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글쓰기 프로젝트/트러플의 세계

이색 직업, 트러플 채취꾼과 보낸 반나절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6. 2. 2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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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의 고산에 지금 추위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페냐골로사 산 정상에는 눈이 듬뿍 쌓였습니다. 지금도 가끔 눈이 흩날리고 있고, 약간 우중충합니다. 아이들도 목감기에 걸렸는지 콜록콜록 기침하고 있네요. 


아침에 회사 가기 바쁜 아빠는 딸이 걱정되었는지, 감기 치료에 좋은 허니 레몬티를 만들어 보온병에 넣어 두었습니다. 학교 갈 때 가져가라고 메모와 함께...... 역시, 누가 딸바보 아니랄까봐......


오늘은 며칠 전 트러플(truffle, 서양송로버섯) 채취꾼과 함께한 트러플 찾는 현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작년에는 후아니또 아저씨의 채취 모습을 잠깐 보여드렸는데요, 오늘은 마리 까르멘(Mari Carmen) 아줌마랑 같이한 반나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는데, 어쩐지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이색 직업이라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 (아~ 나만 그런가? 난 왜 이런 현장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트러플은 미식가들이 환영하는 최고의 버섯이지요. 요즘 한국에서도 꽤 자주 텔레비젼에 등장하면서 호기심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난 날은 정말 '다행으로' 날씨가 쨍쨍한 좋은 날이었습니다. 극적 드라마 없는 탄탄한 트러플 찾기였습니다. 어쩐지 트러플 채취꾼들은 경사진 산에서 돌을 헤집고 극한 암벽 등반 수준의 곡예를 하면서 트러플을 찾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러플을 위한 개암나무와 이베리아 참나무를 심어놓은 농장을 따라 잘 훈련된 개를 데리고 찾는 방법이 이 비스타베야 트러플 농사꾼들이 하는 방법이랍니다. 물론, 개중에는 야생의 산으로 개를 데리고 다니며 찾는 분들도 꽤 된답니다. 


아침 일찍 우리는 트러플을 찾으러 갔습니다. 


 

 


인간의 후각으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땅속의 트러플을 찾아 트러플 농사꾼들은 항상 개를 잘 훈련한답니다. 자고로~ 이 세상에서 직업있는 개라고 할 수 있는 트러플견들은 인간과의 조화로운 작업으로 트러플을 찾게 된답니다. 



짜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우리는 트러플이 공생하는 개암나무와 이베리아 참나무 농장으로 갑니다. 여기서 농장이라고 했지만, 화학적 인공 물질은 전혀 뿌려질 수 없는 자연산 상태로 트러플을 재배한답니다.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을 대주거나, 트러플도 버섯이기 때문에 종균(씨균)이 묻어나게 트러플 가루를 땅속에 뿌려준다거나 하는, 그런 인간의 힘을 들여 생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줍니다. 



우리는 아주 큰 밭에 왔습니다. 일단 개를 풀어주니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냄새를 맡은 듯, 땅을 킁킁거리며 가는데, 우와, 이거 오늘 한가한 산책 온 것이구나~! 날씨도 좋은데~!!! 하면서 감탄을 하자마자 그 감탄은 깨어지고 긴장이 시작되었습니다. 


개가 냄새를 맡고 땅을 파자마자 마리 카르멘 아줌마는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그리고 개를 일단 땅에서 떼어내고 어디인지 다시 묻습니다. 

"어디야?"

어떻게 주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땅을 배회하면서 정확한 지점을 팝니다. 우와~! 대단한 후각이야. 


 

 


그런데 개가 땅을 파도록 두지 않더군요. 


왜냐하면, 개도 트러플 맛을 알기 때문에 한입에 꿀꺽 삼킬 수 있습니다. 작은 것도 아주 귀하게 팔리기 때문에 그냥 먹게 둘 수 없답니다. 보통 시즌에는 1그램에 1유로이니 저 작은 10그램짜리가 얼마인지 아시겠죠? (가격은 변동이 많기 때문에 고정적이 아니랍니다.)


또한, 땅을 파다 발톱으로 긁어 트러플에 상처가 나면 품질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개가 땅을 파기 시작하면 주인은 정신없이 달려가 땅에서 떼어놔야 한답니다. 우와~! 이거 꽤 긴장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래도 큰 즐거움은 역시나 땅속에서 크기가 큰 트러플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나타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마리 까르멘 아줌마도 생각지도 못한 큰 트러플을 발견하면 혼잣소리를 크게 지르며 좋아한다고 합니다. 마치 한국에서 산삼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이랄까요?


"트러플 봤다~!!!!!!" 


외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네요. 



트러플을 꿀꺽 먹지 않도록 주인은 개들에게 작은 보상을 항상 한답니다. 찾을 때마다 맛있는 생햄을 던져준답니다. 오~! 트러플도 맛있지만 고기 맛을 아는 요 두 훈련견들은 주인에게 열심히 꼬리를 칩니다. 



애교도 많고 다정한 멋진 개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반나절 같이 다니다 보니 이런 트러플을 찾는 패턴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냄새를 맡고 트러플을 찾는 개들은 처음에는 아주 큰 트러플을.......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트러플을 찾더군요. 크기가 클수록 향이 더 진하다는 진리가 맞는 말인가 봅니다. 나중에는 작은 트러플이 한 번에 수두룩 발견되는 신기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트러플이 재배되는 거의 말기라 가격도 내려가고, 또 품질이 조금 떨어진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트러플 농사꾼들은 작은 트러플 하나라도 보석 대접을 해야만 한다네요. 왜냐하면, 종균 배양을 위해 상한 것도, 벌레 먹은 것도 다 모아 가루를 내어 다시 땅으로 뿌려줘야만 하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트러플 찾다 보면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름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처가 나면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채취해야만 한답니다. 



"자~! 멋지지 않아?"

흐뭇해하시는 마리 까르멘 아줌마! 

트러플은 모양이 깔끔하고 매끈하면 아주 좋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보통 야구공보다는 작고, 골프공보다는 큰 크기의 매끈한 트러플이 가장 잘 팔린다고 합니다. 물론 500그램이 넘어가는 트러플은 당연히 경매시장으로 가 그 값이 천유로 대를 넘기 시작합니다. 헉?!!!



그러다 우리는 희한한 트러플도 발견했습니다. 


생긴 것은 아주 똑같은 트러플인데, 질이 아주 많이 떨어지는 거의 절반이하로 떨어지는 트러플을 발견했습니다. 어? 생긴 것이 똑같은데 왜 그러지? 


보통 미식가들이 쳐주는 트러플은 투버 마그나툼 Tuber magnatum, 투버 멜라노스포룸 Tuber melanosporum인데요, 우리가 발견한 것은 투버 브루말레 Tuber brumale였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었느냐구요? 역시나 냄새였습니다. 


투버 멜라노스포룸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트러플 특유의 향기였는데요, 으음...... 투버 브루말레는 역시나 냄새가 좋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주 매운 무에서 나는 냄새와 흡사했습니다. 

그래도 먹을 수 있는 트러플인데 가격은 아주아주아주 저렴하다고 합니다. 



그날 우리가 반나절 동안 찾은 트러플입니다. 2킬로 정도였나요? 

우와~ 정말 대단한 양이었습니다. 저거 진짜 팔리는 물건일까? 의아할 정도로 사람들이 찾는다는 게 저에게는 참 생소했답니다. 저 못생긴 트러플이......!!! 


그런데 마리 까르멘 아줌마는 집에 진짜 큰 보물이 있다면서 절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무엇이냐? 바로 무게가 무려 650그램이나 나가는 경매용 트러플였던 것이지요. 



요 경매용 트러플은 프랑스 경매에서 몇천 유로에 팔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곳에서도 농사꾼은 그냥 중간 상인에게 팔기만 합니다. 중간 상인은 저것을 경매에 부치고 유통하니 그 이익이 어마어마하겠지요? 그래도 전 황금을 노리지 않는 성실한 농사꾼이 마음 더 편할 듯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이색 직업인 트러플 채취꾼과 함께한 이야기를 포스팅으로 올립니다. 


무엇보다 자연에서 트러플을 발견하는 일도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잘 훈련된 개와 두터운 신임으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물건이니 말입니다. 개들이 대단해~! 그래도 참 전율할 정도로 잘 조화 이루는 두 개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였던 하루였습니다. 너희들이 대단하다. 요즘 말로 "흥해라~!!!"


이색적인 이야기라 지루할 수도 있었던 이 포스팅,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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