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한국인들이 오해하기 쉬운 스페인 손님 문화

산들무지개 2016. 9. 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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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스페인에 산 지 거의 15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살다 보니, 이제야 아하~! 그것은 바로 이 의미구나, 싶은 것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이 손님 문화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집에 손님을 초대하면 꼭 이런 말을 합니다. 

"내 집처럼 생각하고 사용해라~!"

"여긴 네 집이야."

"스페인에 네 집이 있다고 생각하렴."

제 주위의 많은 스페인 현지 친구들, 이웃들은 꼭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다니던 스페인 학교의 한 교수님은 한국 교수님께 집을 내어주신 적도 있지요. 집처럼 생각하고 편안히 사용하라는 말씀과 함께 말입니다. 

남편도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 꼭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어느 날인가, 한 현지 친구의 외국인 친구가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어, 그 친구를 초대하여 집처럼 사용하라면서 자신의 아파트에 있는 방 하나를 무료로 빌려주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3달이 지나고 나서, 그 친구를 쫓아보냈다고 합니다. 


'아이고, 집처럼 사용하라면서 왜 내보낸 거야?'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알고 보니, 아무리 집처럼 사용하라고 해도 청소와 집안일은 나몰라라 하고 협력을 하지 않아, 그 친구를 내보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상전 모시듯 손님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집안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으니 집처럼 사용한 것이 아니라, 호텔처럼 사용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그 외국인 친구가 아닌, 한국 손님들도 오해하여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물론, 단기간 머무는 경우 말고, 장기간의 경우엔 꽤 심각하게 상황이 변해갈 수도 있답니다. 

아니, 집처럼 머물라고 해놓구선, 나중에 뒤통수 때리는 건 뭐야? 할 상황도 생긴답니다. 

저는 내 집처럼 사용하라는 말 속에는 너는 이제 이 집의 가족이 된 것이다, 가족이 함께 분담해야 할 의무와 역할을 너도 같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란 뜻이 함축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손님을 초대하고 집처럼 생각하라라며 편의를 봐주기도 하지만요, 그 속에는 네 집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이 집에서 생활하라란 의미가 있지요.  

한국 손님을 초대하고 집처럼 생각하라, 고 말하면, 가끔 엄마 집에 온 것처럼,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처음 스페인 남편은 전혀 이해를 못하더군요. 

저도 집처럼 생각하라는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해, 그냥 맛있는 것 해주고, 편히 있다 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이 의미가 음식 하는 걸 거들고, 밥때가 되면 나타나 테이블 세팅과 음식 접시 나르고, 이것저것 준비하는 그 과정도 다 포함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한, 설거지도 같이하고, 자고 난 자리는 깨끗이 정리하고, 자기가 머물다 간 자리는 청소 한 번은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집처럼 깨끗이 사용하고, 집처럼 편하게 집 물건을 만지면서 능동적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레 배워 스페인에서는 

손님들이 직접 집안일을 합니다.


어쩐지~~~ 그래서 스페인 손님들이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주인인 양 그렇게 열심히 집안일을 했던 거군요. 반면, 한국 손님들은 해주는 밥 먹고, 편안히~ 정말 편안히~ 있다 갔습니다. 물론, 한국 손님들은 식사 대접이나 선물 등으로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었고요.  

그런데 솔직히 매번 요리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스페인 손님들이 정말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요리도 직접하고, 자기 집처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편안히 사용하다 가기 때문이지요. 반면, 한국 손님들은 식탁에 수저 놓는 것까지 제가 다 해야 해서 좀 힘들기는 힘들었답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경험이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고 그 한국 손님 인성이 나빠 그런 것이 아니라, 순전히 문화의 한 차이이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한국에서는 손님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보통 여성분들은 그나마 나은데, 남성분들은 전혀 거들지 않아 좀 힘들었답니다. <--- 개인적 경험)

여러분, 혹시 스페인 가정에 초대되어 간다면 꼭 이 점은 명심하세요~~~

내 집처럼 알뜰살뜰 집안일을 같이 거들어준다면 스페인 사람들도 꽤 좋아한다는 것~! ^^*남자나 여자나 다함께 참여하는 손님 문화랍니다. 


오늘의 이야기 재미있었나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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