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아빠 없는 날, 스페인 고산에 내린 우박과 비
아빠는 뮌헨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네 모녀는 주말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는데요, 특히, 월요일에 있을 수업을 위해 점토를 재활용하는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해발 1,200m의 청청한 스페인 고산의 가을 하늘은 높고, 햇볕은 따뜻하고 아주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글쎄 천둥 번개 날벼락을 동반한 비가 엄청나게 내렸답니다. 비만 오면 다행이지만, 이 날은 우박까지 함께 왔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터넷 무선 안테나가 고장나 이렇게 포스팅을 올리지 못했답니다.
얼마나 놀랐던지...... 갑작스럽게 날벼락 맞는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이란 걸 느끼게 해 준 날이랍니다.
그럼 그날의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아이들과 함께 점토 재활용 작업에 들어가 이렇게 흙을 개고 있습니다.
날씨가 아주 좋아서 온종일 햇살을 받으며 있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엄마가 야외에 있으니 아이들도 덩달아 야외에서 야외 활동에 나섰습니다.
큰 아이는 작은 아이들 인라인스케이트 일일 강사가 되어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우리는 개어둔 점토로 그릇을 만들기로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우르르르 쾅~!
밖에서 저렇게 날벼락이 치는 동시에 이런 우박을 두두두두두두~ 쏘아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대포 물을 쏘듯이 그냥 쏟아지고 있었고요.
아~ 무섭다.
그런데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우박이 우박으로 보이지 않고 눈으로 보였나 봅니다.
"엄마~! 눈이 내린다."
"얘들아~! 저것은 눈이 아니라 우박이야."
"우박이 오면 어때? 이제 눈이 내릴 수도 있다는 증거잖아?"
아이가 이런 말을 합니다.
에잉? 그런 것이야?
다락방에서 보이는 집안 뜰이 물로 막 차오르고 있습니다.
이게 겨우 5분도 안 된 상황인데 이렇습니다.
저 물줄기 보세요. 우와~ 비가 많이 내려 물저장통에 물을 채워 넣을 수 있어 좋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자연의 위대함을 또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비로 인해 잎도 폭삭 떨어져 나갔습니다
비가 어느 정도 멈춰 밖에 나갔더니 양치기 아저씨가 비에 쫄딱 맞고 귀가 중이셨습니다.
"양들은 무사해요?"
"응~ 무사해."
사실, 천둥번개 날벼락 심한 날에는 들판에서 풀 뜯던 양들이 벼락 맞아 죽는 경우도 많거든요.
"아저씨, 어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세요."
"아니야.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지. 양들을 우리에 넣어줘야 해."
아저씨는 비를 피하지 않고 양 떼를 보살펴야 한다며 사양하셨습니다.
비에 홀딱 맞은 옷을 보며,
"아저씨, 우리 양반 비옷이 있는데 빌려드릴게요."
"어허~ 그래? 오늘은 비가 안 올 줄 알고 안 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비가 내리다니!"
날씨에 민감한 양치기 아저씨도 평소 가지고 다니는 비옷을 챙기지 않은 것을 보니
과연 갑작스럽게 내린 우박과 비입니다.
그날 5분도 채 안 돼 내린 강수량은 20L.
하늘에서 그냥 양동이째로 빗물을 쏟아부은 듯했습니다.
양 떼는 그런 곳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땅에 솟아나는 풀이나 열심히 뜯고 있습니다.
너희들은 좋겠다~ 생각 안 하고사니.......
이 와중에 풀이 목으로 넘어가니?!
우리의 양치기 개들도 쫄딱 비 맞고 떨고 있는데, 양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 너희들 양털 옷 입으니 춥지 않지?
아이도 양치기 아저씨가 걱정되어 나옵니다.
"아저씨, 들어와 쉬다 가세요~!"
"아니야, 비가 더 오기 전에 빨리 가야지~!"
우리 집 뒷산 넘어 걸어서 30분 정도 가야 하는데도 아저씨는 쉴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다.
양치기 아저씨는 남편의 비옷을 빌려 입고 후다닥 양 떼를 몰고 가셨습니다.
그날 내린 우박은 아이들에게는 신났지만, 동물들에는 퍽 놀라게 한 우박입니다.
저도 놀랐으니 말이지요.
비가 오면서 대부분 우박이 녹아 없어졌지만, 이렇게 동글동글한 우박은
다음 날 아침까지, 길 가장자리에 하얗게 여전히 쌓여있었습니다.
하늘의 변덕 덕분에 그날부터 인터넷이 아웃되어 우리는 문명(?) 없는 때로 돌아가 생활했답니다.
우리는 다시 집으로 들어와 하던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재활용한 점토로 이쁜 그릇 만들기~!
그렇게 하여 완성된 그릇들이 위의 사진입니다.
아~~~ 아빠는 언제 오는 걸까?
아이들은 아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응~~~ 엄마도 아빠가 빨랑 왔음 좋겠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식겁하던 날벼락과 우박 지나고 오늘은 아주 화창한 날입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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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2016.10.10 19:20
며칠 글이 없어서 어디 편찮으신가 했네요. 와, 우박이라니..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지난여름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온 언니가 진짜 살고싶을 만큼 좋다고 하늘도 깨끗하고 사람들도 편견없어보인다고 해서 스페인에 더 더 관심이 가는데 매번 접하던 소식이 없으니, 이것도 중독일까요??ㅋㅋ제가 스페인을 좋아한 원래 이유는 어릴적 보았던순정만화 주인공 '리안 카롤루스 타라고'때문이랍니다. ㅎㅎ 오늘도 글 읽고갑니다♡
답글 -
일량댁 2016.10.10 19:46
시걸 생활 중 무서운것이 자연재해죠..
답글
도시도 예외는 아니지만...
특히 사람이 뜸한 시골에선 내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중요하구요..
저희도 아이아빠가 한달씩 출장 갔을때 많은 눈. 많은 비...같은 날씨가 오지않길 바래요.. 저 혼자서도 어째어째 할 수는 있겠지만 아이아빠 없음 더더 무서운걸요..
항상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시골 생활이 더 행복하죠~~ *^^*
항상 좋은날 되세요~ -
올빼미 부인 2016.10.10 20:33
TV로 봤던 아이들 그대로 날씨와 상관없이 평화롭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니 한국에서나 스페인에서나 아이들은 똑같네요~
답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잘 전해주시니 감사하며 미소지으며 읽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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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2016.10.11 00:01
비가 정말 많이 오네요. 정말 양동이로 퍼붓는 표현이 맞을거같아요. 어쩔땐 무서울거같아요. 우박이 작네요. 우박도 크기에 따라 잘못맞으면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것으로 변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비오는날 점토 작업을 했으니 어서 잘 구어진 모습을 보고 싶네요. 보니까 애들이 잘 만들었네요. 엄마와 무언가 같이 한다는건 정말 좋은 교육인거 같아요. 저도 결혼하면 산똘님과 산들님처럼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즐기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고 싶네요. 지난 포스팅에 양떼들로 인해 작은 고양이가 죽었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어요. 좋은곳으로 가라고 기도했네요. 좋은소식더 많은 하루하루가 되었음하네요!!
답글 -
윤스 2016.10.11 04:49
글들을 읽으니,
답글
지금 내가 보내고있는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것 같아요.
아무 생각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여서 동물과
다르다고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삶이 힘들다라고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냥 있는그대로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맺게 된다면 서로에게 좋을텐데요 ㅋ
그럼 오늘하루도 행복하세용^^♡ -
박동수 2016.10.11 08:26
버스타고 지나가는데 양인지 염소인지 길가 가시나무(?) 위로 올라가서 잎사귀를 뜯어먹는 걸 보고
답글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신기하고 그 식탐도 엄청나군 했는데...비 맞는 것 쯤이야...
그리고 궁금한 것이 산들님 집에 고양이, 닭, 칠면조는 있으면서 개는 왜 아니 키우는지?-
하하하! 아마 산양일 것 같은데요?
그놈들 식탐 대단해요. 그런데 꼭 그런 거친 음식들만 좋아하는 것 보면 또 대단한 개척가란 생각도 들었답니다. ^^*
앗! 우리가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여행하기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 개를 혼자 두고 갈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랍니다. 개에게 책임감이 많이 들거든요. 대신 고양이나 닭, 칠면조는 먹이만 잔뜩 줘도 알아서들 잘 살거든요. 개는 아무래도 사랑이 필요한 동물이라 우리가 없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 아직 키우지 못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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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chi92 2016.10.11 15:47
고산의 기후는 평지와는 달리 변화무쌍하지요.
답글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0.6℃가 낮아진다니까
해발 1,200m라면 평지보다 7.2℃가 낮은데
바람이 세차게 분다면 체감온다는 훨씬 더 낮겠지요.
그러니 비가 내리다가 우박으로 변하고
조금 더 추워지면 눈이 되겠지요.
그곳에 하얀 눈이 내릴 날도 머지 않았군요.
가장이 출장 중이라서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겠군요.
그래도 함께 하는 가족이 있으니 다행이죠.
늘 행복한 나날 되시길 ~~~^^* -
조수경 2016.10.11 18:05
얼마나 놀라셨을지..!!
답글
우리는 늘 천하를 호령하는 인간이라 자부하지만 이렇듯 자연 앞에 나약하기 이를데 없음을 새삼 느끼게 하네요~
물폭탄에 속수무책이니 말이에요~ㅜ
더욱이 든든한 산똘님의 빈자리는
두려움 극에 달하죠ㅡㅡ;;
아이들은 다시금 자연의 위엄을 재대로 몸소 체험한 날로 웬만한 일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담력 하나는 최강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그리고 점토 작품 정말 근사합니다~!!
저도 워낙 질그릇을 좋아하는터라
욕심나네요~^^
여러모로 아이들과 함께 많은 일을 다양하게 경험한 멋진 날 보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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