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편이 저장실에 달아놓은 이 음식, 살벌하네
뜸한 일기/부부

오지화되어가는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에는 음식 저장실이 굉장하답니다. 혹시나 한 사건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가령 폭설이나 폭우로 고립되는 경우가 생길 때 말입니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 여러 가지 저장 음식 및 대비&대용 음식을 비축해놓는답니다. 


그런데 어제인가요? 평소에 없던 어떤 뭉뚝한 것이 저장실에 걸렸습니다. 


음식을 꺼내려고 왔다 갔다 하다가 부딪치기 일쑤인 이것이 너무 불편했답니다. 저는 산똘님이 또 무슨 실험을 하기 위해 갖다놓은 어떤 물건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내 어깨에 뭉뚝한 이것이 부딪칠 때마다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아플까? 아휴! 이런 복잡한 곳에 이 뭉뚝한 것을 왜 달아놨지? 하면서 좀 불편해했는데요, 오늘 드디어 이것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정말 못 말리는 스페인 남편의 알뜰살뜰 살림법이라나요? 




위의 사진에서처럼 저는 오가면서 이 시커먼 자루에 맞아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어떤 돌처럼 단단한 것이 제 어깨와 마구 부딪쳐 아프기까지 했다니...... 도대체 뭐길래, 너 이곳에 있는 것이니? 


그래서 이것을 내려다 열어보니....... 글쎄....... 글쎄....... 


글쎄........



악! 너무 살벌한 것이 나오지 뭐에요. 


평소에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전혀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요, 오지의 척박한 곳에 살기 때문이었는지, 이런 것이 꼭 필요했는지, 글쎄, 남들이 다 꺼리는 이것을 가지고 와 보물인양 걸어두었던 것입니다. 흑흑!


여기서 이것을 밝힐까요? 




여러분이 보시는 바와 같이 이것은 뼈였습니다! 


뼈?! 뼈?! 뼈!!! 


소 뼈도 아니고, 이것은 돼지 뼈였습니다. 

바로 지난번 이웃끼리 한 [돼지 잡는 날]의 그 돼지 뼈가 한곳에 모여 

저 포대 자루 안에 있었던 것이지요. 


헉?! 왜 뼈를 모아둔 거야


요즘 스페인 이웃들은 뼈와 돼지 껍질 등을 별로 먹지 않아서 다들 서로 가지라고 

떠밀다 산똘님이 흔쾌히 집으로 가져온 것이랍니다. 

그전에는 이웃 창고에 있었는데 말이지요.  



"저 뼈가 아직까지도 있었어?"

하고 놀랐지요. 

알고 봤더니 저 뼈에 소금을 왕창 뿌려서 부식하는 것을 막았더라구요.

뼈를 보존하기 위한 스페인식 상온 저장법이었답니다. 

(벌써 9개월이 지났는데에도 상온에서 잘도 버티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뼈로 뭘 하자고요? 



"왜? 이 뼈도 하몬(하몽, Jamón, 소금에 절인 돼지 다리)과 같은 거야."

이 뼈를 필요할 때마다 톱으로 썰어서 육수를 낼 때 넣어 팔팔 끓여서 먹으면 아주 좋다네요. 

원기 회복에도 좋다는데, 전 이런 식 뼈 처리법은 처음이라서 좀 섬뜩했답니다. 


동물의 뼈만 모아서 저렇게 자루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좀 섬뜩하다는 제 선입견이 막 작용할 때, 

산똘님이 그러네요. 


"우리처럼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일 좋은 육수를 내기에는 이 뼈가 최고야!" 

하는 겁니다. 알뜰한 살림의 고수가 된 것처럼 남편은 아주 자랑스럽게 이런 말을 하네요.


헉?! 이 사람과 같이 살지만,

이 사람과 이 스페인이라는 곳에서 같이 살지만,  

저는 나날이 신기한 것들만 발견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




음식물 저장실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나오는 남편은 오늘 수제 맥주 대회에서 

2등을 했고, 맥주 상표 이름 분야에서는 1등을 했답니다. ^^

(나중에 이 포스팅 꼭 하도록 할게요.)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아져 자신의 맥주와 함께 

맥주 안주 보물을 흐뭇하게 보고 있더라구요. 



자신의 맥주도 있지만, 다른 수제 맥주를 많이 시식해봐야 

맥주 맛을 더 알 수 있다면서 수집해놓고 마시는 맥주랍니다. ^^


 

이것은 남편이 좋아하는 술 안주, 소금에 절인 돼지 껍질과 비계입니다. 

그리고 춥고 척박한 고산의 육수를 낼 뼈이지요. ^^


암튼, 여러분 저는 이제 곧 남편이 톱으로 쓱싹쓱싹 뼈를 가는 풍경을 곧 보게 될 듯하옵니다. 

돼지뼈 육수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의 알뜰한 살림 고수법을 존중하여 

섬뜩해 하지 않도록 결심한 하루였답니다. 

(평소 채식주의자였던 제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요? 

임신과 출산 후 육식 즐기는 법을 알게 되면서 

이 돼지 뼈도 좋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산똘님이 애착을 보인 스페인식 돼지 뼈가 신기하셨다면 

응원의 공감 꾸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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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om 2014.10.04 02:49 URL EDIT REPLY
어멋. 누님 돼지뼈를 너무 무시하신다.

곰탕도 소뼈보다는 돼지뼈인거 아시면서.....
나중에 돼지잡으면 등골뼈는 필히 챙기셔서 우리 산똘형님 몸보신좀 시켜주이소.
장작불에 하루죙일 삶아서 우려낸 국물과 등뼈 안에 있는 골수의 그맛.
여자한테 더 좋다는 바로 그 콜라겐.

그리고 족발은 그쪽 동네도 먹는다니 비싸겠죠?

소금에 절인 음식이 많으니 음식 염분 조심하시구요.

스페인 순대도 맛있게 보이던데....
전 내일 부산 중앙동 국밥집에 순대국밥먹으러 갑니다.
그리고 정오에는 영도다리 올라가는거 보러갈꺼에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21 신고 URL EDIT
전 오늘 제롬님 댓글 읽고 또 힘차게 하하하! 하고 웃었답니다.
정말 돼지 뼈가 소뼈만큼이나 좋다는 것은 처음으로 알았답니다. ^^
골수의 그 맛은 잘 모르겠는데, 출산 후 우리 시어머님께서 골수로 낸 육수 마시고 참 좋았던 기억은 확실하네요.

이쪽 동네에서 족발을 먹긴 먹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먹어보질 않아서...ㅠ,ㅠ 대신 산똘님은 가끔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앗! 제롬님 부산 잘 다녀오셨나요? 저 대신 국밥도 잘 드셨고요?
한국 가면 꼭 먹어봐야겠어요.
제게 추천하신 분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라 꼭 맛을 봐야할 것 같네요.
아흐....! 한국 가고 싶다.
BlogIcon 도유정 2014.10.04 10:37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족발 생각했는데... 남편분께서 요리에도 조예가 깊으시네요 ㅎㅎ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포스팅 보면 저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에요^^ 악플 신경쓰지 마시고 쓰고 싶은 글 마음껏 써서 올려주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22 신고 URL EDIT
하하하! 도유정님 감사드립니다.
'요리에 조예 깊은 남편'이라는 말씀에 좀 웃음이 나왔답니다. ^^

그러게요. 악플은 신경 너머.... 저 먼 곳으로 날려야할 듯하네요.

오늘도 즐거운 일 가득한 날 되세요.
화사한 2014.10.04 11:39 URL EDIT REPLY
부산의 명물 돼지국밥도 아마 돼지뼈 고아서 그 시원한 육수맛일걸요?

즉 부산돼지국밥의 비결은 돼지뼈 육수 .. ^^

저희 아버지는 늘상 딸들에게 부산돼지국밥 날라주신답니다.
부산에 가면 꼭 돼지국밥 드셔보세요 . 아마 요리팁 많이 얻으실것 같네요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24 신고 URL EDIT
화사한님, 부산의 명물이 돼지국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답니다. ^^
외국에서 너무 오래 살아 한국 사정을 잘 몰라 맨날 뒷북치고 있습니다. ㅎㅎ 네!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한국 가면 꼭 맛보겠습니다. 감쏴! ^^
BlogIcon 휘현 2014.10.04 14:48 URL EDIT REPLY
한국에서도 사골먹잖아요! 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저 육수 되게 좋아하거든요. 광우병이다 콜레라다 해서 먹는걸 꺼리게 되는데 그 뼈는 그런염려도 없고 좋아보여요. 스페인 식 삶의 지히가 아닐까? 해요 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25 신고 URL EDIT
휘현님!
맞아요. 스페인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뼈를 사다가 육수를 해먹더라고요. 그런데 주로 소뼈를 자주 사용하던데... 돼지뼈도 사용한다는 소릴 듣고 좀 의아했답니다. 하긴 하몽 돼지뼈도 잘라서 육수로 끓여먹더라구요.

휘현님, 원기 회복엔 이런 육수가 최고지요? ^^

건강유의하는 그런 가을 되세용!
댕씨 2014.10.05 01:15 URL EDIT REPLY
지난번 가족과 함께 발렌시아에 간다던 그 주부입니다 ^^ 스페인에 도착한지 딱 일주일만에 인터넷을 접해요. 갑작스럽게 온거라 언어공부를 못하고와 밤마다 남편과 책보고 있어요. 아...정신없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내일은 마트가 닫아서 전 장보러 갑니다. 맛있는 식사 하세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26 신고 URL EDIT
오모! 댕씨님.... 발렌시아에 도착하셨나요?
이제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것들 습득하시랴 엄청나게 바쁘실 거에요. 많이 즐기시길 바라고요, 아자! 힘 내서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BlogIcon 적묘 2014.10.05 01:29 신고 URL EDIT REPLY
오...위에 댓글에도 있지만 저도 보자마자
돼지국밥 생각났어요!!!!

맛있어요!!!!

개운하게 비게 거의 안뜨고 먹는 거랍니다.
http://lincat.tistory.com/398
지금도 이가격인지 모르겠는데 참 착한 가격에 맛있는 식당들이 많답니다.
국물이 이렇게 뽀얗게 나와요!!!

부추도~~~ 곁들여서!!!

siempre que bien!!!!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27 신고 URL EDIT
어머머머! 모두가 부산 국밥이라고 외쳐서...... ^^

저 부산 가면 꼭 국밥 먹으러 갑니다.
적묘님 포스팅도 잘 봤고요, 아마도 꼭 찾아갈 것 같아요.
히야.... 돼지뼈가 이렇게 사용도가 높은지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쑤다....
BlogIcon 똥송 2014.10.05 12:21 URL EDIT REPLY
사골같은 동물뼈를 고아먹는것은
몸에좋지않습니다 과학적인 결과도 나왔구요
콜레스테롤도 높고 몸에안좋은 것들 많이들어있어서 자주드시지 마시기바랍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30 신고 URL EDIT
어머나! 모두들 좋다고 하시는데 똥송님은 좋지 않다고 하시네요?
하긴 저도 언젠가 이것 관련 글을 읽은 것이 기억나네요.

왜 좋지 않은지는 잘 모르지만 너무 많이 해먹지 말라는 것은 확실히 기억나더라구요. 특히, 아이들에게 함부로 해주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요즘 돼지나 소나 다 항생제 먹으면서 자라나고 몸 속에 나쁜 노폐물이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똥송님, 이렇게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반가워요.
BlogIcon 미령 2014.10.05 21:27 URL EDIT REPLY
와아~~축하드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06 03:30 신고 URL EDIT
땡큐 베리 망치! 고마워요. 미령님!!! ^^
아키 2014.10.06 10:43 URL EDIT REPLY
뼈를 소금에 절이다니~! 장기보관이 가능하군요~! 짭짤한 사골육수가 될것같아요~!
스페인 여행중에 하몽맛에 빠져서 한국와서도 찾아봤는데 슬라이스를 한것을 팔더군요~ ^^
산똘님 수제맥주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겠어요!!
나~~중에 한국에 오셔서 수제맥주집 하시면 꼭 찾아가 볼거 같아요~ ^^
맥주 만드시는 산똘님 화이팅 ~!
산들님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BlogIcon 꼬마 2014.10.06 14:06 URL EDIT REPLY
사골이 의외로 몸에 안좋다는 애기는 자주 티비에 나와서 저도 들었어요~ 몸보심 된다고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먹어왔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몸에 과하다고 알려지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가끔 먹는건데요 뭐 ㅎㅎ 저는 돼지는 전혀 안먹어서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국은 뼈를 냉동실에 보관하는데 소금에 보관하니 독특한거 같아요!!
BlogIcon 청도 2014.10.27 11:48 URL EDIT REPLY
사람에겐 사실 소뼈육수 보다는 돼지뼈 육수가 그나마 좋탑니다.
BlogIcon 정아름 2014.12.07 04:48 URL EDIT REPLY
포스팅글마다행복이묻어나오는글에
저까지덩달아웃음짓게돼요~
천생연분이란게 산들이네님처럼행복한연인들에게하는말이겠지여?모험과 사랑이 더욱더넘치는
가정이되길바라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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