 메달아놓기도 했답니다.
이 사진에서는 좀 잘 관찰할 수 있겠죠?
한국에서 가져온 풍경도 달아놓고...... 이 집에는 정말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이도 달려있답니다. ^^ 나중에 우리가 죽고 이 집에 살 사람이 아마 한국 풍경을 발견하고 엄청나게 좋아하겠지요? 이런 상상을...... ^^
그리고 더 발견된 것들은? 역시나 이렇게 땅에 묻혀있기를 좋아하는 철근들이었답니다.
장못과 검들, 그리고 쟁기용 화살(?)이 있었습니다. 대못은 어디에 사용하는지 몰랐는데, 산똘님 말을 들어보니 두꺼운 문을 만들어 연결할 때 주로 저런 못을 사용했다네요. 못은 위의 사진 왼쪽밑에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검 두 개가 있죠? 검의 왼쪽에 희한한 물건도 있는데 이것은 수발총에 해당하는 부위라고 합니다. 하나는 긴가민가.......
수발총요? 저도 몰랐는데요, 이 검은 1800년대 나온 총으로 그 당시 사냥이나 수렵 등에 유용하게 쓰였다네요. 이해가 안 가는 분을 위해 스페인의 대표 화가, 고야의 그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1808년 5월 3일]이라는 작품입니다. 나폴레옹이 쳐들어 와, 스페인 왕을 프랑스인으로 올리고자 했을 때, 마드리드 군중이 그것을 알고 항거하며 스페인을 지켜냈습니다. 그때도 윗선들은 손 놓고 있는데, 이 민중들은 대대적인 항거로 많은 이들이 희생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스페인에서는 5월 3일이 꽤 의미있는 날로 여겨진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폴레옹 군대가 가지고 있는 저 총 부류의 총이 바로 우리 집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아니, 다시 말씀드리자면, 총 본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그 부속품 칼과 화약 장전용 부품이 발견되었지요. 짐작하건대, 우리 집에서 나온 것은 1800년대 나폴레옹 이후, 다양한 형태로 대중화 된 것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사진 출처 www.ibiblio.org]
집이 1812년에 지어졌고, 이 집이 빈 시기는 1900년대이니 그것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느 독자분께서 제보해주신 정보를 첨가하면......
위의 검은...... 구멍이 뚫린 것은 Mauser model 1916 총검으로 보이고, 구멍이 뚫리지 않은 건 M1898 -05 butcher 총검으로 보인다고 하시네요.
구멍 뚫린 마우저 총검은 1차 대전 당시 쓰던 것이고, 구멍이 뚫리지 않은 총검은 1차 대전 이전부터 대전 이후까지 죽 사용되던 것입니다. 아마도 스페인 내전 당시, 둘 다 사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민전선 쪽과 프랑코 군 모두 사용했던 것으로......
위의 정보도 있으니 참고하여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는 알 수 없네요. 하지만 독자님이 군용칼을 수집하는 분이시라 더 정확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금은 녹쓸어 이렇게 밋밋한 형태로 남아있는 칼입니다. 들어봤더니 어찌나 무거운지...... 옛날 사람들 대단했다. 이렇게 무거운 것 들고 사냥을 가다니!!! 했었죠. 이곳에서 무슨 사냥이냐구요? 멧돼지 출범 지역이 참나무가 잘 자라는 지역입니다. 왜냐하면? 멧돼지가 아주 좋아하는 것이 도토리와 참나무 뿌리, 참나무에서 나는 트러플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정말정말 무거운 쟁기. 아마도 소나 당나귀, 말 뒤에 달아 끌고 가지나 않을까 싶어요.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무거워 과연 어떤 식으로 쓰였을까...... 정말 궁금하답니다. 이것도 여러 쟁기기구의 한 부품으로 추정됩니다.
엄청나게 큰 못!
그리고 또 흙더미에서 의외로 발견된 것들이 있습니다. 터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았는데, 무너진 천장 더미와 가축의 배설물 등을 치우면서 발견한 것이 소소한 가정용품이었답니다.
에스파르토(esparto, 식물 아프리카 수염새)라는 식물로 만든 부채입니다. 처음에 발견했을 때는 엄청나게 시커매서 이것이 뭔가 했었지요. 촘촘이 잘 짜여진 이것이 아주 튼튼한 것이 놀라웠을 따름입니다. 이 부채는 무슨 용도였을까요?
이것은 화덕에 불을 키우기 위해 쓰인 부채였답니다. 이것으로 부쳐주면 불이 활활 타올랐지요.
화분을 담아놓은 저 청동기(?) 그릇...... 이것도 화덕이나 벽난로 등지에 달랑달랑 메달아놓고 사용하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것은 보흐(boj, 회양목)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포크.....! 옛날 스페인에서는 메탈식 숟가락과 포크가 대중화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무로 만들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손으로 심지어 밥을 먹을 정도였다고 페페 아저씨가 한 번은 말씀해주셨는데요, 믿어지지 않아 에이! 한 적이 있었어요. 조선시대에도 우리 민족은 메탈 수저를 사용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제게 이런 말을 해주셨으니...... 아마도 동서양 가리지 않고 서민들은 가난하여 이런 식으로 수저를 만들어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발견했을 당시 이끼가 약간 끼고 시커매서 버리려하다 잘 씻어보니 이렇게 윤택이 좌르르르!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이 나무가 엄청나게 튼튼하답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도 보흐 나무로 만든 주걱을 사용하시는데, 불에 태워도 쉽게 타지 않아 아주 오래 사용하신답니다. 무려 지금 시어머니께서 사용하는 것은 15년 이상 된 나무 주걱...... 정말 신기해요. 나무가 이렇게 오래간다는 것이......! 그러니 위의 것은 엄청나게 오래된 것이지요!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금속용 식사도구가 (대중화 되어) 나오는 1900년대 전이란 것은 어림짐작 추측이 갑니다.
산업혁명이 일고 각 가정마다 유용한 용품이 부족함 없이 넘쳐 나오기 전에 나온 듯합니다. 신기하지 않으세요?
가끔 집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숨 쉬는 이곳에서 숨이 퍽 막히면 옛날에 쓰던 물건 조각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옛날 사람들이 쓰던 도자기 조각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돌담 사이에서 곡물 자루도 발견된 적이 있었답니다.
스페인 내전 때 음식을 숨겨놓고 그렇게 서민들은 살았던 것 같아요.
또 사냥하다 떨어뜨리고 놓고 간 탄환껍질 같은 것도.....
신기한 것들이 가끔 눈에 나타나면 우리는 상상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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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전국 서점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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