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유아 학교 언어 심리 상담교사의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쌍둥이 아이들 언어 수준이 옹알이를 막 뗀 만2세 언어 수준하고 같아요."
아~! 이런~! 우리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도대체 언어가 늘지 않아 속으로 걱정하던 부분이 선생님 입으로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말을 많이 하고, 동화책도 많이 읽어줬어야 하는데 순식간에 무의식은 제 잘못을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곧바로 안심하라시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괜찮아요. 말하기 수준이 만2세이지만, 이해 수준은 만4세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하긴 아이들은 스페인어로 하든, 한국말로 하든 다 알아듣고 행동에 옮기기 때문에 이해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쌍둥이를 담당하신 유치원 담임 선생님은 이런 고백을 하시더군요.
"제가 처음 이 아이들을 맡았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절망했답니다. 그런데 더 절망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었습니다. 제게 상황을 설명하는데, 제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절망했겠어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미안하고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쌍둥이 아이들 행동 양식이 있어 둘 만의 언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기에 이 아이들끼리만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있었지요. 게다가 스페인 사람인 아빠의 언어도 배워야 하고, 한국인인 엄마의 언어도 배워야 하니...... 또 학교에서는 발렌시아어까지 배워야 하고...... 그러니 여러모로 알지 못할 고충이 있었겠지요.
그런 아이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전문가의 말씀을 들어도 그렇고......
아이들이 설명하다 지쳐 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아~ 이 아이들은 왜 쌍둥이로 태어난 거야? 지금 한국 나이로 올해 6세인가요? 내년에 한국으로 치자면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인데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숫자도 제대로 세지 못하고...... 자꾸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더라고요. 거의 어른 수준으로 말 잘하는 아이들 또래의 스페인 조카를 보면 더하고 말입니다.
그래도 내 아이들이니 인내를 갖고 키우는 수밖에 없지요. 모든 쌍둥이 엄마들이 갖는 고충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어가 또래 아이들보다 느리다고......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으니 굳이 언어를 배울 필요성을 못 느껴 더 늦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 소식을 듣고 난 3개월 후, 바로 어제였나요?
아이들 입에서 또박또박하게 한 구절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인터넷이 연결 안 됐어~!"
에잉? 뭔소리야? 사라가 인터넷이 없다는 소릴 하길래 얘가 엉뚱한 말을 던지는가 싶었습니다.
갑자기 나온 말이 인터넷 연결이 안 됐다는 말이라니?!!!!!!
사라가 엄마에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여줍니다. 건전지 넣어 쓰는 두더지 잡기 게임기가 작동하지 않으니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는 소리를 합니다. 아~ 이 아이가~!!!!! 저는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라의 엉뚱함
엉뚱한 그림으로 눈까지 뚫어놓은 누리의 상상력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이 잘 자라난다는 증거겠지요?
그래, 쌍둥이들의 언어는 늦게 발달하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앞으로 말이 트일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 말이야~!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말을 못한다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자기 템포에 맞는 배움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은연중 깨달았습니다.
지금 쌍둥이를 키우시는 엄마들, 우리 아이들이 늦게 입이 트인다고 걱정하지 맙시다~!!!!!!
그렇게 엄마의 고충은 점점 사라져가고 인내로 다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
귀엽고 여성스러운 사라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누리
같은 날 태어나도 이렇게 다른 성격으로 같은 둘만의 언어를 쓰며
자기들만의 세상을 구축하는 이 쌍둥이들......
어쩌면 그것이 자신의 큰 재산이 아닐까 합니다.
그 보석을 인정하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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