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회사에서 급하게 저를 부릅니다.
"어쩌면 좋아~, 난 당신이 급하게 필요해~!"
초조한 목소리로 저를 부르니 당장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남편이 일하는 자연공원으로 달려 갔더니, 행사에 활용할 배경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작은 페리아(Feria, 박람회)에 자연공원 홍보용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사진 배경판이라......
스페인에서는 "Foto cap"이라고 하는 배경판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세워두는 파넬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예술가잖아? 당신의 예술적 감각으로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어.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
그래서 저는 남편을 도와 3일에 걸친 사진 배경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만드는 이 작업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먼저 못 쓰는 우드보드지를 재활용하기로 하였답니다. 그 위에 식탁용 커버 종이를 아교 칠해서 발랐답니다. 그리고 잘 마르기를 기다린 다음,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구상 작업으로 스케치를 먼저 해보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아이디어를 쥐어 짰습니다. 휴지를 적셔서 아교에 붙이는 작업, 그 흔한 모래로 붙이는 작업, 신문지 잘라 붙여넣기 등, 한마디로 콜라주 형식의 작업을 하기로 했답니다.
자, 과연 이 하얀 판이 어떻게 변할까요?
자연공원을 표현하는 콜라주 사진배경판입니다. 최대한 자연적 재료로 판을 만들기로 했답니다. 그래야 어린이들이 와 앞에서 사진도 찍고 홍보도 할 수 있다네요.
밑그림을 그리고 이제 작업에 들어갑니다.
스페인 발렌시아주의 모든 자연공원을 상징하기 때문에 바다와 산, 그리고 쨍쨍한 해까지 다 들어갑니다. ^^*
먼저 휴지를 물에 적셔 짜서 돌돌 말면서 해를 표현했습니다. 아교를 칠한 다음 그 위에 붙였는데, 마르면서 아주 단단하게 변해갔습니다.
우리 아기들이 쓰던 스펀지를 가져와 도구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푸른색 바다를 이미 그렸기에 하늘을 표현할 방법으로 스펀지를 사용합니다.
직접 배경판에 그리기 전, 연습용으로 한 번씩 찍어봅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자, 하늘과 바다, 그리고 섬, 태양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르기를 기다려야하겠지요?
산을 표현할 재료로 단풍잎으로 붙이기로 했습니다. 그날 신선하게 물든 나뭇잎을 뜯어와 행동 개시했습니다.
아교를 아끼지 않으면서 단풍잎을 붙였는데 자꾸 위로 오그라들면서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나뭇잎 줄기를 잘라냈습니다. 줄기가 원인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짜잔~! 이번에는 모래를 붙입니다. 원하는 부분에 아교를 먼저 칠하고 이렇게 솔솔 모래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저렇게 잘 말랐습니다. 하얀 배경판이 어느새 색을 드러내면서 우리 부부를 반겼습니다. 이제 세부적인 일만 남았네요.
정열적인 스페인의 태양을 표현하기 위해 주황과 노랑을 적절히 섞어서 표현했습니다.
구름으로 집에서 안 쓰는 오래된 솜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발렌시아주 공원을 표현할 방법으로 로고와 자연공원 상징새를 프린트하여 붙였습니다.
산에 있는 단풍과 함께 바다와 산의 경계로 이런 큰 갈대잎을 가져와 콜라주했습니다. ^^*
그리고 무엇인가 허전한 것이 있어 종이를 오려 꽃을 마련했습니다. 열심히 풀로 붙이고 그 위에 색칠까지 했습니다.
남편은 어떻게 배경판이 만들어질지 몰라 아주 조마조마했었다네요. 그런데 이렇게 만들고 나니 아주 속이 시원하다면서 이제 좀 안심이 된다며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새심한 일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완성된 배경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남편은 사진 배경판 진행 과정을 일일이 발렌시아 상사들에게 사진으로 찍어 보냈습니다.
산들무지개 최고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발렌시아 직원들의 응원을 받고 남편을 도운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이 사진 배경판은 어떻게 쓰이느냐고요? 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추억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는 배경판이 되었습니다. ^^*
(위의 모델은 한국에서 오신 친구 어머님과 친구입니다. 포스팅에 사진 허락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람회에 다녀온 남편은 대박~ 이라면서 엄지를 척 올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고, 발렌시아 정부 관계자도 와서 이 배경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갔다고 합니다. 그날 전람회에서는 앞에 볏단을 놓아, 앉아서도 찍을 수 있었다네요. ^^*
발렌시아 대학교 지인 교수도 사진 하나를 보내주셨는데, 재미있게도 저희 부부가 그린 배경판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셨더군요. 아~! 남편이 덕분에 잠자고 있던 제 실력을 깨워줘서 저도 아주 신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난 본업으로 돌아가야해~! 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블로그를 그만 두고, 이제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하나? 싶은 것이...... 제가 추구하던 예술 작업은 언제 하려나...... 큰 고민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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