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스페인 고산, 인간과 동물의 공존 라이프

산들무지개 2016. 4. 2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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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에 거주하면 되도록 좋은 점만 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나쁜 모습도 보이고, 고쳐야 할 모습도 보이는 것도 있지요. 그래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면 그동안 쌓였던 선입견은 없어지고, 또 어차피 이곳에 살아야 한다면 최대 긍정의 모습을 보면서 사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아 저는 항상 좋은 면을 먼저 생각한답니다. 물론 고쳐야 할 점이 있을 때는 비평(혹은 비판)을 할 때도 있고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의 좋은 점도 보이고, 나쁜 점도 보이는데요, 가끔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 고쳐야 할 점 등을 포스팅으로 쓰면 제게 공격적으로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당신, 외국에 살더니, 외국 사람 다 되어 한국 우습게 보는데......?"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는 이런 댓글을 읽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게 참 많이 아픕니다. 나도 한국인인데, 외국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고칠 점을 이야기하면 큰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문화의 다른 점을 정보 차원에서 이야기해도 이런 피드백이 날아올 때도 있답니다. 


아무튼, 오늘은 색다르게 절 놀라게 했던 스페인 고산 생활에서 느꼈던 이들의 동물보호에 관한 실생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실생활에서 본 이들의 철학이랄까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봐서 참 이상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기도 했답니다.  



1. 스페인 농민들은 밭에 함부로 농약을 칠 수 없답니다. 




작년부터 법이 바뀌어 자신의 밭에 어떠한 농약도 위생증없이 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위생증(certificado de fitosanitario)이라는 것은 농민이 관계 기관에 신청하여 5일에서 4주 사이의 교육 기간을 받고 획득하는 증서입니다. 공짜로 위생증을 받는 게 아니라, 60 - 150유로 사이의 교육비를 내고 교육받고 이 증서를 받을 수 있답니다. 한마디로 완벽하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증서를 받을 수 없고, 농약 및 농약 살포 농기구 등을 살 수가 없게 됩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내 밭에 내 돈 내고 농약 치는데 무슨 상관이야? 이거 재배해서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농약을 많이 치게 되면 환경이 파손되고,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이 됩니다. 그래서 적절한 선에서 조절하여 이런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작은 살아있는 곤충에도 감탄을 지릅니다. 다 농약 사용의 규제가 되기 때문에 평야에서도 안전하게 양은 풀을 뜯고 아이들은 곤충을 잡을 수 있는 듯합니다. 



2. 밭 울타리도 적절한 규칙에 의해 칠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철망 울타리가 대부분 밭에 쳐집니다. 주인 나름대로 이유를 달아 이 철망 울타리를 치는데요, 뭐, 치는 것은 자유인데 특히, 작은 동물이 지나가도 상관없는 밭에는 좀 크기가 있는 철창을 달더군요. 


예를 들면 과수원인데 토끼나 야생의 쥐가 지나가도 상관없다면 낮은 부위는 그 동물들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답니다. 아무튼, 이곳 고산 생활하면서 본 풍경인데 남편은 여기 트러플 나무는 오직 멧돼지에게 피해를 받지 않도록 철창을 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토끼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는 마련해놔야 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느꼈답니다. 

이런 식으로 울타리를 치면 아래쪽 공간이 생겨 작은 동물들은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지요. 



3. 톱니 달린 덫을 금지하다니?!




지난해, 우리 집 닭장에 족제비가 들어와 암탉 몇 마리 피를 쪽 빨아먹고 달아나버린 적이 있었답니다. 남편은 족제비를 포획하기 위해 양치기 아저씨께 포획망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암거래 하듯이 양치기 라몬 아저씨가 그러셨습니다. 


"톱니바퀴 모양의 덫 빌려줘?"



저는 한국 시골집에서 흔히 쓰는 덫이라 아무 생각 없이 빌리자고 했는데 남편이 심각하게 이야기하더군요. 


"그 덫은 스페인에서 금지되어 있어."


남편 말로는 이런 덫을 써서 사냥하거나, 덫을 놓으면 멸종 위기의 동물도 사라질 수 있다네요. 


그 후로, 우리는 벽을 튼튼히 보수하고 덫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고산의 야생 염소들입니다. 페냐골로사 정상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녀석들인데 가끔 사냥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네요. ㅠ,ㅠ 그러나 덫 사용은 금지.  



4. 토끼 소굴 앞에서 사냥할 수 없다.




토끼는 밤에 차 타고 가다 보면 불쑥 나타나 한참을 우리 차 앞에서 열심히 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쉽게 나타날 경우도 있구나, 싶어 농담으로 저거 빨리 잡아서 먹자, 라고 했더니...... 



남편이 그럽니다. 

"스페인서는 밤에 불을 가지고 토끼 사냥할 수 없어."

그렇게 쉽게 토끼 사냥을 하면 금방 이 지역 토끼가 사라져버린다고 하네요. 

그랬더니 그날 같이 동행한 한국 친구가 그러네요. 

"그럼 날 좋은 날, 토끼 소굴을 찾아 앞에서 기다리다가 잡자. 한쪽 구멍에서는 불 피우고......"

남편이 하하하! 웃으면서 그럽니다. 

"그것도 금지되어 있어. 그렇게 쉽게 토끼를 잡으면 토끼가 금방 사라져버려."


위의 비디오에서 우리는 우리 자동차 불빛이 방해될까 봐 한 번 끄고 다시 운전합니다. 그래도 불빛은 토끼를 꽤 유혹하지요. 이럴 때는 불편하더라도 잠시 차를 멈추고 불을 끄고 한참 후, 다시 운전하시면 된답니다. 



5. 마을 가로등까지 문제가 되는 고산 생활




작년 여름이었나요? 마을 시장은 마을 가로등 불빛을 바꾸었습니다. 보통은 오렌지색의 은은한 색이었는데요, 아주 밝은 색으로 바꾸었답니다. 어둑어둑한 마을에 활기가 넘치고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자연공원에서 일하는 남편은 심각하게 이야기하더군요. 


"우리에겐 좋지만, 이 불빛은 생태계 곤충이나 새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혀."


푸른 계열의 밝은 가로등은 철새의 길을 방해하거나, 곤충을 유인하여 생태계 바이오리듬에 변화를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 이웃들이 이 점을 들고 시장에 건의했더랬죠. 



우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는 그러지 말자는 취지로 말입니다. ^^

아무튼, 비스타베야는 원전을 실은 차가 지나갈 수 없는 마을입니다. 아마도 (확실히는 잘 모르지만) 스위스와 함께 유일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1980년대 법으로 정했다네요. 



△ 요즘 해발 1,200m의 고산평야를 찾은 추장새입니다. 머리에 추장처럼 알록달록 깃을 달고 있어 참 예쁩니다.



6. 시골의 포장도로길 차 속도 40을 넘지 마세요




요 며칠 전 남편이 아침에 채소밭에 다녀오면서 도로에서 죽은 동물을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던 고슴도치였죠. 그날은 주말이었는데 아주 많은 관광객이 자연공원을 다녀갔나 봅니다. 


"아~! 차에 치여 죽었어. 다리 한쪽이 완전히 흐물흐물한데?"


그렇게 자연공원으로 가는 포장 도로 길에 죽은 동물이 주말만 되면 생겨난다네요. 차라리 비포장도로라서 차가 천천히 달리면 동물들도 더 편하지 않을까 싶은 스페인 고산 생활입니다. (물론 이곳에서는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이지만 말입니다.)



역시 아빠는 아이들에게 자세히 보여주려고 길에서 고슴도치를 가져왔습니다. 



차에 치여 죽었다는데......

안타깝게도 어미 고슴도치였습니다. 

젖이 불어 있는 것을 보니 새끼를 막 낳은 듯했습니다. ㅠ,ㅠ



에구구, 불상하다. 인간이 조금만 더 속력을 줄였다면, 어쩌면 새끼들 이뻐하면서 잘 살았을 텐데......



 7. 가끔 불편하지만, 인간만이 아닌 이 세상~




네, 맞습니다. 스페인 고산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이 양 떼나 소 떼입니다. 가끔 길 위에서 세월아, 네월아 멈춰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풍경이 아니겠어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이런 양 떼 가족에게 관심의 한 조각을 흘러넘쳐 주고 옵니다. 


더불어 양치기 아저씨께도 안부 인사와 함께...... 



흔히 접하는 이곳 풍경입니다. 



양 떼는 이동하지 않고는 못 산다고 하니 

이곳 고산에서는 항상 풀을 뜯으며 이동하고 삽니다. 



양이 흘리고 간 똥에는 엄청난 씨앗들이 있다네요. 

그래서 고산의 식물 생성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양 똥은 씨앗 은행~!



이렇게 저렇게 하여 오늘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라이프 포스팅을 마칩니다. 


위의 글을 다시 정리하자면, 인간이 이 세상의 살아가는 중심이 아님을 말씀드리고요, 우리에게 편한 것이 때로는 동물들에게 엄청난 재앙이라는 사실도 같이 알려드립니다. 시골길에서 운전 시 항상 주의하시고요, 밤거리가 밝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 요즘 세상의 도시들은 으리번쩍 밤 문화가 편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나 이 후폭풍은 다 동물들이 받아 혼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존하는 세상, 인간이 편하자고 생체 리듬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 (사실 인간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도 우리 몸이 꽤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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