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선입견 깨는 남편의 기발한 행동!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4.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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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편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이렇게 제 선입견을 팍팍 깬 사람도 없어 놀라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산똘님은 참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저를 너무 놀라게 해주었기 때문에 가끔 이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생활 철학이 남달라 그런 것인지...... 종종 아리송할 때도 있답니다. 뭐 주위에 이런 분들이 가끔 계시겠지요? 


오늘은 남편이 한 남다른 행동 중, 제가 놀란 세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매번 놀라는 행동을 많이 하는데 그중 제가 놀란 것은...... 



① 차 타고 가다 도로 가에서 발견한 죽은 동물에 대한 생각의 차이


자연공원이 있는 스페인, 비스타베야의 한적한 도로 가에서도 야생 동물은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러다 운이 나빠 우연히 지나가는 차에 치여 죽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 대표적인 동물이 뱀, 어린 새, 토끼입니다. 어떤 이는 야생 돼지마저 치여 죽게 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것은 그리 흔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차를 몰고 가던 남편은 이런 동물만 보면 차를 어김없이 멈춥니다. 


끼이익! 


"아니, 왜 차를 멈추지?"

"얘들아, 다 내려!"

"........?"


산똘님은 차에서 아이들을 내리게 한 다음, 죽은 동물에게 다가갑니다. 특히 뱀이 치여 꿈틀댈 때는 아이들을 오지 못하게 하고, 먼저 다가가 살펴봅니다. 그러더니 부릅니다. 

"이리 와 봐. 이것은 뱀인데 별로 나쁜 뱀은 아니야." 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줍니다. 


남편은 그럽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동물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을까? 이런 때를 이용해야지."


(위 사진의 뱀은 독사)


오오! 그래,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이런 아이들 교육도 좋지만...... 가끔 토끼라도 치이면 상태를 잘 살펴보고 남편은 그럽니다. 


"이거, 우리가 먹자. 왜? 어때서? 머리가 치였는데, 몸통은 괜찮잖아. 아침에 치여 죽었으니 상태도 아주 좋아. 불쌍하잖아. 이렇게 죽고...... 우리가 영혼 달래면서 먹자."


헉? 이럴 때면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② 야생에서 발견한 동물 해골에 대한 생각의 차이 


헉? 동물 해골? 으아아악!

하실 분도 있겠습니다. 

제가 그랬으니 말입니다. 산책하다가도 무슨 죽은 동물의 뼈다귀를 보는 눈도 참 남다르답니다. 저는 본 척 만 척하는 일도 남편은 아주 유심히 살펴봅니다. 네, 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동물의 뼈를 자세히 보겠어? 이런 말로요.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것이 동물의 뼈도 아름답다면서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번은 염소 해골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헉? 이것으로 무엇하려고? 


시커멓고 볼품없는 염소 해골로 뭘 하려는 걸까요? 


그런데 남편은 그것을 하얗게 변신을 시키더군요. 팔팔 끓는 표백제 물에 잠깐 끓여주고 냄새를 없애서 보기 훌륭한 염소 해골을 완성했습니다. 집 들어오는 현관에 달아놓고 그럽니다. 


"아! 자유로운 야생의 염소가 우리 집을 보살필 거야."


헐? 야생의 염소 해골이? 이럴 때는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남편의 깨는 행동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제가 염소자리라 특별히 염소를 좋아하여 그랬죠. "그래, 멋지긴 멋지다. 험한 인생, 스스로 개척하여 나아가는 꿋꿋한 산양의 기운이 스며들면 좋지!" 하고 말이지요. 위의 사진의 산양이 주인공입니다. 뿔의 검은 부분은 빼고 표백을 해서 흑백 대비가 아주 훌륭합니다. 




③ 유효기간 지난 음식물에 대한 처리 방법 차이 


우리가 돼지 잡는 날에 돼지 껍질과 비계를 염장하여 달아놓고 줄곧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딸들은 이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먹지 않았습니다. 남편 혼자 먹어치우니 진도는 늘지 않고, 그만 유효기간을 넘게 되었습니다. 이 돼지비계를 도대체 어디에 써야 할까? 남편은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버려!"

제 입에서는 스스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아니면, 닭이나 고양이한테 줘버리지?"

그런데 남편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동상이 되어 고개만 내젓습니다. 

"안돼! 동물들이 먹기엔 너무 짜!"


그러더니 어느 날, 남편은 좋은 생각이 났다면서 조금씩 자르기 시작합니다. 

"잘 됐다. 연료로 쓰자!"

헐? 연료? 

이럴 땐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돼지비계니까, 열량이 엄청날 거야. 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데 한몫 할 것이야."

그러더니 난로에 집어넣어 불태웁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나무보다 훨훨 잘 타는 것이 식겁했습니다. 


열량 많은 비계를 태우다 다시 꺼내 한 점 먹어보는 남편, 

"아니, 맛이 없군!"

미련을 없애고 이런 확신이 들자, 난로에 활활 태웁니다. 



"거 봐. 열량 많다니까!" 

역시, 남편의 선입견 깨는 행동들은 절 이렇게 놀라게 한다니까요. 



이렇게 가끔 선입견 깨는 남편의 생각과 행동은 저를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합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선입견은 선입견일 뿐, 처음이 어렵지, 적응되고 익숙해지니 이런 것들이 다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의 전환과 행동의 전환이 이루어지니 그저 신선하기만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틀에만 박혀 살았다면 너무 억울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틀을 벗어나 고유의 생활 양식을 배우는 것도 참 좋다는 마음이 든답니다. 시야를 넓혀주는 남편의 깨는 행동들, 밉지가 않네요. 


여러분, 엉뚱한 산똘님의 행동, 정말 재미있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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