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종일 외출을 했답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 필요한 생필품 장보기와 또, 한 달에 한 번 꼭 가야 하는 치과에 다녀온 터라 아주 피곤했답니다. 그런데 치아교정은 드디어 끝~!!! 이를 만개하고 활짝 웃을 수 있게 되었지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건강이 우선이라 적절한 선에서 치과 의사님은 끝내주셨습니다. 총 1년 8개월입니다. 물론, 당분간 교정기 유지장치는 꼭 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외출한 김에 우리 집 화장실에 필요한 부식토를 찾아 이곳저곳 조합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마을 조합에는 안 팔았고, 카스테욘 도시 조합은 아예 건물이 헐려 없더군요. 그래서 외곽의 한 조합에 들어가 찼던 중 남편이 평소에 이 고생을 하는구나, 싶었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이런 장보기를 해왔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짜잔 발견한 하얀 부대, 오~! 부식토구나!!! 낑낑대면서 무거운 부대 2대를 카트에 넣어 드디어 장보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아주 기쁜 듯 씨익 웃습니다.
"고마워~! 이렇게 부식토를 당신이 사와서 정말 한 부담 덜었어. 평소에 이거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거든. 시간을 벌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렇게 기뻐할 줄 생각도 못 했네요. 하긴, 부부의 역할 분담이 알게 모르게 정해져 있어 우리는 이 일은 남편이 하고, 저 일은 아내가 하는 거야, 라고 무의식으로 못을 박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하는 일도 제 일인 양 더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서로에게 휴식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저에게는 남편이 가사 분담에 적극적이라 참 큰 위안이 된답니다. 이 스페인 고산에 가까운 음식점도 없고, 배달점도 없는 이곳에 매일 혼자서만 요리한다면 정말 피곤해서 때려치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정성이 바닥나 그냥 막 음식을 할 수도 있고, 어설프게 차려내 모두의 투정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답니다.
남편이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하니, 저도 그에게 이런 말을 꼭 해주어야겠습니다.
"남편, 평소에 밥 해줘서 정말 고마워. 나에게 큰 부담을 덜어줬어. 나에게 휴식하는 시간을 줘 정말 고마워."
보통 점심을 제가 하면, 저녁은 아빠가 한답니다.
정말 아침, 점심, 저녁밥을 다 하라고 하면 제가 불량주부인지는 몰라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ㅡ,ㅡ;
저는 한식을 주로 하고,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스페인 요리를 한답니다.
남편은 손수 요리하는 게 아주 당연하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같이 살려면(생존하려면) 서로서로 도와야지. 지금은 농업 시대가 아니잖아?"
남편이 만든 해물 파에야
실제로는 예쁜데 제 사진기가 고장 나 지금 수리 센터에 있는 관계로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 이렇게 잘 나오질 않았네요. ^^;
근처에 식당이나 배달점이 한 군데도 없으니 이렇게 손수 해야만 합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손수 해 먹어야 하는데 그래서 더 정성이 필요하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김밥과 양념 치킨이 제일 맛있다고 하네요. ^^;
아빠가 하는 요리는 이렇게 단품 요리이지만, 영양 면에서 뒤처지지 않습니다.
스페인식 정어리 오븐 구이
스페인 해물 죽~
요즘 들어 남편이 요리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입니다.
먹고 싶은 건 스스로 해먹는 게 남편에게도 해당합니다.
터키 식당에서 자주 먹던 팔라펠이 먹고 싶어 산또르 님은 직접 만듭니다.
소스도 오이와 요구르트를 넣어 살치키를 만들고요......
병아리콩을 저렇게 다져 반죽을 만들어 양념을 넣고 손수 빚습니다.
그런데 피타가 없습니다.
터키(그리스)식 얇은 빵으로 팔라펠과 각종 채소를 넣어 먹는 일종의 (샌드위치용)
빵인데 집에 사다 놓은 게 없습니다.
그럼 아이디어를 짜내야지!!!
집에 있는 찰호떡가루가 있어 밀가루를 더 첨가하여 저는 즉흥 빵을 만들었습니다.
약불에 뚜껑을 덮고 익히니 훌륭한 피타 빵으로 변신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피타 빵보다 맛있어요. 왜냐하면, 달곰하고 찰지기 때문에 말입니다.
빵이 찰져 그런지 잘 터지지도 않고 저렇게 꾹꾹 쑤셔 넣어도 잘 들어가 남편도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다들 맛있다면서 좋아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부족해야 창조적일 수 있다는 말이 참 크게 와 닿습니다.
이 적막한 고산의 생활에서 남편이 참 부지런히 가사 분담을 해줘 정말 고맙네요.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에게 일 시키는 거야?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도 가사 일을 나누어 하면 더 부부의 정이 솟아난다는 진실도 같이 말씀 드립니다.
어제 외출 중에 세탁기에 들어간 옷을 널지 않으면 안 되는데...... 걱정하고 왔더니,
남편이 이미 다 빨랫줄에 세탁한 옷을 널어놨더군요.
한술 더 떠 다른 옷도 다 세탁했더군요.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미리 세탁해놓는 게 좋을 것 같아."
남편의 이 말이 참 큰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만 가사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남편도 적극적으로 걱정하는 그 사실에 말입니다.
그래서 치아는 어떻게 됐느냐고요?
바로 요렇게 됐습니다. ^^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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