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클수록 이렇게 달라요!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9.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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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쌍둥이 공주가 "으앙!"하고 첫울음으로 세상의 무게를 더한지 어언 35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을까요? 공주들이 유도 분만으로 태어나 서로 살기 위해 경쟁을 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소리입니다. (사실 뱃속에서도 경쟁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태어났다고 해서 아이들이 똑같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요.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란성일 가능성이 더 많답니다. 2 융모막 2 양막이니까요. (이 경우에는 이란성 확률이 높답니다.)


아무튼, 늦은 나이에 낳은 이 아이들은 뱃속에서도 꿋꿋이 잘 견디어냈답니다. 38주까지나 나올 생각을 하지 않다니?! (사실, 미숙아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답니다. 그런데 몸무게가 20킬로나 늘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유도 분만을 했지요.) 


요즘 요 쌍둥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만 3세가 되는 해에 유아 학교에 간답니다. 


참.... 요것들을 지켜보니 마음의 희로애락이 오가면서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벌써 이렇게 학교에 가게 되나? 아직 말도 못하는데 학교에서 잘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요 둘의 차이를 확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 간의 성장기를 짧게 같이 살펴보실까요? 


처음 났을 때는 누리가 30분 일찍 태어났어요. 양수를 먼저 터트려 출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지 참 무서움을 많이 탄답니다. 반면, 사라는 엄마와 떨어져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누리(왼쪽)와 사라(오른쪽)


태어났을 때는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44ㅏ고 하더니......




 

보는 것도 같은 것을 보고, 같이 반응만 하던 아기들


목욕하고 먹이던 그 시절이 참 금방 지나갔다는..... 

실상은 아주 힘든 날들이었는데, 영원 같던 그 시절이 참 쉽게도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처음으로 기기 시작할 때는......


엄마 앞으로 누가 제일 먼저 도착할까? 경쟁 덕분일까요? 글쎄 우리 사라는 문어 스타일 엉덩이 기기를 했답니다. 누리는 모범 네 다리(?) 기기를 했고요. 참 재미있는 두 아이의 차이점이랍니다. 


비디오를 한 번 보실래요? 

사라가 열심히 문어발 엉덩이 기기를 하는 동안, 누리는 모범 네 발(?) 기기를 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들의 비디오에요. 

(저 당시 집안이 어수선한 점 예쁘게 봐주세요. 아이들 키우느라 집 안 청소는 거의 못했답니다. )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사라에게 "엄마 따라 해봐!" 하면서 단어를 발음하잖아요? 그럼 사라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따라 한답니다. 


돌, 도오올

나무, 나므

언니, 온니

눈, 넌

코, 코

입, 입

턱, 툭


그런데 누리는 서당개 삼 년 스타일입니다. 무조건 "노(NO)"

사라가 엄마와 같이 학습하는 동안 누리는 곁에서 듣다가 어느 날 햇볕이 쨍하고 뜨는 것처럼 단어를 입에서 내뱉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안 배우면서도 다 알아듣는 이 녀석! 


오늘 누리에게 아빠가 스페인어로 따라 해보라고 했어요.


"펠로따!"  누리: 고오옹(공)! (pelota: 공)

"플로르!"  누리: 꼬오옻(꽃)! (flor: 꽃)


이 아이는 스페인어 발음은 어려운지 다 한국말로 하더군요. ^^

 


음식 취향도 이렇게 다를 수가!!!!


사라는 음식을 한꺼번에 입속에 쑥쑥 넣어 먹지는 않고, 언제나 엄마가 먹여줘야 잘 먹습니다. 그런데 누리는 엄마 손이 거의 필요 없을 만큼 기운차게 먹는답니다. 말 그대로 기운차게 먹어대어 그런지 아주 단단한 느낌이 든답니다. 



왼쪽은 사라, 오른쪽은 누리입니다. 


사라는 언제나 먹을 것을 남들이 다 먹을까 봐 걱정하면서 

다 모아두고 쌓아두기를 좋아한답니다. 

반면, 누리는 가진 것 하나 다 먹고, 그 후에 더 달라고 조른답니다. 



지난번 호박 크림 수프를 했을 때, 사라는 끝까지 다 잘 먹었는데요, 

누리는 먹기 싫다고 끝까지 버티더라구요. 



결국, 누리에게 크림 수프는 돌아가지 않았고, 

저런 식으로 어른이 먹는 쌈을 즐기더라구요. 

이 아이는 상추 쌈, 오이 찍어 먹기 등을 엄청나게 좋아한답니다. 

식욕도 대단하여 볼수록 흐뭇합니다. ^^



사라는 주는 대로 나름대로 다 잘 먹습니다. 그런데 누리는...... 글쎄, 한국식으로도 아주 향토적 스타일입니다. 된장과 김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구수한 된장국도 좋아해서 서양식 크림 수프를 하면 뭐여? 느끼한걸.... 하는 듯 먹질 않습니다. ㅠㅠ



애착 정도도 이렇게 달라요. 


사라는 인형과 이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애착형 아이랍니다. 반면 누리는 엄마가 인형이 되어줘야만 하지요. 밤마다 엄마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면서 엄마도 챙깁니다. 엄마를 폭 안고 자는 것을 좋아하지요. 사라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애교 가득, 웃음 가득합니다. 그래도 잘 때는 목 비틀어진 곰돌이를 꼭 안고 잔답니다. 




왼쪽은 누리, 곰돌이 인형 가진 아이는 사라



오늘 학교에서 색칠한 그림을 가져왔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더라구요. ^^




사라의 색칠: 아흐! 예술성이 넘쳐난다! 



누리의 색칠: 조곤조곤 앉아서 소극적으로 색칠한 모습, 

하도 답답하니 선생님이 옆에서 같이 도와주었답니다. 



참...... 신기한 것은 누리가 먼저 태어났는데 

천성이 사라를 걱정해주는 스타일이란 것입니다. 

사라 밥 챙겨줘야 하고, 사라 잘 재워야 하고, 사라, 사라, 다..... 사라

걱정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아프리카 어느 종족은 쌍둥이 첫째를 가디언이라고 하지요?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라네요. 

언제나 길을 열어주고 사라 걱정 많이 하는 누리, 천성이 참 신기합니다. 


두 아이는 여전히 스페인어나 한국어를 몇 마디밖에 하지 못한답니다.

그런데 둘 만의 언어가 있어 매일 매일 수다로 뭐라고 떠들어댄답니다. 

우리는 해석하기 엄청나게 어려운 언어라지요. 


                                          

아이들과 닭장에 갔다 마주친 양 떼입니다. 

쌍둥이 공주들이 아주 좋아했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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