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주말에 자연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특별한 경험

산들무지개 2015. 10.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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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나무집] 근처에는 발렌시아 사람들의 로망인 페냐골로사산이 우뚝 솟아있답니다. 이곳은 자연공원이며 철새 서식지로 유명하답니다. 또한, 정상은 1,814m로 날씨 좋은 날에는 멀리 지중해 섬까지 보일 정로로 확 트여있답니다. 정상의 한 면은 아름다운 절벽으로 이루어졌고, 다른 한 면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있답니다. 절벽에는 퇴적암이 솟아올라 물결처럼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암벽 등반가들이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저는 주말에 아이들을 동반하고 아침 일찍 이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으로 향했답니다. 


왜 향했을까요? 


가을이라 버섯 천국이라 버섯 바구니 들고 룰루랄라 향했을까요? 



사실, 가을철만 되면 우리 식구들은 바구니 들고 다니면서 숲 속 산행을 한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이들과 버섯을 채취하면서 좋은 모습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도 있었답니다. 특히, 주말에 자연공원을 방문하고 녹초가 된 공원의 숲 속은 말입니다. 뒹구는 쓰레기들, 함부로 잘린 버섯들, 등등......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바구니는 두고 다른 것을 들고 자연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각도의 교육도 필요할 것 같아 말입니다. 



자연공원의 수도원, 13세기에 지어진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San Joan de Penyagolosa)에 왔습니다. 어제는 날씨가 좋더니, 일요일은 좀 어두운 날씨였답니다. 사람들도 훨씬 많았고요. 발렌시아의 날이 금요일이었던 터라 4일 연속 이곳은 공휴일이랍니다. 그래서 휴일을 맞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답니다. 



이곳도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어둑어둑 날씨가 흐릿했지만, 우리 네 모녀는 우리의 미션을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버섯을 채취하는 날이 아니라,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야. 바로 숲 속의 쓰레기를 줍는 날이지. 그래야,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에 힘들어하는 숲 속 생태계와 동물들, 식물들, 모두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거야." 


아이들 아빠는 오늘 일하는 날이라 우리 네 모녀만 숲 속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말을 아이들에게 하고 나니, 어쩐지 우리가 굉장히 중요한 일을 오늘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이런 일은 모두가 양심적으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오늘의 준비물, 장갑과 쓰레기 비닐봉지......


우리는 천천히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 속에는 생태보호구역 표시가 우릴 반기고 있었습니다. 길로만 다니고, 쓰레기는 버리지 말며, 꽃과 식물은 훼손하지 말라는 안내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은 일단 집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활동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즐거웠나 봅니다. 

엄마 뒤를 따라 씩씩하게 걸어오는 아이들 모습에 다른 등반객들은 함박웃음를 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숲 속에서 발견한 스펀지 같은 버섯에 아이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오늘은 버섯을 캐는 날이 아니라, 쓰레기 줍는 날이니 그냥 보기만 하자~" 

큰 아이가 이런 소릴 하네요. ^^



그 와중에 까만 우비를 입은 누리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주워야 비닐봉지에 넣으라고 합니다. 사라는 스펀지처럼 생긴 버섯이 신기해 언니와 한참을 보았네요. 



숲 속 길 위에는 쓰레기가 있었습니다.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고, 정말이지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쓰레기만 찾겠다고 나선 길 위는 쓰레기가 아주 잘 보였습니다. 신기해라~! 버섯만 찾을 때는 버섯만 보이고, 꽃만 찾을 때는 꽃만 보이더니...... 쓰레기는 구석구석 있었습니다. 


위의 맨 마지막 사진이 오늘 우리가 주운 쓰레기입니다. ㅠ,ㅠ 

 


페냐골로사 정상에 오르기 전, 평평한 숲이 있는데요, 우리는 그곳까지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쓰러진 마른 나무를 발견하고 한참을 이곳에서 놀았습니다. 



이런 세 아이를 보니, 역시 자연에서 함께 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아이들이 비록 도시적인 문화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얼마나 큰 자연의 선물을 받고 자라고 있는가 느껴졌답니다. 그러니, 우리도 자연에 어떤 선물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쓰레기를 줍는 작은 손길들이지만, 어쩐지 자연에 작은 도움을 주고 있지나 않은 지 오늘 행사를 잘하고 있구나! 스스로 대견했답니다. 



아이들도 이런 엄마의 마음과 환경 보호에 대한 의미를 알아가는지, 간식 후 남은 쓰레기는 함부로 버리지 않고 쓰레기봉지에 담는 정성을 보였답니다. ^^*

 


이날은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승마객들 

요즘 스페인에서 엄청나게 유행하는 달리기 등반인들(오로지 달리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정상 탈환 턴 하여 달려오는 새로운 그룹의 등반객들)



그리고 여러 대의 산악 오토바이 방문객들......

정말 조용하던 자연공원이 활기가 넘쳤습니다. 

어쩌면 산이 기쁘면서도 골치 아픈 연휴를 보내지나 않을까 싶네요. 



이제 우리는 페냐골로사 산 정상 30분을 남기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스페인의 산악 대피소입니다.

역시나 그라피티 같은 낙서가 이 높은 산 건물에도 있네요. ㅠ,ㅠ 

 


산 정상까지 사람들이 많이 오르지 않아 그런지 어쩐지 이곳은 참 깨끗했습니다. 



겹겹 쌓인 산들이 지평선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깊은 고산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네요. 



어떤 누군가가 산행 중 쌓아올린 돌...... 한국의 돌탑이 왜 생각났을까요? 



자, 정상에 거의 다 올랐습니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가운 안개구름이 엄습해왔습니다. 



아이들이 천천히 노는 동안 후다닥 상황보고 정상탈환하고 내려왔습니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카스테욘의 수호, 예도 형상이 우리의 행동을 축복해주는 듯합니다. 



정상은 너무 어둑어둑합니다. 혹시 갑자기 안개가 내려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급하게 턴하고 내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아래로 향했습니다.  



어? 이게 뭐야? 한쪽은 날씨가 지옥이고, 다른 한쪽은 화창? 

 


어찌 되었건, 우리는 천천히 집을 향하여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지니 한결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산 위에 뾰송뾰송 솟은 저 식물들은 뭘까요? 자세히 보면 이 식물은 바늘 바늘을 달고 있는 듯 따가운 잎으로 사람을 위협한답니다. 



스페인에서는 수녀의 방석이라 불리는 식물이랍니다. 수녀들은 편한 생활을 할 수 없는 금기적 삶을 살아야 하니 이런 이름이 붙인 듯합니다. 고산에만 있는 식물이라네요. 학명은 erinacea anthyllis입니다. 


저는 네 아이와 함께 아주 천천히 햇살을 즐기면서 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즐거운 날을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큰 추억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일었네요.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자연보호, 친자연적, 친환경적 삶이란 결국은 자연과 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생하며 서로를 위하여 노력하는 삶이란 걸 아이들이 알았으면 했답니다. 오늘 특별하지 않았던 어떤 일요일, 그냥 쓰레기 비닐봉지 들고 숲 속으로 가 쓰레기를 주우니 참으로 특별한 날이 되고 말았네요. 



얘들아, 오늘 즐거운 날 보냈니? 

"응~ 엄마, 난 오늘 사진도 많이 찍었어~!"

그래, 오늘 말고도 다음에도 이런 일을 자주 할 수 있기를 

우리 스스로 결심하자!!!

우리도 자연 일부니까~!


여러분도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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