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스페인 남편이 저장실에 달아놓은 이 음식, 살벌하네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0. 4. 02:04
반응형
728x170

오지화되어가는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에는 음식 저장실이 굉장하답니다. 혹시나 한 사건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가령 폭설이나 폭우로 고립되는 경우가 생길 때 말입니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 여러 가지 저장 음식 및 대비&대용 음식을 비축해놓는답니다. 


그런데 어제인가요? 평소에 없던 어떤 뭉뚝한 것이 저장실에 걸렸습니다. 


음식을 꺼내려고 왔다 갔다 하다가 부딪치기 일쑤인 이것이 너무 불편했답니다. 저는 산똘님이 또 무슨 실험을 하기 위해 갖다놓은 어떤 물건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내 어깨에 뭉뚝한 이것이 부딪칠 때마다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아플까? 아휴! 이런 복잡한 곳에 이 뭉뚝한 것을 왜 달아놨지? 하면서 좀 불편해했는데요, 오늘 드디어 이것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정말 못 말리는 스페인 남편의 알뜰살뜰 살림법이라나요? 




위의 사진에서처럼 저는 오가면서 이 시커먼 자루에 맞아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어떤 돌처럼 단단한 것이 제 어깨와 마구 부딪쳐 아프기까지 했다니...... 도대체 뭐길래, 너 이곳에 있는 것이니? 


그래서 이것을 내려다 열어보니....... 글쎄....... 글쎄....... 


글쎄........



악! 너무 살벌한 것이 나오지 뭐에요. 


평소에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전혀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요, 오지의 척박한 곳에 살기 때문이었는지, 이런 것이 꼭 필요했는지, 글쎄, 남들이 다 꺼리는 이것을 가지고 와 보물인양 걸어두었던 것입니다. 흑흑!


여기서 이것을 밝힐까요? 




여러분이 보시는 바와 같이 이것은 뼈였습니다! 


뼈?! 뼈?! 뼈!!! 


소 뼈도 아니고, 이것은 돼지 뼈였습니다. 

바로 지난번 이웃끼리 한 [돼지 잡는 날]의 그 돼지 뼈가 한곳에 모여 

저 포대 자루 안에 있었던 것이지요. 


헉?! 왜 뼈를 모아둔 거야


요즘 스페인 이웃들은 뼈와 돼지 껍질 등을 별로 먹지 않아서 다들 서로 가지라고 

떠밀다 산똘님이 흔쾌히 집으로 가져온 것이랍니다. 

그전에는 이웃 창고에 있었는데 말이지요.  



"저 뼈가 아직까지도 있었어?"

하고 놀랐지요. 

알고 봤더니 저 뼈에 소금을 왕창 뿌려서 부식하는 것을 막았더라구요.

뼈를 보존하기 위한 스페인식 상온 저장법이었답니다. 

(벌써 9개월이 지났는데에도 상온에서 잘도 버티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뼈로 뭘 하자고요? 



"왜? 이 뼈도 하몬(하몽, Jamón, 소금에 절인 돼지 다리)과 같은 거야."

이 뼈를 필요할 때마다 톱으로 썰어서 육수를 낼 때 넣어 팔팔 끓여서 먹으면 아주 좋다네요. 

원기 회복에도 좋다는데, 전 이런 식 뼈 처리법은 처음이라서 좀 섬뜩했답니다. 


동물의 뼈만 모아서 저렇게 자루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좀 섬뜩하다는 제 선입견이 막 작용할 때, 

산똘님이 그러네요. 


"우리처럼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일 좋은 육수를 내기에는 이 뼈가 최고야!" 

하는 겁니다. 알뜰한 살림의 고수가 된 것처럼 남편은 아주 자랑스럽게 이런 말을 하네요.


헉?! 이 사람과 같이 살지만,

이 사람과 이 스페인이라는 곳에서 같이 살지만,  

저는 나날이 신기한 것들만 발견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




음식물 저장실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나오는 남편은 오늘 수제 맥주 대회에서 

2등을 했고, 맥주 상표 이름 분야에서는 1등을 했답니다. ^^

(나중에 이 포스팅 꼭 하도록 할게요.)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아져 자신의 맥주와 함께 

맥주 안주 보물을 흐뭇하게 보고 있더라구요. 



자신의 맥주도 있지만, 다른 수제 맥주를 많이 시식해봐야 

맥주 맛을 더 알 수 있다면서 수집해놓고 마시는 맥주랍니다. ^^


 

이것은 남편이 좋아하는 술 안주, 소금에 절인 돼지 껍질과 비계입니다. 

그리고 춥고 척박한 고산의 육수를 낼 뼈이지요. ^^


암튼, 여러분 저는 이제 곧 남편이 톱으로 쓱싹쓱싹 뼈를 가는 풍경을 곧 보게 될 듯하옵니다. 

돼지뼈 육수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의 알뜰한 살림 고수법을 존중하여 

섬뜩해 하지 않도록 결심한 하루였답니다. 

(평소 채식주의자였던 제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요? 

임신과 출산 후 육식 즐기는 법을 알게 되면서 

이 돼지 뼈도 좋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산똘님이 애착을 보인 스페인식 돼지 뼈가 신기하셨다면 

응원의 공감 꾸욱~ 부탁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