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13년 차 국제 부부가 말하는 '부부'

산들무지개 2016. 8. 2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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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페인 커플인 우리 부부의 한국 친구들은 남편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합니다. 


"한국 여자랑 결혼하여 기분이 어떠니?"


남편은 처음에는 그 의미를 몰라, 항상 그랬답니다. 


"뭐, 나라를 떠나 마음 맞는 사람과 결혼해 좋아."


그러다 또 친구들은 이런 당부의 말을 합니다. 


"너만 믿고 스페인 가서 사니까 잘 해줘. 외롭지 않게 말이야."


그러면 스페인 남편은 화들짝 놀랍니다. 왜 나만 믿고 스페인에 왔다는 말을 하는 걸까? 


살다 보니, 남편이 제일 당황하는 질문이 이런 것들이라고 하네요. 부인한테 잘해라. 부인이 외롭지 않게. 


그런데 남편이 그러네요. 


"나랑 사는 게 힘들어? 힘든 적 있어? 외로워? 나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소린 하지 마."


처음에는 자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소릴 하지 말라고 해서 엄청나게 섭섭했습니다. 우와~ 이거 한국에서는 당연히 하는 소리인데...... 왜 그런 가사도 있잖아요?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아니면 이런 멘트들이 흔하잖아요? 당신,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아. 내가 당신에게 꼭 보답해줄게. 등등 

처음에 남편이 자기 때문에 결혼하고 스페인에 와 산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이것이 문화 차이던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이렇게 말하네요. 


"나는 나 때문에 힘들고 외롭고 고생하는 아내가 있다면 당장 처가로 돌려보내겠어. 결국, 깊게 파고들면 행복하지 않다는 소리잖아? 맨날 힘들고 외롭고 울면서 지낼 수 없잖아? 당신이 정말 당신 삶을 선택하여 나와 함께 살겠다고 다짐한 거지, 누구 때문에 내 삶을 포기했다는 뉘앙스의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당신이 나와 함께 살아서 좋고 즐겁고 행복하다'는 주체적 삶의 태도로 바라봤으면 좋겠어."


맞네요. 남편 말이 참으로 옳았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여 여기에 왔지만 그것은 나의 선택이고, 내가 내 삶을 더 행복하게 할 내 책임이라는 말. 내가 나 때문에 당신과 결혼해 내가 이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내가 당신 때문에 고생하고 희생하고 외로워한다면 삶을 다시 바라보라고 조언까지 했습니다. 



이게 부부네요. 

주체적 삶의 태도로 내가 적극적으로 행복하게 나아가는 것. 

그러면 부부가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고 

항상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함께 나아가게 될 것이니 

희생이고, 너 때문이야~ 하는 피해의식은 없어지게 된다고요.


이렇게 최선을 다해 나에게, 배우자에게 잘하다 보면 인생의 막도 함께 내리게 될 것이지요.   



며칠 전 남편이 생일을 맞았습니다. 

44살 생일인 줄 알았는데 43살이네요. 

우리 부부가 나이를 잊고 살아갑니다. 

덕분에 한 살 줄었다고 좋아하는 남편. 



한 살 젊어진 거네?! 



축하해~!

소소히 케이크를 구워 아이들과 함께 나이를 잊고 나누어 먹었습니다. 


 


요즘 정신없이 지내고 있답니다. 할 일이 태산처럼 많아 조금 부담이 되긴 하는데 

원고를 쓰고 있던 저에게 남편이 다가와 저렇게 옆에 나란히 앉았네요. 


다 큰 어른 둘이 한 책상에 나란히 앉아 이것저것 대화하고 

수다 떨다 보니 오~ 이게 13년 차 부부구나 싶습니다. 


좀 한가해지는 날, 그동안 못 다한 여행 이야기할게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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