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아이의 저금통을 깨는 아빠, 왜?
뜸한 일기/부부

오늘 아빠가 또 딸에게 나른 나른한 목소리로 부탁합니다. 


"오늘 한 번만 또 저금통을 깨자! 응?"


아니, 이 산똘님이 또 뭣 때문에 아이의 저금통을 깨자고 꼬시고 있을까요? 장면이 뻔히 연출되는 것이 우스워 저는 그냥 키득 키득거렸습니다. 아이에게서 허락을 받아내는 것이 어려운 일, 남편은 옆에서 또 부탁합니다. 


"아빠가 오늘 마을에서 맥주를 팔아야 하는데 글쎄 잔돈이 없어. 작은 동전들 말이야. 산들이 너 저금통에 이런 동전이 많아서 아빠가 좀 써야겠는걸? 그럼 나중에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와 산들이 저금통에 다시 넣어줄게. 잠깐만 빌려주면 안 될까?" 


아이는 계산을 하는 듯 눈을 굴렸습니다. 


"아빠, 이 돈은 내 돈인데, 안 될 것 같은데......"


"어.... 어.... 그래? 사실은 아빠가 내가 돈 벌자고 네 동전을 빌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식구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과 옷을 사려고 돈을 벌려고 하거든. 우리 딸이 아빠한테 돈을 빌려주면 아빠가 맥주 팔아서 돈을 많이 벌어 우리 식구 전부 쓸 수 있단 말이야."


그러자 아이는 이제야 이해한 듯 그럽니다. 


"어? 그래? 알았어. 내 저금통을 깨도 돼. 대신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해. 알았지?"


"알았어. 알았어!"


두 사람은 한국식으로 새끼손가락 걸고, 손바닥 복사까지 쓰윽하고 다짐을 받습니다. 

이 광경이 얼마나 우습던지요. 


아빠는 그래서 오늘도 마을 환경보호대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을 상대로 맥주를 팔게 되었습니다. ^^


우리도 아빠를 따라 그 현장에 다녀왔답니다. 

작은 마을의 작은 환경 보호 단체의 모임이라 적은 사람이 모였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답니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이렇게 이번 맥주를 선보였습니다. 

페일 에일 맥주입니다. ^^


자신이 직접 만든 맥주를 누군가가 가치를 두고 마셔주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산똘님은 맥주통을 통째로 아이스박스에 넣고 이렇게 가스통까지 가져왔습니다. 


양을 조절하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점검을 하는데......

첫 번째 손님이 동전을 들고 맥주를 주문합니다!!!


하하하! 우리의 친구 크리스토발입니다!

보기엔 험악해 보이는 세심한 친구, 양보다, 버터보다 부드러운 남자! 


산똘님이 맥주를 뽑습니다.


거품이 그득한 것이 정말 맛있겠죠? 

거품은 산화되는 것을 막아 맥주의 생명이 된답니다. 


건배! 살룻! 친친! 

맥주를 같이 한 잔 마시고요, 

우리는 사람들 몰려오기 전 아빠 맥주 판매가 부담되지 않도록 집으로 왔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점심 막 먹을 즈음에 산똘님이 나타나 함박웃음을 전합니다. 

"딸아! 내가 동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왔어! 자 봐봐!"

하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데요, 저도 웃음이 막 나왔습니다. 

"아빠! 정말 이 종이가 내가 가진 동전보다 많은 거야?"

하고 다시 묻는 아이......


두 시간 만에 맥주를 다 팔아 너무 아쉽다는 남편입니다. 

나중에 맥주 마시다 뿅 반한 이웃이 포도주 한 병을 대접했다네요. 


남편은 그럽니다. 


"다음에는 우리 딸의 동전 털지 않도록 동전도 잔뜩 모아야겠어. 

그리고 맥주도 많이 만들어야겠어! 이렇게 빨리 팔리는 것이 놀라워. 

맥주를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이렇게 인기가 있다니! 놀라워!

맥주 많이 팔아서 우리 딸들 맛있는 것 많이 사줘야겠어!" 


"그래, 아빠!" 


아이도 자기 동전보다 많은 돈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엄청나게 놀라워 이렇게 외치네요. 


쌍둥이 동생도 언니 따라 호! 하면서 소리를 같이 질렀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부엔 꼬라손(Buen Corazon, 좋은 마음)을 가진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쓰러진 돌담을 다함께 쌓여올린 후 기념 샷을 찍었지요. 

우리의 스페인 고산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꼬라손() 한 방 꾸욱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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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Zet 2014.10.13 00:33 신고 URL EDIT REPLY
훈훈하네요! 맥주 거품이 맥주가 산화되는 걸 막아주는군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18 신고 URL EDIT
zet님.... 네 맞답니다. 맥주 거품은 있을수록 좋다네요. ^^
BlogIcon 은찬이서은이아빠 2014.10.13 00:51 신고 URL EDIT REPLY
나도 맥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막 드는군요 ㅎㅎ
훌륭한 가장이십니다. 산똘님은
제가 이말 했다고 꼭 전해주세요 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0 신고 URL EDIT
네, 은찬이서은이아빠님.... 꼭 전해드릴게요. ^^
BlogIcon 선교아재 2014.10.13 06:25 URL EDIT REPLY
가끔 상상을 해 보죠.
내가 비스타베아에 방문을 한다면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첫째. 양치기 아저씨 따라다녀 보기.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이 되겠지만 일 주일 정도 따라다녀 보고 싶어요.
둘째. 산똘님 맥주 맛 보기.
도수가 약한 술을 좋아하는데 산똘님 맥주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그런데 만일 내가 방문을 한다면 12 월 또는 1월에만 가능하다는 슬픈 사연이 있다는 함정.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1 신고 URL EDIT
선교아재님, 당첨입니다!!!
스페인 고산에서 양치기로 취직을?
그냥 따라다니시면 안되고요, 꼭 배우셔야합니다. ^^
요 양치기가 요즘 사라지는 추세인데 혹시...... 대를 이어 양치기 사업을?
두번째는 주머니 두둑하게 가져오셔야할 듯....
산똘님은 맥주를 그냥 막 안 나누어드립니다. ^^
혹은 장작 패기로 몸 떼우기?
BlogIcon 휘현 2014.10.13 09:25 URL EDIT REPLY
산똘님 맥주맛이 너무 궁금해요. 저는 술을 즐기는편도 아니라 맛을 섬세하게 평하지는 못하겠지만. . 유기농 수제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ㅋㅋㅋ 왠지 색다른 맛일거 같아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2 신고 URL EDIT
휘현님, 정말 상업용 맥주와는 전혀 다른 맛이랍니다.
놀라운 세계에 빠지실 거에요. ^^
화사한 2014.10.13 10:13 URL EDIT REPLY
맥주를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인기가 있다니.. !!
그 맥주 마신 마을사람들도 무척 행복했을것 같네요
언젠가 산똘님 맥주를 꼭 마셔보리라 다짐하는 월요일 오전입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어요 ^^
산들님 글 읽으면서 글 잘쓰는 사람이 (산들님) 부러워지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3 신고 URL EDIT
화사한님, 감쏴드립니다.
앗! 저는 주의의 있는 소재로만 글을 쓰는데 잘 쓴다고 칭찬해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또 부끄럽구요. ^^
jerom 2014.10.13 12:42 URL EDIT REPLY
산똘님에게 수염을 대어보니,,,,,


구레나룻좀 키워보세요. 인상이 달라질 거 같은데...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4 신고 URL EDIT
제롬님, 언젠가 산똘님은 머리도 기르고, 구렛나루도 길렀던 적이 있었어요. 긴 머리가 좀 야성적이기도 했지요. ^^
그런데 늙을수록 깔끔한 것이 좋다나요?
노을 2014.10.13 16:07 URL EDIT REPLY
저도 산똘님의 맥주 맛이 궁금하네요
인기도 많다니 더 궁금해져요 ^^
만든 산똘님은 더 기쁘겠여요 아직 한국은 수제 맥주집이 드물어서
맛볼 기회가 적답니다 있긴 하지만 먼곳에 있어서......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5 신고 URL EDIT
노을님, 한국에서도 요즘 수제맥주가 부흥하고 있다네요.
수제맥줏집 지원금도 나오던데......
부럽기도 하지만, 소수의 맥주 만드는 사람은 좀 드물더라구요.
게다가 직접 이렇게 홉스 재배하고 직접 관리하는 것도...

아무튼, 언젠가는 꼭 기회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노을님^^
BlogIcon 김재영 2014.10.13 18:38 URL EDIT REPLY
저두 맥주 맛이 너~무 궁금해요~ㅎㅎ 여름보다 오히려 요즘 자기전에 맥주 한캔이 땡기더라구요ㅎ
거품도 맛있어 보이구(군침이 줄줄. .)
산들이가 현명하게 아빠한테 양보해서 가족모두 행복해졌네요 ^^ 산똘님 얘기하며 설득하는 과정이자꾸 상상되서 웃겨죽겠어요 ㅎㅎㅎ
산똘님 새끼손가락걸고 약속까지 했으니 나중에 꼭 갚으셔야해요~~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7 신고 URL EDIT
오........ 자기 전에 맥주 한 캔이 땡긴다?! 잠 진짜 잘 와요.
저도 언젠가 노동하고 온 날, 샤워하고 마시는 그 맥주에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문제는 반 컵만 마셔도 잠이 와 곯아떨어졌다는 것......

그런데 요즘 맥주 주량이 늘어서 한 잔은 거뜬히 마신답니다. ^^

복사.... ! 이럴 땐 정말 웃겨요.

재영님, 오늘도 힘차고 즐거운 일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래요! 아자!
2014.10.13 18:4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8 신고 URL EDIT
나0 00 0000님, 아.... 이 글을 읽으며 부모의 자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정말 이기적인 것과 이타적인 것의 선택......
이것도 교육에서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네요.

오늘도 큰 배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건강유의하시는 그런 가을날 되세요. ^^
BlogIcon 아숲 2014.10.13 21:19 URL EDIT REPLY
오~
타임레스 촬영 ..
덩달아 미소가 가득 묻어나는.,
넘 좋아요.

맛과 향에 상관없이 넘 맛보고 싶은 산똘님의 수제 맥주.
언젠가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29 신고 URL EDIT
아숲님....
역시 향토적인 이런 풍경이 참 좋지요?
세상은 어딜 가나 다 비슷하고 흐뭇한 장면은 언제나 사람 냄새 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소통의 창에서도 사람 냄새에 빠져...... 인터넷 인연을 만드네요. ^^
2014.10.13 21:29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4 00:31 신고 URL EDIT
빅000님, 오.... 매일매일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이렇게 댓글로 이런 미지의 분에게 아름다움의 응원을 받아 참 좋구요. 저도 덕분에 풍요로운 느낌이랍니다. 감사드려요, ^^
BlogIcon 못난이지니 2014.10.14 18:26 URL EDIT REPLY
힘들게 만드신 맥주가 순식간에 팔렸다니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이러다가 산똘님 맥주조제업자로 나서시는건 아니겠지요?^^
그 맛이 궁금합니다. 거품 가득한 맥주 저도 한잔 주문하고 싶습니다.^^
BlogIcon 시골여자 2014.10.15 11:23 신고 URL EDIT REPLY
산들이 님
정말 마셔보고싶은 맥주네요
어제 그 포스팅보고. 침을 꼴깍 꼴깍 수없이 넘겨야했답니다
그 앞전의 포스팅을 보고
산들이 님 남편 분의 맥주 제조 역사를 남편에게도 보여주고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요
내년 휴가는 스페인으로 꼭 가고싶네요 ㅎㅎ
저는 시골여자. 세븐양 엄마에요
BlogIcon Carmen 2014.10.15 12:03 URL EDIT REPLY
진심 산똘님의 맥주맛을 보고 싶은 1인 입니다.
매번 군침만 흘리네요 ㅜㅜ
BlogIcon 탑스카이 2014.10.19 17:54 신고 URL EDIT REPLY
순식간에 팔리는 이유는 진국 일품맛이기 때문이죠. ^ ^!!

딸래미 저금까지 불려주시는 끝내주는 아빠시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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