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에는 동물을 위한 '쥐불놀이'가 있다?!!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6. 1. 2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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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쥐불놀이' 축제가 스페인에도 있다고요??? 


쥐불놀이? 


네~! 쥐불놀이는 우리나라의 전통 민속놀이로 정월대보름에 하는 행사의 하나로 논이나 밭두렁에 불을 태우고 1년 내내 병을 없애고 재앙을 물리친다는 기원을 담은 농가 풍속이랍니다. 저도 어릴 때 밭이며, 논이며, 불붙이고, 깡통에 불을 담아 돌리면서 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답니다. 



그런데 그것과 비슷한 놀이가 스페인에도 있다고요? 




네, 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이 축제를 하지 않고, 성 안토니오 날에 축제를 합니다. 스페인의 성 안토니오(San Antonio Abad) 축제는 스페인 전역에서 매년 1월 17일에 행사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축제라고 보면 된답니다. 우리 비스타베야 마을에서는 마을 성당의 신부님의 행사하에 조금 그 축제 날짜가 조절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올해는 1월 23일이 '성 안토니오(산 안톤, San Anton)'의 날이었답니다. 


로마 카톨릭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스페인답게 동물을 사랑한 성자, 안토니오 성자를 기념하여 축제도 벌이기도 하지만요, 이날의 가장 중요한 팩트는 역시, 목축이 발달한 나라답게, 세상의 모든 동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가 이날의 축제 요지가 되겠습니다. 


 

일단 스페인의 마을에는 그 마을을 수호하는 성자들을 모신 신당이 있답니다. 스페인어로는 은둔자의 집(Ermita)이라고 합니다. 수도원, 암자라는 뜻으로 쓰이는데요, 실제로는 위의 사진처럼 형상을 모셔놓은 집이랍니다. 마을에 필요한 수호 성자들을 모셔놓고 형상을 꺼내어 축복하는 행사를 한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참석한 올해도 어김없이 성 안토니오 형상을 꺼내어 마을 시청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동물들을 다 불러 동네 한 바퀴를 돌며, 곳곳에 불을 놓고, 그 불과 열기로 모든 액운과 질병, 불운 등을 태우면서 새로운 건강과 행운, 소망 등을 염원하게 된답니다. 


자고로, 스페인에서도 한국의 쥐불놀이처럼 불을 피워놓고, 질병, 불운, 헌 것을 태우는 놀이이지만, 다른 것은 동물의 건강을 염원하여 동물의 안녕을 먼저 기원하는 행사라는 것이 다르겠습니다. 스페인에서는 그 옛날, 동물이 아주 중요한 자산 목록이었으며, 중요한 일꾼이었으니 아마도 이런 행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은 그 현장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녁 9시 즈음 비스타베야 마을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동물을 끌고 가는 행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들 급하게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말, 돼지, 당나귀, 염소, 개, 등등...... 코믹극 같은 상황이 연출되어 한참을 눈여겨보게 되었는데요, 사람들은 아주 진지했습니다.  



앗~! 이번엔 아는 이웃이 하얀 보에 고이 안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앗! 놀라라~! 멀리서 보니 꼭 갓난아기를 꼭 싸서 안고 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지요. 아기를?! 하고 가까이 가 보니...... 귀여운 강아지였습니다.  



태어난 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은 요 어린 강아지 두 마리에게 안토니오 성자의 축복을 받기 위해 외출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추운 날이었으니 이렇게 타올에 감싸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 

아이~! 귀여워라...... 



우리 가족도 행사 대열에 끼어 따라가 보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준비해둔 커다란 땔감에 드디어 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불은 작은 광장마다 타오르고 있었고, 그 불을 따라 동물 대열은 이동하면서 질병과 불운, 액운 등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동물 대열은 이 불을 중심으로 한 바퀴씩 돌고 있었습니다. 아마 불이란 의미가 그런 것들을 완전히 정화한다는 의미와도 같아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뜨거운 열기에 견디지 못해 저렇게 멀리서 바라봅니다. 



이날 마침, 보름달이 떴네요. 아직 한국에서는 새해가 아닌데도, 어쩐지 정월 대보름을 연상케 하는 묘한 기류가 흘렀답니다. 



동물을 데리고 가는 무리는 이렇게 불 주위를 돕니다. 

우리 말 일 년 내내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사진으로 화려하게 찍지 못한 많은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ㅠ,ㅠ 너무 어두워 제가 촛점을 못 잡아 그럴 수도 있지요.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도 참 많았습니다. 또한, 이런 전통행사는 큰 도시에는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어 작은 마을에 관광 나온 도시 사람들도 있었구요. 도시 사람들도 자신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와 참석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불이 작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아주 장엄했답니다. 게다가 동물 행렬도 멋졌구요. 



당나귀 마차도 당연히 등장했습니다. 



무리를 따라 성당 앞으로 갔습니다. 이곳에서도 거대한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귀신에 홀린 듯, 아이들도 오늘만은 특별한 날입니다. 동네 아이들이 다 나와 이 불놀이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불장난 많이 하면, 밤에 오줌 싼다."라는 말이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 혼자 큭큭 웃었네요. 



오우~! 이 백마는 정말 멋집니다. 백마 탄 왕자님이 이곳에? 앗~! 아니, 아니...... 아저씨, 죄송합니다. 



이웃들은 이제 서서히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손에는 동그란 도넛 모양의 빵을 들고 다들 총총 사라져버립니다. 물론, 마을 회관에서 무료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데요, 우리는 아이들이 어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 빵의 정체는 뭘까요? 



마을 시청에 모인 무리에 끼었습니다. 다들 빵을 얻으려고 줄을 서 있습니다. 

알고 보니, 빵을 나누어주는 시청의 시장과 부시장이 저를 보고 웃어줍니다. 


"얼렁 와서 너도 받아가~!" 

제 친구 부시장, 까를라가 저를 부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성 안토니오 날에 받는 이 빵이 굉장히 큰 의미를 준답니다. 이 빵은 무료로 누구에게나 주는 것인데, 특히 동물을 가지고 있는 집안에서는 동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의 빵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친구, 시장님 벨렌이 마을 어르신께 빵을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이 빵은 이렇게 먹어도 되지만요, 동물 우리나 외양간, 마구간, 닭장 등 동물이 있는 공간에 걸어 두고 동물의 건강을 기원한답니다. 빵은 동물들의 건강과 풍요로운 먹이 등을 기원하는 의미로 매우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빵을 많이 얻어 와 칠면조 우리와 닭장, 고양이가 있는 장작 창고에 각각 걸어두었습니다. 우리 동물들, 올해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때요? 스페인의 쥐불놀이,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엄청나게 다르죠? 농업에 기반을 두는 한국과 목축에 기반을 두는 이 스페인이라는 두 나라의 안녕 기원이라는 의미는 참 비슷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형태는 다르지만, '정화'를 추구하는 그 의미는 상당히 비슷하다고 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추신) 반려동물 데리고 성 안토니오 축제 놀러 오실 분?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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