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참나무집의 일상, 고산평야에서 맞는 자연과 동물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9. 2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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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나와~! 

신나는 포스팅 거리 줄까? 

한국에서 대박 날 포스팅!!!


남편이 더 신나 저를 막 부릅니다. 


왜? 뭐가 대박 날 포스팅 거리야? 


응, 양떼 중 늙은 양이 죽어서 누워 있는 모습이야. 


헉?! 남편? 그게 어째서 대박 날 포스팅이야? 


가끔 스페인 남편은 이렇게 아내의 블로그에 올릴 포스팅을 줄기차게 제안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한국인이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소재만 잔뜩 줍니다. 왜 한국인은 이런 이국의 생활모습에 관심을 두지 않느냐고 말하며 남편이 좀 걱정스럽게 간섭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우리 독자님들 엄청나게 좋아해......" 라고 말은 했지만......


동물과 자연 관련 이야기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닌데...... 그래도 남편은 지극히 자연적인 인생사의 한 부분이 사실은 휘황찬란한 도시적 생활보다 흥미롭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하긴, 각자의 관심사에서만 어떤 부분들은 가치가 있겠지요? 


요즘은 너무 편해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원하기만 하면 램프 속 지니의 요술처럼 척~하고 이루어지는 세상입니다. 물론 소비문화에서는 말이지요. 돈만 있다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또 몸으로 노동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희한한 세상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누구는 죽도록 땅 파고 일해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없고, 누구는 뭘하는지는 몰라도 어떻게 5분 안에 떼돈 버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지...... 


앗! 남편에게 다가가 봅니다. 과연, 양이 왜 저렇게 돌담가에 죽어있는지...... 



양무리에서 지친 양이 더는 길을 못 가고 길 위에서 쉬다 죽었네요. 양치기 아저씨도 죽은 양을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들판에 두고 갔습니다. 나중에 차를 몰고 오셨다고 했는데, 남편은 그랬다네요. 괜찮다고...... 안데려가도 괜찮다고...... 


오히려 저 넓은 들판에 두면 까마귀 떼가 오고, 독수리와 매가 오지 않을까 좋아하더라고요. 

공생하는 이 지구, 자연 안에서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을 왜? 



고산평야의 밀을 다 수확한 들판이 황량합니다. 

죽은 양을 들판 한복판으로 끌고 가 남편은 땅과 하늘을 번갈아 가며 보고 있습니다. 

자기가 티벳인인가? 죽은 육신을 저 넓은 들판에 두고 독수리와 매가 와 한 점 먹는 모습이 보고 싶다네요. 양이 죽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자면서 말입니다. 


양치기 아저씨 라몬은 현실적인 충고를 해줍니다. 

"저거 며칠 지나도 매가 오지 않으면 냄새 엄청나게 진동할 거야."


우리 참나무집과 좀 떨어져 며칠 지나도 자세한 소식은 못 봤습니다. 

남편은 회사 오가면서 관찰을 했는지...... 


까마귀 떼가 먼저 날아와 양을 뜯어먹고, 까마귀의 반사된 날개를 본 매와 독수리가 와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며칠 후에, 들판의 흙을 다 뒤집는 기계가 돌더니 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답니다. 



요즘 우리 집 칠면조가 잘 크고 있습니다. 네 마리 칠면조는 살을 찌우고,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작은 칠면조 병아리는 알에서 나와 잘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엄마는 암탉인데, 칠면조 새끼가 자기 새끼인 줄 알고 계속 보살펴줍니다. 암탉이 알을 품을 때 여러 개의 알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이웃집에서 얻어온 칠면조 알을 암탉 몰래 쏙 넣어뒀는데, 다른 알에서는 병아리가 나오지 않고 요 칠면조만 나왔네요. 


가만 잘 살펴보니 동물 세계에서는 이 모성이 인간 못지않게 대단합니다. 

오히려 자기 새끼가 아니어도 잘 품어주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우리 집 암탉이 그렇고, 우리 집 암코양이가 그렇습니다. 자기 새끼 아닌 놈들도 다 거두어 젖을 주니......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새끼 고양이 뻬께닌입니다. 

뻬께닌~! 아이들이 들었다 놨다, 정말 고생이지만 어쩐지 아이들이 하는 짓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 뻬께닌도 이제 아이들이 학교 갔다 오면 꼬리를 올리면서 야옹~ 뛰어옵니다. 신기한 녀석들...... 


우리는 자연 안에서 이렇게 공생하면서 사는데......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이죠? 



앗! 위의 사진은 며칠 전, 산행 중 제가 발견한 야생 양송이버섯입니다. 이웃이 들고 포즈를 취해주셨습니다.  

얼마나 크던지......! 

이렇게 사람 머리만 한 버섯이 무리를 이루어 옹기종기 앉아 있어 도대체 무슨 버섯이야? 하며 다가갔더니...... 우와!!! 양송이버섯~! 저렇게 큰 버섯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것이라...... 좀 충격받았어요. 


조심스럽게 몇 개만 잘라 와 양송이 크림 파스타 요리를 해먹었어요. 남편이 그러네요. 

"내가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던 버섯이었어~!" 


이런 버섯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세상은 신비한 것투성이고, 그야말로 우리는 오묘한 세상에 살고 있네요. 정말 신비하고 신기한 세상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 보이는 세상 말이에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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