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쌍둥이 공주가 "으앙!"하고 첫울음으로 세상의 무게를 더한지 어언 35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을까요? 공주들이 유도 분만으로 태어나 서로 살기 위해 경쟁을 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소리입니다. (사실 뱃속에서도 경쟁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태어났다고 해서 아이들이 똑같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요.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란성일 가능성이 더 많답니다. 2 융모막 2 양막이니까요. (이 경우에는 이란성 확률이 높답니다.)
아무튼, 늦은 나이에 낳은 이 아이들은 뱃속에서도 꿋꿋이 잘 견디어냈답니다. 38주까지나 나올 생각을 하지 않다니?! (사실, 미숙아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답니다. 그런데 몸무게가 20킬로나 늘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유도 분만을 했지요.)
요즘 요 쌍둥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만 3세가 되는 해에 유아 학교에 간답니다.
참.... 요것들을 지켜보니 마음의 희로애락이 오가면서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벌써 이렇게 학교에 가게 되나? 아직 말도 못하는데 학교에서 잘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요 둘의 차이를 확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 간의 성장기를 짧게 같이 살펴보실까요?
처음 났을 때는 누리가 30분 일찍 태어났어요. 양수를 먼저 터트려 출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지 참 무서움을 많이 탄답니다. 반면, 사라는 엄마와 떨어져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누리(왼쪽)와 사라(오른쪽)
태어났을 때는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44ㅏ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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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기기 시작할 때는......
엄마 앞으로 누가 제일 먼저 도착할까? 경쟁 덕분일까요? 글쎄 우리 사라는 문어 스타일 엉덩이 기기를 했답니다. 누리는 모범 네 다리(?) 기기를 했고요. 참 재미있는 두 아이의 차이점이랍니다.
비디오를 한 번 보실래요?
사라가 열심히 문어발 엉덩이 기기를 하는 동안, 누리는 모범 네 발(?) 기기를 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들의 비디오에요.
(저 당시 집안이 어수선한 점 예쁘게 봐주세요. 아이들 키우느라 집 안 청소는 거의 못했답니다. )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사라에게 "엄마 따라 해봐!" 하면서 단어를 발음하잖아요? 그럼 사라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따라 한답니다.
돌, 도오올
나무, 나므
언니, 온니
눈, 넌
코, 코
입, 입
턱, 툭
그런데 누리는 서당개 삼 년 스타일입니다. 무조건 "노(NO)"
사라가 엄마와 같이 학습하는 동안 누리는 곁에서 듣다가 어느 날 햇볕이 쨍하고 뜨는 것처럼 단어를 입에서 내뱉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안 배우면서도 다 알아듣는 이 녀석!
오늘 누리에게 아빠가 스페인어로 따라 해보라고 했어요.
"펠로따!" 누리: 고오옹(공)! (pelota: 공)
"플로르!" 누리: 꼬오옻(꽃)! (flor: 꽃)
이 아이는 스페인어 발음은 어려운지 다 한국말로 하더군요. ^^
음식 취향도 이렇게 다를 수가!!!!
사라는 음식을 한꺼번에 입속에 쑥쑥 넣어 먹지는 않고, 언제나 엄마가 먹여줘야 잘 먹습니다. 그런데 누리는 엄마 손이 거의 필요 없을 만큼 기운차게 먹는답니다. 말 그대로 기운차게 먹어대어 그런지 아주 단단한 느낌이 든답니다.
왼쪽은 사라, 오른쪽은 누리입니다.
사라는 언제나 먹을 것을 남들이 다 먹을까 봐 걱정하면서
다 모아두고 쌓아두기를 좋아한답니다.
반면, 누리는 가진 것 하나 다 먹고, 그 후에 더 달라고 조른답니다.
지난번 호박 크림 수프를 했을 때, 사라는 끝까지 다 잘 먹었는데요,
누리는 먹기 싫다고 끝까지 버티더라구요.
결국, 누리에게 크림 수프는 돌아가지 않았고,
저런 식으로 어른이 먹는 쌈을 즐기더라구요.
이 아이는 상추 쌈, 오이 찍어 먹기 등을 엄청나게 좋아한답니다.
식욕도 대단하여 볼수록 흐뭇합니다. ^^
사라는 주는 대로 나름대로 다 잘 먹습니다. 그런데 누리는...... 글쎄, 한국식으로도 아주 향토적 스타일입니다. 된장과 김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구수한 된장국도 좋아해서 서양식 크림 수프를 하면 뭐여? 느끼한걸.... 하는 듯 먹질 않습니다. ㅠㅠ
애착 정도도 이렇게 달라요.
사라는 인형과 이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애착형 아이랍니다. 반면 누리는 엄마가 인형이 되어줘야만 하지요. 밤마다 엄마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면서 엄마도 챙깁니다. 엄마를 폭 안고 자는 것을 좋아하지요. 사라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애교 가득, 웃음 가득합니다. 그래도 잘 때는 목 비틀어진 곰돌이를 꼭 안고 잔답니다.
왼쪽은 누리, 곰돌이 인형 가진 아이는 사라
오늘 학교에서 색칠한 그림을 가져왔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더라구요. ^^
사라의 색칠: 아흐! 예술성이 넘쳐난다!
누리의 색칠: 조곤조곤 앉아서 소극적으로 색칠한 모습,
하도 답답하니 선생님이 옆에서 같이 도와주었답니다.
참...... 신기한 것은 누리가 먼저 태어났는데
천성이 사라를 걱정해주는 스타일이란 것입니다.
사라 밥 챙겨줘야 하고, 사라 잘 재워야 하고, 사라, 사라, 다..... 사라
걱정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아프리카 어느 종족은 쌍둥이 첫째를 가디언이라고 하지요?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라네요.
언제나 길을 열어주고 사라 걱정 많이 하는 누리, 천성이 참 신기합니다.
두 아이는 여전히 스페인어나 한국어를 몇 마디밖에 하지 못한답니다.
그런데 둘 만의 언어가 있어 매일 매일 수다로 뭐라고 떠들어댄답니다.
우리는 해석하기 엄청나게 어려운 언어라지요.
아이들과 닭장에 갔다 마주친 양 떼입니다.
쌍둥이 공주들이 아주 좋아했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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