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남편이 점점 한국인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산들무지개 2015. 10. 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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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전에 비해 블로그에 자주 들를 수 없어 이렇게 오랜만에 블로그로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불과 어제도 포스팅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만큼 소통을 위한 답글이 늦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 일이 바빠져 저는 우리 집 채소밭에 전혀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틀이 멀다 하고 산똘님은 제게 남편이 '풀'이라고 말했던 채소를 갖다 줍니다. ㅠ,ㅠ 


참 재미있게도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전에는 동물이나 먹는 '풀'이라고 했던 무청에 반하여 매일 무를 솎으면서 무청을 가져온답니다. 


"아깝잖아~!" 

이런 소릴 하면서 말입니다. 

아니, 이 남자가 풀이라고 했던 채소가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깝다면서 한 보따리 가져올 때마다 전 놀랍니다. 


"과연,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왜? 무 이파리를 삶아놓고 냉동해놓으면 겨울에도 먹을 수 있고, 시래기로 말리면 또 먹기 좋고, 이렇게 연할 때는 김치를 만들면 좋잖아~! 게다가 한국 손님들 오면 이거 대박이던데, 버리기 정말 아깝잖아~!" 그럽니다. 


아~! 이 외국인 남편이 마치 한국 사람처럼 보입니다. 



동물에게나 주는 풀을 이제 먹거리로 보는 남편이 새삼스럽게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비스타베야에서는 이웃들이 이 이파리를 동물에게 먹이로 준답니다. 지난번 빨강무 시즌이 끝나고 이번에는 흰무 시즌이 다가왔는데......  



제가 일이 많아 제대로 이파리 처리를 못 했습니다. 

남편은 그래도 무청을 집으로 가져옵니다. 



스페인 고산에 들른 한국 손님들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랍니다. 시래기 된장 무침을 하니 손님들이 아주 좋아하셨답니다. 외국인 남편은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한국 손님들 모습을 보고 이 무청을 꼭 손질하여 저장하기로 했답니다. ^^*

아이들도 연한 무청으로 열무김치(?)를 만들었더니 너무 좋아하고요. 

심지어 만세 살인 사라는 무청으로 국을 끓여도 아주 잘 먹어서 참 다행이었답니다. 

 


제가 일이 많아 시들 때까지 무청 처리를 못 했더니 남편이 드디어 나섰습니다. 

끓여서 냉동보관하겠다고...... 


가끔 보면 이 사람, 정말 스페인 사람인지 의아할 때가 있어요. 

이런 소소하면서도 생소한 이국의 문화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보면 참 놀랍기도 하답니다. 어쩌면 부부란 이렇게 문화를 초월하여 (상대방과 상대방의 문화에서) 좋다고 여겨지는 이런 소소한 것들을 받아 들이고 함께 나누며,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 조절해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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