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언제나 물건을 고쳐 쓰는 남편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6. 3.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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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이 있어 발렌시아에 외출 갔다 돌아오니 이런 풍경이 부엌에서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아파 전에 미뤄둔 일을 이제 해결하고 돌아왔기에 남편이 하루 휴가를 내고 아이들 보면서 집에 있었지요. 


'집에 있으면 청소라도 좀 하지. 이게 뭐지?'


이 풍경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뭘 또 집중하고 있는 남편 모습을 보니 또 산또르 남편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조립하고 발명하고 뭐 집에 있어도 온 집안이 자신의 연구실인 듯, 작업실인 듯 그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이제는 경지의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이건 뭐 아무 일도 아닌 게야. 



맥주 장비에 쓰일 전동판을 만들고 조립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끝나자 생각났다는 듯 남편은 다른 일거리를 가져옵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 사는 우리 집에는 흐르는 수도관이 없답니다. 그래서 샘에서 식수를 길러와 해결합니다. 플라스틱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하여 우리 가족은 전통적으로 이곳에서 쓰이던 유리 물항아리를 사서 이용해왔는데요, 그 유리 항아리를 감싸던 플라스틱 재질의 보호막이 끊어져 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답니다. 


그것을 새로 사도 되는데 남편은 언제나 또 고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못을 달구기 위해 한국에서 선물받은 토치에 불을~ 화아악 달아오르는 못에 기분이 좋아진 남편이 그러네요. 


"정말 이 토치, 대단히 유용해~!!!"



이제 물병 손잡이를 연결할 곳에 구멍을 뚫습니다. 

손잡이가 위와 아래로 떨어져 나가 무거운 항아리를 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또 불에 못을 달구고 하나씩 하나씩 구멍을 뚫습니다. 



뚫린 구멍에 철실을 박아 조아주면 끝이라네요. 


"손잡이 잡을 때 손이 아프지 않아야 하는데......"


옆에 있는 아내에게 이런 소릴 하면서 열심히 고칩니다. 



꽉, 꽉 조여주니 이제 꽤 괜찮네요. 


"남편, 손이 하나도 안 아파~! 정말 잘 고쳤어."


남편도 흐뭇하게 웃네요. 


"거 봐. 이참에 이렇게 고쳐놓으니 또 쓸 수 있고 좋지."


이렇게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에서는 재활용과 고쳐 쓰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 여러분, 저는 요즘 블로그에 글 올리기가 아주 재미있어졌답니다. 일단은 일상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올려 재미있고,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진정' 있어서 그렇고, 무엇보다도 집착 어린 글쓰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행복합니다. 공감에 연연하지 않고, 쓰고 싶은 이야기와 올리고 싶은 사진, 함께 나누고 싶은 풍경들을 나눌 수 있어 좋네요. 전에는 [해외생활]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정말 잘해보고 싶어 아등바등한 느낌이 드는데, 이제는 집착 탁 내려놓고 그냥 흐르는 대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도 이런 소소한 변화에 같이 즐기면서 제 글을 읽어주시면 아주 고맙겠습니다. [해외생활]이라는 카테고리에 제 글이 보이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제 글을 많이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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