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남편과 친구가 승강이를 벌인 '스페인과 한국의 음식문화 차이'

산들무지개 2016. 1. 3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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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봐서는 대체 무슨 차이이기에 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알콩달콩 승강이를 벌었느냐고요? ^^


우리 부부의 한국 친구가 2달을 [참나무집]에서 머물다 가면서 요리 좋아하는 스페인 남편과 또 요리 좋아하는 친구 사이의 묘한 문화적 차이를, 여자인 제가 느껴, 이렇게 오늘은 그 차이에 관한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여기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보통 한국인들이 가질 만한 편견이나 한국적 지식, 경험일 수도 있고요, 또 어떻게 보면, 스페인에서는 전혀 그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저는 듣는 내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 두 사람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리겠다 다짐했지요. 


두 사람은 요리를 좋아하기에 음식에 관한 걱정을 꽤 했습니다. ^^



"그중 하나가 오늘은 뭘 해먹을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남편: 한국 음식은 반찬만 걱정하는 시스템이라 더 편해. 밥하고 국 있으면 반찬 몇 가지 더 준비하면 되잖아.

친구: 스페인 음식은 아침에 일어나면 뭘 먹지?가 절로 생각나는 시스템이야. 밥, 파스타, 생선, 육류, 뭐든 준비해야 하니까 좀 걱정이야. 

남편: 그러니까 한국이 좀 편하지 않나? 

친구: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한국도 여러 반찬을 만들어야 해서 좀 힘들긴 해~!

남편: 우리 부모님은 일주일 메뉴를 미리 알고 계셔서 걱정을 별로 안 하시는데...... 


 


위의 처음 사진은 한식입니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내에서 밥 먼저하고, 그리고 반찬을 준비하는 식으로 반찬 걱정을 하니, 남편은 한국식 밥상 차리기가 더 쉽다고 하네요. 

두 번째 사진은 스페인 사람들은 보통 접시 요리로 나가기 때문에 뭘 먹을까, 단품 요리를 생각하기 때문에 미리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해, 재료 사고, 이것저것 며칠 전부터 준비한다는 겁니다.  


 


파스타 먹는 날에는 파스타 사고, 크림소스 사고, 트러플 구하고......

남자 먹는 날에는 하몬도 좀 잘라와야 하고...... 저 감자 하몬 요리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반찬인데..... 여기선 한 접시 요리가 됩니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 대화의 결론을 내리자면, 스페인 음식은 뭘 먹을까, 오랜 시간 걱정해야 하는 타입이고, 한국 음식은 단시간만 걱정하면 금방 해결된다는 그런 엉뚱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맛있는 피를 왜 빼? vs 고기의 피를 빼야 해~



친구는 이곳 스페인 이웃이나 가족이 올 경우에 우리에게 아주 맛있는 불고기찜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불고기용 육류를 사 온 날의 두 사람의 대화는......


친구: 고기 피 빼려면 물에 좀 담아놔야 해~ 

남편: 고기 피를 왜 빼? 고기는 피 맛으로 먹는 것인데......

친구: 헉? 피를 빼야 비릿한 냄새가 사라져. 

남편: 난 평생 그런 소리 한 번도 못 들었네. 그냥 삶으면 되잖아? 아니면 와인을 넣으면 되지 않나? 

친구: 어? 스페인에서는 고기 물에 담가놓고 피 안 빼? 

남편: 아니, 안 빼는데......


 


남편은 안 뺀다고 하는데...... 글쎄요? 우리 스페인 시어머니도 고기를 일부러 물에 담가 피 빼는 경우를 한 번도 못 봐서 아마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물에 담아 놓을 경우에는 뼛조각을 없애려고 하는 경우 외에는 그냥 사온 것을 통째로 넣는 경우도 봤답니다. 


위의 사진은 철판에 사 온 고기를 바로 넣어 굽는 모습입니다. 파에야용으로 굽기는 하지만 씻지도 않고 피도 안 빼고 바로 넣는 모습이 저에게는 신기한 모습이었습니다. 



석회 성분의 물을 마시며......



우리 집은 식수로 근처의 샘에서 물을 받아 사용한답니다. 

근처의 샘은 물맛 좋기로 유명한데요, 어김없이 물 주전자에는 석회가 끼기도 한답니다. 석회를 없애기 위해 친구는 세제를 풀어 팍팍 씻으려고 했는데요, 제가 그랬죠. 


그냥 식초 물에 담가놓으면 사르륵 사라진다고...... 


식초가 석회를 싹 없앤 모습에 놀라면서 친구는 이런 소릴 하더군요. 


친구: 그래서 유럽에서 맥주나 와인을 많이 마셨구나. 석회 성분이 물에 많으니 말이야. 

남편: 에이, 처음 듣는 말인데...... 이곳 사람들 옛날부터 줄곧 석회 성분 있는 물 마셔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 

친구: 앗? 한국인은 석회 물 때문에 유럽에서 맥주가 발달했다고 알고 있어. 

남편: 그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옛날에는 돌림병이 물 때문에 많아서 팔팔 끓여서 담근 맥주가 건강에 훨씬 좋아 그랬던 것 같은데? 석회 성분이 문제가 아니라 물에 세균이 번식해서 그런 것 같아. 

친구: 그래? 



오, 두 사람의 대화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도 석회물 때문에 맥주 많이 마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곳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런 물을 마시고 지내왔으니 그것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답니다. 

 


신선한 채소 질감 VS 푹 익힌 채소 질감


어느날은 양송이버섯 피자를 하려 했습니다. 

양송이버섯을 볶지 않고 바로 피자 위에 도핑 했더니 친구가 놀랍니다. 왜 익히지 않느냐고? 


스페인에서는 생으로 먹기도 해~! 


친구: 그런데 스페인에서 채소 익힐 때는 언제나 푹 익히더라. 조금 익혀 질감이 살아있는 맛도 좋은데...... 

남편: 그러게 말이야. 여기선 푹 익히거나 아예 익히지 않는 것, 뭐 그런 식으로 먹지......

친구: 조금 살짝만 익히면 별로 인가?

남편: 아마도 대부분이 별로라고 생각할 거야. 우리 부모님은 채소를 익히지 않으면 안 드시는 전형적인 타입이셔~!




오~ 그렇구나. 그런데 신기한 것은요, 이 사람들은 익히지 않으면 생으로 먹는다는 겁니다. 정말 제가 처음에 이곳 와서 놀란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지요. 양송이버섯을 생으로 먹질 않나, 호박도 생으로 쳐서 레몬만 살짝 뿌려 샐러드를 먹는 모습도 신기했고요. 시금치도 생으로, 숙주도 익히지 않고 바로 먹더라고요. 그러니 친구는 좀 놀라기도 했을 겁니다. 



스페인서 진짜 적응하기 힘든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 집에 머무는 친구는 가끔 저녁을 걸렀습니다. 

아이, 미안하게 밥을 안 주는 것도 아닌데 저녁을 안 먹는다고 하니...... 친구 홀로 남겨두고 우리끼리 저녁 먹는 것이 참 미안해졌지요. 그런데 사정은 이랬습니다. 


친구: 도대체 보통 몇 시에 저녁을 먹어? 

남편: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밤 8시에서 10시 사이에 밥 먹어. 아마 9시에 저녁 먹는 사람이 가장 많을 걸~.

친구: 아이쿠~! 그럼 몇 시에 잔다는 소리야? 

남편: 으응...... 10시 30분에서 11시 정도에 잔다는 소리겠지? 

친구: 헉?!!! 여기 의사들은 밥 먹고 바로 자면 건강에 안 좋다는 이야길 하지 않아? 

남편: 헉?!!! 난 그 소리 안 들어봤는데...... 

친구: 하긴, 의사들도 그렇게 늦게 밥 먹고 잘 테니 그런 소릴 할 수도 없겠네. 그런데 난 도저히 이 저녁 시간대는 적응할 수가 없겠어. 



평소 우리가 저녁 먹는 시간에 사진 한 방 찰칵 찍어봤습니다. 



저녁 시간이 밤 9시 10분이라니...... ㅡ.ㅡ;


한참 후, 

친구: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이 위암, 위병 발병율이 세계 최고라는데...... 저녁 늦게 먹는 거랑은 상관없는가 보네.......


헉?! 정말 그러네요. 여기서 저는 십 년 넘게 살다 오니, 이 저녁 시간이 그냥 저녁 시간으로 생각되었지요. 그렇게 늦었는지, 체감하지 못한 세월에 한국에서 온 친구 덕에 이 밤 저녁 시간대가 한국인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


여러분, 두 나라의 음식 문화 차이 재미있었나요? 

저는 아주 흥미롭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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