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Valencia)는 스페인의 제삼 도시이며, 아주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랍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사실 이 도시는 로마 시대부터 존재해 왔답니다. 로마 시대는 발렌티아(Valentia)라는 이름으로 용감하고 씩씩한 의미로 쓰인 도시였답니다.
(어쩌면 로마 시대 때 등장하는 스페냐드는 저렇게 용감하고 씩씩했을까요? 글라디에이터에 나왔던 그 막시무스(Maximus)도 그 당시 스페인 출신으로 '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죠?)
아무튼, 이 발렌시아는 뜻밖으로 접할 수 있는 역사적 유물이 참 많아 저도 가끔 놀란답니다.
거리를 걷다 본 로마시대 유적지, 다양한 성당들, 마르코 폴로의 비단이 지중해에 도착했을 때 직접 비단 수입하여 판매하던 롱하, 메르카도 센트탈, 기차역, 시청......오래된 카르멘 거리......등등
게다가 론리 플래넛 선정, 세계 10대 축제 중의 하나가 있는 곳이 발렌시아이기도 하답니다.
정여울 씨가 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100]에 소개된 발렌시아의 라스 파야스(Las fallas) 축제이지요. 사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2년 연속으로 이 축제를 소개했는데요,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아 그런지,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답니다. 다음 해에 또 소개해드릴 테니, 그때는 열렬한 반응으로 응원해주세요~!
2013년의 라스 파야스 축제 ☞ http://blog.daum.net/mudoldol/156
2014년의 라스 파야스 축제 ☞ http://blog.daum.net/mudoldol/527
그런 발렌시아에서 저는 도자기 공부를 했답니다.
발렌시아의 도자기도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아 우리는 모르지만, 꽤 유명하답니다. 이곳에 와 직접 보고 배우면서 본 발렌시아 타일 도자기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배우러 몰려들 정도였답니다. 물론, 이제는 시대의 영화를 누리지는 않지만, 한때는 전성기를 거치면서 많은 영향력을 주기도 했다네요.
여기서 타일 도자기라고 하면, 제일 유명한 것이 타일에 그림을 그려 넣는 벽화를 말합니다. 또한, 타일을 깨서 알록달록 모자이크하는 트란카디스(trancadís)를 말하기도 한답니다. 가우디가 자주 써먹었던 그 기법이 사실은 스페인 전역에서 사용하던 모더니즘 타일데코의 하나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저만 살짝 알고 있었던 발렌시아 대표, 모더니즘 타일 데코가 돋보이는 기차역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그냥 기차역에 불과했던 이 역은, 사실은 굉장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곳이지요.
발렌시아 기차역, 에스따시온 델 노르떼 (Estación del norte, Valencia)
이 기차역은 도자기 포장으로 유명한 역이랍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포장은 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형상이랍니다. 발렌시아의 상징인 오렌지와 아자하르(오렌지 꽃)로 건물에 장식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역이 완공된 때가 1917년이라는 것입니다.
1906년 젊은 건축가, 데메트리오 리베스(Demetrio Ribes)가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1907년 본격적으로 이 역을 건설하기 시작했답니다. 1917년 8월 8일에 개방했고요, 그 당시에는 에스파냐 철도 회사에서 이 역을 관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1941년에 비로소 국유화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현대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이 건물은 1961년 예술 역사적 가치의 문화재로 지정되었고요, 1983년에는 Bien de interés cultural(보호 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답니다.
그 당시 현대 모더니즘의 상징인 철 구조물이 지붕을 이루면서 현대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발렌시아 노르떼 기차역은 U자 형태로 종착역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차가 시내 중심까지 들어와 나갈 때는 뒤로 나가는 타입이지요. 발렌시아 거쳐 가는 기차는 다 이런 식으로 플랫폼에 들어왔다 나간답니다. 플랫폼 레일이 다음 역과 직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특징입니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광경이 시내 중심이기에 가까운 옛 도시와 관광 명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기차역이 시내 중심에 들어와 있어 옛 도시의 관광 명소를 하루 만에 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실내의 도자기 모자이크를 이제 보여드릴게요.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실내 모습입니다.
기둥 하나하나 모퉁이 하나하나 장인이 도자기 타일을 자르고 표시한 흔적이 보입니다. 세나파(cenefa, 눈높이의 단조로움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문양의 타일을 두는 것)도 한 작품 한 작품, 붓으로 색조로 색칠하고 구워낸 타일 장식이 돋보입니다.
요즘은 현대에 맞게 전광판이 보이며 여행자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개조를 했답니다. 그런데도 예술적 감각이 파괴되지 않는 선에서 옛것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답니다.
천장과 벽, 기둥에 보이는 타일 하나하나가 조각을 퍼즐처럼 맞춘 트란카디즈 방식을 사용했답니다.
그 당시 기계도 없앴을 텐데 손수 장인들이 조개고 붙이고, 퍼즐 맞추고......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우리 집 화장실 벽 한 면을 이 방식으로 장식을 해봐서 아는데 정말 힘든 일이 아니랍니다.
모더니즘 풍의 유리 작품들과 창문 앞으로 티켓 판매기가 기가 죽은 듯 오손도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 기차역 쉼터에는 역사적인 예술 작품이 고스란히 우리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발렌시아의 유명한 타일 벽화입니다.
제가 이 과목을 배우고,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는데요, 저런 크기의 벽화는 정말 대단한 내공과 실력을 쌓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품이랍니다.
1910년대에 그려진 저 작품들에는 발렌시아의 전통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쌀이 나는 발렌시아 지역의 전통적인 집 그림입니다. 삼각형의 볏짚으로 지붕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사라져버려 몇몇 마을에서 겨우 한 집 볼까 말까 하답니다.
기후가 좋은 낙원을 뜻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꽃과 야자수가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네요.
오른쪽의 그림은 발렌시아 전통옷을 입은 여인네가 꽃을 들고 있는 풍경이 있네요. 뒤편으로는 발렌시아의 유명한 미겔레떼 성당이 보입니다. 이곳에는 성 마르틴의 손이 아직도 있답니다. 미라화되어 보관되어 있습니다. 직접 봤는데 놀랍습니다.
발렌시아는 아주 풍요로운 도시였답니다. 지중해 연안에 있어 무역의 주요 지점이었고요, 옛날에는 바르셀로나 버금가는 무역의 도시였지요. 그래서 풍요로움이 아직도 문화재로 보여주고 있답니다. 위의 사진은 지중해 바닷가의 모습입니다.
여백의 미를 중요시하는 한국인 눈에는 어수선하게도 보일 수 있으나 어디 한 군데 어설프게 지나칠 수 없다는 듯, 천장과 벽의 틈새도 매끄럽게 타일로 장식했습니다.
휴게소에서 보는 매표소
1917년에도 발렌시아 문양은 저런 문양이었네요. 위의 사진에서 빨강과 노랑의 마름모꼴 문양을 잘 보시면 됩니다. 발렌시아가 생각 외로 역사적 도시라 가끔 기분이 묘할 때가 있답니다. 이곳에서 몇 천 년을 사람들이 살아왔구나......게다가 유명했던 인물들도 있었구나......블라스코 이나빌, 보르하 교황, 시드, 등등......게다가 히딩크 축구 감독까지 이곳에서 있었다니......하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답니다.
한국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발렌시아......어쩐지 비밀을 혼자 간직한 것 같아 오늘은 이 포스팅으로 발렌시아의 한 부분인 기차역을 소개했습니다.
기차역에서 나오면 바로 위 사진의 풍경이 나옵니다. 200m만 걸으면 아주 아름다운 발렌시아 시청이 나오고, 나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머리를 홱~ 돌리면 투우장이 있습니다. 걸어서 한가롭게 거닐면서 옛 정취를 느끼기에 아주 괜찮은 옛 도시도 있고......
여러분, 나중에 스페인에 놀러 오시면, 저만 알고 싶어 했던 이곳을 한 번 방문해보실래요?
발렌시아 타일 데코의 정통을 한 번에 느끼실 수 있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그런데 왜 저는 발렌시아 기차역에 갔을까요?
그 이야기는 S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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