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스페인 중년들이 노는 방법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6. 2.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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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잇대가 나잇대이니 만큼, 이제 스페인 친구들도 중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한 달 전, 저는 40세 생일을 맞았긴 했답니다. 40대라...... 사실 한국 나이로는 벌써 40대인데 만으로는 이제 40대가 되었네요. 느낌은? 으음...... '더 열심히 즐겁게 40대를 보내야겠다'입니다.


그나저나 스페인 중년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까요? 경제적 압박감으로 살까요? 물론, 그렇지 않은 40대가 어디 있겠습니까? 스페인에서도 가정을 이루고 이제 40대가 되면 마냥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나이는 아니랍니다. 알아서 희생도 하고, 알아서 '나'보다는 '가정'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래도 스페인 사람들은 삶에서 '나'라는 주체가 더 강하게 작용하여 직장에서 할 일은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나'로 돌아간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런 오해를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 정말 일 안 해~!" 


그럴까요? 사실, 스페인 사람들은 회사에 충성하여 자기 시간을 빼앗는 일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돈은 적게 벌어도 되니 내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 삶의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또 한국인들은 그럽니다. 


"경제도 나빠지는데, 돈은 벌어야 할 것 아니야?"


경제가 나빠지면 언젠가 좋을 날이 올 것이고, 경제가 나빠지면 소비 습관을 없애고,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어느 이들은 경제가 나빠진 이유를 들면서, 그럽니다. 


"노동자가 더 열심히 일할수록 가진 사람들 배만 더 채워주게 된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노동자의 권리를 챙기면서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자고 주장합니다. 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은행업자들 덕분에 이 지경이 되었다면서 말이지요. 


아무튼, 오늘 스페인 중년들은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이야기해드릴게요. 물론, 스페인 중년을 일반화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속해있는 사회적 그룹의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생기리라 봅니다. 한국인은 경제가 나빠지면 사회 전체가 우울한 느낌이 드는지, 자주 이렇게 물어봅니다. 


"스페인 경제가 나빠져 좀 침울하지 않나요?"


제 대답은 '아닙니다.' 경제가 나쁘다고 삶의 철학과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지요. 경제는 모든 것의 척도가 될 수 없습니다. 경제가 나쁘다고 놀고 즐길 내 권리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여기서 두 달 보내다 간 한국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친구들 세 명과 와인 10병을 마셨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연락이 왔는데요, 저도 아는 사람들이라 아주 부러웠습니다. 


"좋겠다~ 나두 끼고 싶다~"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이 소리를 들은 스페인 남편은 그럽니다. 


"아이고, 지금 우리 나이가 몇인데 술을 한 사람당 3병씩이나 마셔? 몸도 생각해야지? 그것도 오랜만에 만났으면 할 얘기가 엄청나게 많을 텐데 무슨 술이야? 적당하게 먹고 몸도 생각해야지. 술은 20대 초반에나 마시는 거지~!" 그럽니다. 


아~ 저는 이런 생각을 못 하고 그저 술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구나 했는데 남편 말 들어보니 정말 우리 같은 중년에는 아니다 싶었네요. 


자,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스페인 중년들이 노는 모습 몇 가지를 여기서 보여드리겠습니다. 



1. 나이가 들수록 술은 적당히, 대신 즐길 때 즐기자



남편이 몇 년 전부터 속해있는 스페인 수제 맥주 협회 사람들은 취미로 만났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사회적 계층이 함께한답니다. 연구원에서부터 공무원, 노동자까지...... 이들은 수제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맥주를 주 중에는 전혀 마시지 않는답니다. 그야말로 한 잔씩 즐기면서 마시는 사람들입니다. 


맥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술을 적게 마실 정도이면 보통 스페인 중년들은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는 것 어느 정도 이해하시겠죠? 아주 적당하게 마시고 즐긴답니다. 마시고 취해 필름 끊기는 정도가 아니라는 소리이지요. 



▲ 처음으로 간 모임에서 술은 적게 마시면서도 분위기 잃지 않게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레젠테이션으로 모임을 즐겁게 하더군요. ^^*


남편과 맥주 마시러 간 한국 친구도 맥줏집에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 정말 맥줏집이 어떻게 망하지 않고 유지 되는지 몰라. 사람들이 겨우 두 잔(보통 컵) 정도밖에 마시지 않잖아? 한국 같았으면 보통 5배는 더 마실 것 같은데...... 그러니 한국 남자들이 피곤한 거야. 도대체 회식이다 연말 모임이다 해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도 마셔야 하는 때가 있으니 말이야. 이렇게 건전하게 할 모임만 하고 끝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점에서는 참 술 때문에 피곤하지 않은 스페인 중년들이 참 부럽다고 합니다. 



2. 모임은 친구라고 해도 주말에는 가족 동반~, 밤에는 부부 동반이 대부분이다. 



처음 남편이 이 모임에 나갔을 때는 아저씨들하고 맥주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답니다. 도대체 남자들끼리 만나서 술 이야기하는 게 뭐가 재미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거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최대의 관심은 그냥 사람들끼리 만나 소통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저씨들 모임인데도 남편은 저를 끌어들였습니다. 모임 있는데 같이 가자고...... 아니, 맥주 협회 모임에 내가 왜 가? 그런데 한 번 못 이기는 척하고 가보니 다들 부부동반으로 와 있는 거였습니다. 


아~ 그때 알았습니다. 스페인서는 부부라는 의미가 이인동체라는 것을...... ^^*

뭘 하면 꼭 남편에게, 아내에게 물어봐야 하고...... 뭘 하면 꼭 부부 동반으로 하는 것을요. 


 


주말에는 부부 동반을 떠나 아예 아이들도 함께 와 즐기는 가족 동반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중년들 모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모임에 부부 동반이나 가족 동반이 그렇게 쉽지 않은 모습인데 말입니다. 아빠는 언제나 바쁘게 주말에도 회사 나가고, 엄마는 언제나 아이들 공부와 뒷바라지로 신경 쓰는 모습을 보아 좀 여유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3.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는 일이 더 많다. 



중년 친구들은 언제나 야외에서 만나는 일을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소풍을 함께 가고, 여행을 함께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야외 생활을 즐깁니다. 심지어 집에서 뭘 먹자고 해도 야외에 긴 테이블을 차려놓고 함께 앉아 점심을 먹기도 하지요. 아주 전형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 신기하게도 야외 모임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것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모임 말입니다. 어떤 때는 채소밭 수확을 거둬주고, 어떤 때는 버섯 채취하러도 가고, 어떤 때는 단순하게 모여 야외에서 점심을 같이할 경우도 있었고요. 



4. 중년들 사이에는 대화가 더 많다. 



사회에 나가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 스트레스 등을 사람들은 만나면서 대화로 풀어낸답니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도 다양한 테마를 오가면서 이야기하면 어느새 스트레스도 풀리고...... 또 대화로 중요한 정보까지 얻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만나 (한국인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긴 대화를 한답니다. 



스페인 사람들 수다가 대단해~ 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대화하면서 풀어나가는 문화라는 것이지요. 



5. 다양한 형태로 만나 스트레스를 푼다



지난 크리스마스 행사 때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봤습니다. 아니, 취미로 1년 정도 배웠다는 스페인 어른들이 밴드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른 공포증이 있어 어른이 되면 무서워질까 봐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한국 어른들이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스페인 살면서 그 공포가 사라져버렸습니다. 평소에는 심각한 대머리 공무원 아저씨도 여가 시간에는 나와 같은 동급의 한 사람, 아니 친구로 변해버리고 만다는 것을요. 


 


▲ 본인들이 직접 악기를 가져와 설치한 무대였습니다. 연주를 잘 하지는 않지만, 보는 사람들도 같이 춤추고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어렵게 보이는 사람들도 결국 알고 보면 좋아하는 취미나 추억이 있으므로 그 사람을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어른도 소년이었구나 싶은 것이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순수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분, 어때요? 재미있으셨나요? 


중년이 되면 점점 위기에 치달아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고들 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삶의 여유가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고, 자신을 발달시킬 수 있으면 최고의 치유가 된다고 믿습니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면 이런 여유는 사라져버리고, 나중에 허망하게 이 시간들이 돌아오지 못함을 느끼게 되지요. 

경제가 나쁘다고 삶의 여유까지 팽개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스페인 중년들은 그런 면으로는 살아있는 순간을 보내고 있네요. 아무쪼록 우리도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어서 왔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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