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열정이 만들어낸 남편의 '수제맥주' 독학(獨學) 일지

산들무지개 2014. 10. 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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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자고로 2012년. 




남편은 스페인의 경제가 휘청하던, 위기의 시기에 [에스빠뇰 포르 엘 문도(Español por el mundo)]라는 스페인 사람들이 세상 밖에서 사는 이야기를 보게 된답니다. 특별히 시청하게 된 에피소드는 한 에스빠뇰이 한국 제주도에서 하우스 맥줏집을 차리고 맥주라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스페인 남편은 두 눈에 하트가 뿅뿅 박히면서 "우와! 찾았다! 내가 할 일은 바로 이거야!" 했던 것이지요. 


속으로는 한국 사람들 맥주 좋아하니 스페인에서 회사 잘리면 한국 가겠다고 결심하면서 이런 맥주 열정이 침입하게 된답니다. 



이렇게 뿅 반하여 맥주 공부를 시작하게 된답니다. 


아내의 잔소리





그렇게 하여 남편은 홀로 독학을 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속으로 과연 수제 맥주를 할 수 있을까? 우습게 보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열정이라고 생각하여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남편은 드디어 컴퓨터 온라인으로 책을 사다가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크리스마스 전후, 책을 구입하기 시작하다.




 

이렇게 책을 잔뜩 사들이더니 급기야는 수제 맥주만 어디서 사왔는지 열심히 시식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맥주를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도 늘어나는 것이 남편이 아주 흐뭇해 했답니다. 


이론을 이렇게 습득하면서 저는 이론에만 만족하여 맥주 세계를 조금 더 안 것에 만족하리라 생각했죠. 그런데 남편이 드디어 일을 저지릅니다. 바로 초보 수제 맥주 제조가가 만들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요. 


원액 캔과 효모를 사 맥주를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잘 소독된 맥주 여과조, 발효조 이렇게 통 두 개만 있으면 가능한 손쉬운 방법이지요. 한국에서도 요즘 대유행하는 방법이랍니다. 


저는 원액캔을 뜨끈한 물에 넣고 우려내는 과정을 보고 으음, 이것도 한 번 맛보고 그만두겠지, 생각했답니다. 효모를 넣고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발효하는 과정에서 우와! 감탄도 했지만, 뭐 그러려니 했답니다. 


정말 손수 장비 마련하고 자기가 직접 만드는 맥주 원액은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죠. 



그 당시 어린 세 딸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독학하는 산똘님.

한국에서 맥주 만들어 돈을 벌어 행복하게 살자고 부풀린 상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드디어 2013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장비는 어디에서 구했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으면서 산똘님은 철체 폐기물 처리하는 곳으로 맥주 장비 찾아 삼만리를 하게 된답니다. 


스스로 장비를 만들기로 다짐한 것이죠.



아내의 잔소리



그래서 마을에서 바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상업용 맥주 스테인레스 통을 구하게 된답니다. 그것을 냄비 대용으로 쓰기 위해서이죠.  


산똘님이 사용하는 기본 장비입니다. 

물을 끓이고 곡물을 두어 액이 나오도록 합니다. 

한마디로 곡물차를 만듭니다. 

그런 후에 2차로 끓여주면서 한산 덩굴이라는 홉(hop) 혹은 홉스(hops) 열매를 집어넣습니다. 

이것은 맥주의 쓴맛을 내기 위한 열매이지요. 


여기까지만 해도 산똘님이 아......! 장비가 열악하니 이 정도로만 그칠 줄 알았답니다. 

실제로 이 장비는 손수 자르고 땜질하여 만든 것이랍니다. 

저 가스 불은 제 도자기 가스 가마에서 떼어온 것이고요......

곡물 작업을 하겠다니 재료를 사서 하는 간단 방법을 할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남편은 본격적인 생산을 하려 합니다. 


초기 맥주! 

거품 그득한 흑맥주!!!



2013년 여름, 본격적인 작업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



원액이 골고루 섞이는 자동 돌림기 계발... 스스로 돌아가줘 돌릴 필요가 없었답니다. 남편은 모스토(mosto)라는 농축액, 원액을 만들어내는 일을 제일 먼저 하더군요. 


곡물을 갈 수 있는 작은 분쇄기, 즉, 작은 미니 방아를 만들었답니다. 어디서 세탁기 버린 부품을 구해와 재활용하면서 이런 것들을 척척 만들어냈습니다. 


우연히 지나다 버려진 세탁기에서 모터를 뜯어오면서 자동화를 시작합니다. 


곡물 분쇄기, 방아를 만들고 있습니다. 


분쇄기가 알아서 척척 곡식을 갈아줍니다. 


다양한 전자 장비로 발효 온도도 조절할 수 있게 자동화하였습니다. 



또한, 발효를 위한 적당하고 일정한 온도 유지 시스템도 계발했지요. 자동으로 조절이 되어 온도가 높아지면 온도를 낮추고, 온도가 낮아지면 높여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시설에는 버려진 냉장고를 재활용하여 사용하였고요, 각종 전기 시스템을 잘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만들었더군요. 




2013년 봄과 여름, 완벽한 맥주를 위한 시도 시작




자동화가 되니 산똘님은 연금술사의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재료로 완벽하게 자기 손으로 제작하고 싶었던 고유의 맥주를 제조하게 된답니다. 가령, 곡물은 비스타베야 곡물로, 물은 샘물, 빗물 등을 실험해보면서...... 게다가 가장 중요한 홉스 열매를 직접 키우게 된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홉스 덩굴을 주문하여 우리의 비스타베야 채소밭에 딱....... 받아두게 된답니다. 


우리 집 채소밭의 홉 덩굴 재배 모습



맥주가 아무렇게만 하면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님을 산똘님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이 소독된 발효통과 모든 것이 깨끗해야 오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맥주의 진짜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맥주를 하기 전에 꼭 철저히 소독을 하더라구요. 


인체에 무해한 소독 용품으로 깨끗이 소독하고...... 그렇게 맥주를 병에 담아 발효를 하기도 하고요, 어떤 때는 큰 통에 담아 발효를 하기도 한답니다. 참 대단했습니다. 


근처 샘물에는 석회 성분이 너무 많아 어떤 때에는 미네랄 성분이 전혀 없는 빗물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기도 하더군요. 그곳에 화학적으로 분류된 입자 미네랄을 일정한 양 집어넣어 성분을 조절하기도 하더라구요. 말 그대로 연금술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같은 해(2013년) 가을, 수제맥주, 홈브루잉 맥주협회에 가입하다.



혼자 하는 맥주는 재미가 없다네요. 서로 격려해주고 의견을 나눠주는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면 스페인 아마추어 맥주협회에 가입하게 된답니다. 여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협회원이 남자들인데요, 남자들 모임에 나가 친목을 다지면서 중요한 협회 맴버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답니다. ^^ 캬!!!


스페인 전국 수제 맥주 협회의 모임에 참석하여 정보를 교환합니다.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여 초보 홈브루어들을 격려합니다. 


발렌시아 지역 맥주 협회 사람들과 자주 모임을 가지면서 

한국인 아내를 끌여들이기까지 했답니다. 


 이렇게 동료간의 우정을 쌓으면서 맥주를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


 


2013년과 2014년, 상업화 시도와 결과




라거가 주류를 이루는 이 맥주 세계에서 다양하고 깊은 맛을 주는 수제 맥주는 소비자를 모으기엔 매혹적인 맛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마을 행사나 축제마다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맥주를 선보이게 된답니다. 


그래서 드래프트기를 스스로 조작하여 만들어 사람들에게 따라주면서 신선한 홈 맥주를 보여준답니다.  


또한, 개인 행사를 위하여 남편은 맥주를 병에 담아 파는 형식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고객의 주문을 받아 맥주 생산을 해내고 있습니다. 


2차 발효된 맥주를 깨끗한 병에 담아 봉인합니다.


탄산 가스를 집어넣어 거품을 더해주기도 했고요......


사람들 시선을 끌기 위해 맥주 상표를 아이디어 톡톡 튀는 단어로, 이미지로 사람들 시선을 끌어들이게 되지요. 비스타베야는 물론, 스페인 지인들도 알아볼 자신의 맥주 상표를 개발합니다.  


트뤼프가 들어간 맥주 티켓! 

자고로 트뤼프는 돼지가 잘 찾으므로 맥주 마시고 즐기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한국 장모님이 보내주신 유기농 고추를 집어넣은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의 상표입니다. 

죽도록 깊고 매혹적인 맛이 그득한 이 맥주! 

매혹의 러시안 스파이, 안나 채프먼을 상표에 넣었다네요.  


여러 행사에 참가해 목마른 고객들에게 시원한 맥주를 선보이지요. 

돈 벌어서 아이들 사탕도 사주는 아빠가 되었지요.




2014년 10월, 성공에 힘입어 드디어 맥주 경연 대회에 참가하다




2013년 3등을 거머쥐고, 올해 만든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의 열광을 재현하여 드디어 수제 맥주 회사 주관의 맥주 대회에 참가 2등의 상을 거머쥐게 된답니다. 이 대회는 비터 맥주 성향을 잘 따른 독특한 맥주 경연 대회였는데 산똘님이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맥주 상표를 잘 만들어 상표 1등도 받게 되었지요! ^^ 아마도 이 상표는 맥주가 제조되면 얼굴 마담으로 나갈 것 같네요. 


아쉽게도 맥주 시상식이 있었던 주말에 산똘님이 일하는 날이라 참석을 못했다네요. 아쉬워라...... 다들 다음 링크의 홈피에 버젓이 나왔는디.... 산똘님만 없어서 서운했다는 소식이랍니다. 


http://micervezacasera.es/2o-concurso-homebrewer-valencia-un-territorio-muy-cervecero/

맥주 대회에 참석한 맥주들의 향연.......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산똘님 제조의 BITTER 맥주 수상작입니다. 



끈질긴 집념과 열정이 만들어낸 수제 맥주 고고씽이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보면서 매번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그 순수한 열정이었답니다. 우리 집에 없는 장비를 어디서 구해? 최첨단이 아니라도 완벽한 장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그 모험 의식에서 큰 박수를 쳐주었지 뭡니까? 


여러분, 오늘 무지 행복한 날 되시고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이고......

행복을 구할 수 있다는 진실이며....... 우리 삶의 가슴 두근두근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즐거운 일 가득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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