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EBS 다큐멘터리 [오늘]이라고 하는 프로에서 [샘킴이 반한 스페인 부엌]이라는 짧은 프라임 다큐가 나왔다고 제 독자님들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찾아보니, 그 부분은 지난번의 [스페인 맛에 반하다]의 한 부분을 발췌한 프라임 다큐멘터리였답니다. 자고로 그 부엌은 스페인 비스타베야의 빅토르 교장 선생님 댁 부엌이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시골 부엌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답니다.
아주 반가운 마음도 있었고, 셰프께서 반하실 정도면 정말 멋진 부엌 아닌가?! 혼자 감탄하기도 했답니다. 사실, 지난번 남유럽 감성의 스페인 인테리어의 한 꼭지에서 제가 열심히 이 부분을 강조하여 설명해드린 적이 있었답니다. 뭐, 서양의 한 모습이겠지~ 추측하여 반응하신 분들도 있었고,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 든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었답니다.
오늘은 제가 꼭 짚어드리고 싶었던 한국과 다른 어떤 점들을 조목조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간혹 사진만 보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 그렇답니다.
그 대표적 오해가 위의 댓글입니다. 그럼 위의 댓글에 대한 답을 지금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짧은 댓글이지만 많은 분이 같은 생각을 하실 듯합니다.
스페인 부엌, 과연 수납이 안 되는 방식일까?
아닙니다. 스페인에 사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스페인에서는 수납이 가능한 음식저장실이 따로 있습니다. 라 알라세나(La alacena) 혹은 데스펜사(despensa)라고 하는데, 음식물 수납함을 일컫거나 저장만 전문으로 하는 방을 뜻하기도 한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옛날 우리 어머님들이 아끼던 "광"입니다.
우리 [참나무집]에도 이런 저장실이 있다는 것은 여러분이 잘 아실 텐데요, 다양한 식량을 넣어두고 먹습니다. 물론, 냉장고에도 넣기도 하지만, 상온에서 저장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라 알라세나에 넣어둔답니다. 한국에서는 음식물을 냉동이나 냉장고에 오래 두고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요, 스페인에서는 상온에 저장해도 무방한 것은 상온 저장실에 둔답니다.
그런데 왜 물건들이 다 드러나 있는 것일까요?
아주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 드러내놓고 있어 지저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전혀 그런 선입견을 품어서는 안된답니다. 스페인서는 한국처럼 배달 음식 및 외식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집에서 요리를 해먹습니다. 그래서 손쉽게 챙길 수 있는 필수적인 아이템은 부엌 손이 가는 쉬운 위치에 둔답니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왜 수납함에 꽁꽁 넣어둬? 찾기도 쉽고, 편하잖아?"라고 한 것이 스페인 친구들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럼 사진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친구 미리암(사진 위)과 소노로(사진 아래)의 부엌입니다.
공통점이 이렇습니다.
1. 주식으로 쓰이는 파스타, 쌀, 렌틸, 콩 등을 보관하는 유리병입니다. 매일 먹는다고 본다면 아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유리라 내용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2. 설거지 그릇입니다. 매일 사용하는 그릇은 이렇게 보관하기도 하지만, 그릇 보관 가구가 따로 있습니다. 그릇 진열장으로 우리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진열장을 사용했죠? 스페인에서는 보편화되어 있어 특별한 날에는 어김없이 예쁜 그릇을 꺼내 쓴답니다. 그러니, 수납함이 없어 위의 그릇들을 그냥 내버려(?)둔 것이 아님을 설명해드리지 않아도 아실 듯합니다.
스페인 시어머니의 진열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두 진열장이 있는데요,
한곳에는 이렇게 차 세트들과 다른 한 곳에는 유리잔 세트들,
그리고 접시 세트 등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3. 너저분하게 널린 저것들은 무엇일까요? 저 작은 통들은 향신료들입니다.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를 쓰는 스페인 사람들은 저렇게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둡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천연 향신료를 사용한답니다.
우리 집은 다른 친구들 집보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허락하지 않아 이렇게 수납함에 두었습니다.
그래도 불판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수납이 잘 안 되어 저렇게 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매일 요리하는 이들에게 가장 편한 방식으로 부엌을 이런 모습으로 생활화한 것이죠. 그러니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부엌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또한, 스페인 부엌에서는 소금을 아주 가까이 둔답니다.
소금 사용 빈도가 아주 많아서 심지어 어떤 집에서는 소금통 뚜껑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먼지가 내려 앉질 않을까?"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친구들은 이런 이야길 해주더라고요.
"매일 사용하는 것인데, 그런 먼지는 내려앉아도 아주 소량이야. 걱정 하지 마~!"
그것과 마찬가지로 싱크대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위의 사진에 나온 것처럼 소금, 후추 및 향신료, 푸른 파슬리, 기름 거르는 잔, 주걱, 기름, 칼, 등등입니다. 뭐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고요? 네...... 비슷합니다.
또한 스페인식 음식 저장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이런 식이랍니다. 물론, 우리 집보다 큰 규모의, 혹은 작은 규모의 저장실을 나름대로 방식으로 관리하겠지요? 우리가 도시에서 거리가 먼 고산에 산다고 이런 저장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음식을 비축해놓는답니다. 작은 수납함에 넣어두던, 큰 저장실에 넣어두던, 거의 비슷한 모습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부분은 유리병에 음식 보관하기를 더 선호합니다.
플라스틱에 보관하면 몸에 나쁘다는 생각이 강해 파스타나 쌀은 병에 넣어두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앗! 우리 집 감자 다 바닥났네! 감자와 양파는 따로 바구니에 넣어둡니다.
우유, 와인이나 샴페인, 맥주 등도 보관하고, 저렇게 병조림 등도 보관하고, 설탕, 소금 등도 보관합니다. ^^*
또, 마늘도 구멍이 송송 난 마늘 도자기 보관함에 넣어두고요......
하몬 및 쵸리소, 소시지류의 제품은 망에 넣어두고 보관한답니다.
스페인의 부엌이 저에게는 참 큰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스페인 문화가 보여주는 참의미는 부엌에서 찾으면 어떨까? 혼자 생각해본 적도 있답니다.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음식을 하고, 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집의 중심, 집의 심장은 부엌이라 할 정도로 부엌을 사랑하는 이들, 바로 스페인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스페인도 현대화, 도시화에 바쁜 일상을 사는 이들은 요리할 틈도 없는 순간들을 보내기도 하지만, 아직 한국보다는 더 자주 집에서 집밥을 해먹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뭐, 외식을 자주 할 수 없는 사회 구조 덕분에 그렇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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