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보자기에 사랑을 싸서 전하는 발렌시아 연인의 날

산들무지개 2016. 10.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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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제삼도시 발렌시아는 어쩐지 발렌타인 데이와 어감이 비슷한 단어를 씁니다. 실제로 발렌시아는 발렌티노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답니다. '용감한, 꿋꿋한' 이라는 뜻이지요. 성 발렌타인은 라틴어로 성 발렌티노라고 하는데요, 어~~~ 어쩐지 비슷하다~~~ 소리가 나오지만, 스페인 발렌시아는 '발렌타인데이' 말고도 따로 연인의 날을 지정하여 축복한답니다. 



앗!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는 연인의 날이 따로 있다고요? 



신기하게도, 그렇습니다. 발렌시아 왕국이 세워진 날이자, 발렌시아 나라가 세워진 날이라고 할까요? 물론 지금은 에스파냐라는 정부로 통합되었지만요, 13세기부터 발렌시아는 자체적인 왕국이자 국가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습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파이스 발렌시아(pais valencia), 파이스 까딸루냐(pais catalunya)라고 합니다. 발렌시아 국가, 까딸루냐 국가라는 뜻이지요. (파이스는 국가, 나라라는 뜻이랍니다.)


발렌시아는 매해 10월 9일 건국일(? 혹은 발렌시아의 날)로 공휴일로 삼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신기하게도 크리스천이 정복할 시기와 맞닥뜨려지는 날이지요. 자우메 프리메로(Jaume I)가 발렌시아를 정복하면서 모든 무슬림 세력을 몰아낸 날이기도 합니다. 



▲ 아라곤의 정복왕, 자우메 프리메로가 발렌시아에 

입성한 해는 1238년입니다. ^^



그런데 왜 그것이 연인의 날이 되었느냐고요? 



일단 연인의 날에는 예쁜 과자를 보자기에 싸서 선물하는 관습이 있답니다. 아하! 어딜 가나 연인에게는 달콤한 먹을거리를 주는 게 공통점이구나! 예쁜 과자는 마자판(Pazapan)이라는 재료로 여러 형태의 과자를 만들어서 말이죠, 정말 보자기에 싸서 선물한답니다. 마자판은 주로 아몬드 가루와 설탕으로 만들어내는 재료이랍니다. 



정말 예쁜 과자죠? 

발렌시아에는 10월 9일을 전후하여 빵집에서 이런 제품을 내보인답니다. 

연인들을 위해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말입니다. 



▲ 요렇게 연인에게 주고 싶은 만큼 골라서 보자기에 싸서 건네는 풍습이 있답니다. 



처음 스페인 시아버지께서 제게 이런 선물을 해주시면서 발렌시아 역사를 이야기해주셨는데, 참 재미있었답니다. 사실은 이날은 자우메 프리메로가 입성할 당시 아랍인들에게는 피신의 날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험한 전쟁이었을 것으로 예상하나, 한편으로는 정착해 살던 이슬람교도들에게 피신할 시간도 주었나 봅니다. 그들은 집 안에 있던 물건을 대충 보자기에 싸서 도망을 갔다고 하는데요, 그런 모습이 많은 향수를 자아냈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자기에 소중한 것만 넣어 연인에게 준다는 의미일까요? 그런 풍습이 있답니다. 



▲ 자우메 프리메로가 입성할 당시의 모습을 타일 벽화로 그려낸 모습입니다. 

오른쪽 위에는 저렇게 보자기에 싸서 피신하는 아랍인(이슬람교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800년을 내 집이다 생각하고 살던 이슬람교도들은 자신의 집을 두고 떠나야 했고, 그들과 평화롭게 살던 크리스천들은 떠나는 이웃이 안타까워 울었을 역사 속의 한 장면입니다. 개종하여 많은 이들이 남았다고도 하는데, 아마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지금도 이슬람 문화가 스페인 문화의 한 부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때요? 재미있었나요? 10월 초에 발렌시아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연인에게 사랑을 보자기에 싸서 선물하는 이벤트를 경험해보시면 어떨까요? 아주 재미있을 듯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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