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양이가 사냥한 부엉이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많은 분이 경험적 교육이 참 좋다고 하시고, 또 어떤 분들은 부엉이 사체에 참 불편하다고 감정을 토로하기도 하셨답니다. 제가 아마 이곳 생활에 익숙해 죽은 동물 사진을 참 검열 없이 잘도 실었나 봅니다. 경험적 교육을 보여드리기 위한 하나의 모습이었는데,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은 참 무서운 풍경이라고 하십니다. 실제로 저도 몇년 전에는 정말 지렁이 하나만 봐도 소리 지르고, 만지지 못하던 사람이었으니 말입니다. ^^; 그런데 사람은 다~ 적응하기 나름이라는 사실, 제 경험으로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오늘 왜 이 말을 하느냐구요? 사실, 오늘 점심시간, 남편이 큰 소리로 절 불러댔답니다. 오늘도 동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리 이런 말씀을 드리니 오늘은 놀라지 마시라고 예고를 드립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자연이 참 아름다워 많은 분들이 아~~~ 저런 곳에서 살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데 모든 면에는 양과 음이 있기 마련. 이런 아름다운 곳에도 고충이 참 많답니다. 날씨가 혹독하고, 바람도 많고, 겨울에는 춥고...... 또...... 가장 중요한 하나는 이곳에는 사람과 동물을 죽이는 독사가 있다는 겁니다. 이곳에 사는 독사는 에스쿠르시오(Escursió)라는 독사인데 양을 물어 죽인 적도 있답니다. 독사에게 물리면 응급 헬리콥터가 날아와 실어갈 지경이지요. 그래서 언제나 우리 부부는 이런 보이지(?) 않는 적에게 불안해하고 있답니다.
좀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남편은 밖에서 크게 소릴 쳤습니다.
"빨리 와 봐!"
남편은 점심 먹기 전에 잠깐 볼일이 있다고 밖에 나가더니
저렇게 집 가까이 있는 뱀을 한방에 쳐댔습니다.
"이 뱀은 독이 있는 독사야. 내 영혼에 정말 미안하고, 저 뱀의 영혼에도 정말 미안한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없앨 수밖에 없었어."
남편은 엄청나게 긴장한 얼굴로 뱀과의 사투(?)를 벌였습니다.
머리가 뾰족한 삼각형의 전형적인 이곳의 독사였습니다.
남편은 세 아이를 생각하여 그냥 살려둘 수 없었다고 합니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또 존중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내 이익을 위해 없앤 게 정말 미안해."
그래도 남편은 세 아이가 무사히 자랄 수 있도록
환경적인 안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저렇게 독사를 처리했습니다.
일단, 여러분이 무서워할까 봐 모자이크 처리했고요,
우리의 고양이들은 먹잇감 하나에 또 달려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생태계 순환이던가?
고양이들은 자기 앞에 던져진 고기(?)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아빠는 아직 점심을 시작하지 않은 세 딸들을 불러다 자세히 말해줍니다.
"얘들아~!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은 이 뱀이란 녀석이야.
이 독사는 한 번 물리면 큰일 난단다. 너희들도 이런 녀석을 보면 재빨리 도망가야 해."
"머리가 뾰족한 것 봤지? 이런 녀석들은 독사야.
줄무늬도 사다리처럼 생긴 게 아니라 스프링처럼 생겼잖아?"
"밖에 나갈 때는 항상 장화나 등산화를 신고 가. 이런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 정말 안 되는 거야."
아이들은 심각하게 말하는 아빠에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슬리퍼를 신은 아이들 발이 잠시 오그라드는 듯했습니다.
아마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들은 듯합니다.
정말로 스페인 고산은 아이들이 살기에 참 좋은 환경이지만, 이런 환경적 제약으로 항상 조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답니다. 아이들도 이번의 뱀 사건으로 무엇인가를 철저히 배운 듯합니다. 그러나저러나 아빠는 좀 후덜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 미안했다고 합니다. 아! 정말 다른 생명을 없애면서까지 내 아이를 지킨다는 게 좀 아이러니했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이 근처에 뛰어노는 곳에서 독사를 발견한 아빠의 마음, 여러분도 다 아시겠죠?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뜸한 일기 >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 행사는 꼭 해야 하는 시부모님 (10) | 2016.10.26 |
---|---|
스페인 남편이 독일에서 사온 것들 (34) | 2016.10.12 |
각자의 삶에 휴식이 되는 부부의 가사 분담 (36) | 2016.09.20 |
추석이 오는 길목에서 달 구경했어요 (20) | 2016.09.09 |
초등학생 조카가 스페인에서 보낸 방학, 과연 어땠을까? (15) | 201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