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매번 아이의 저금통을 깨는 아빠, 왜?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4. 10. 1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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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빠가 또 딸에게 나른 나른한 목소리로 부탁합니다. 


"오늘 한 번만 또 저금통을 깨자! 응?"


아니, 이 산똘님이 또 뭣 때문에 아이의 저금통을 깨자고 꼬시고 있을까요? 장면이 뻔히 연출되는 것이 우스워 저는 그냥 키득 키득거렸습니다. 아이에게서 허락을 받아내는 것이 어려운 일, 남편은 옆에서 또 부탁합니다. 


"아빠가 오늘 마을에서 맥주를 팔아야 하는데 글쎄 잔돈이 없어. 작은 동전들 말이야. 산들이 너 저금통에 이런 동전이 많아서 아빠가 좀 써야겠는걸? 그럼 나중에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와 산들이 저금통에 다시 넣어줄게. 잠깐만 빌려주면 안 될까?" 


아이는 계산을 하는 듯 눈을 굴렸습니다. 


"아빠, 이 돈은 내 돈인데, 안 될 것 같은데......"


"어.... 어.... 그래? 사실은 아빠가 내가 돈 벌자고 네 동전을 빌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식구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과 옷을 사려고 돈을 벌려고 하거든. 우리 딸이 아빠한테 돈을 빌려주면 아빠가 맥주 팔아서 돈을 많이 벌어 우리 식구 전부 쓸 수 있단 말이야."


그러자 아이는 이제야 이해한 듯 그럽니다. 


"어? 그래? 알았어. 내 저금통을 깨도 돼. 대신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해. 알았지?"


"알았어. 알았어!"


두 사람은 한국식으로 새끼손가락 걸고, 손바닥 복사까지 쓰윽하고 다짐을 받습니다. 

이 광경이 얼마나 우습던지요. 


아빠는 그래서 오늘도 마을 환경보호대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을 상대로 맥주를 팔게 되었습니다. ^^


우리도 아빠를 따라 그 현장에 다녀왔답니다. 

작은 마을의 작은 환경 보호 단체의 모임이라 적은 사람이 모였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답니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이렇게 이번 맥주를 선보였습니다. 

페일 에일 맥주입니다. ^^


자신이 직접 만든 맥주를 누군가가 가치를 두고 마셔주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산똘님은 맥주통을 통째로 아이스박스에 넣고 이렇게 가스통까지 가져왔습니다. 


양을 조절하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점검을 하는데......

첫 번째 손님이 동전을 들고 맥주를 주문합니다!!!


하하하! 우리의 친구 크리스토발입니다!

보기엔 험악해 보이는 세심한 친구, 양보다, 버터보다 부드러운 남자! 


산똘님이 맥주를 뽑습니다.


거품이 그득한 것이 정말 맛있겠죠? 

거품은 산화되는 것을 막아 맥주의 생명이 된답니다. 


건배! 살룻! 친친! 

맥주를 같이 한 잔 마시고요, 

우리는 사람들 몰려오기 전 아빠 맥주 판매가 부담되지 않도록 집으로 왔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점심 막 먹을 즈음에 산똘님이 나타나 함박웃음을 전합니다. 

"딸아! 내가 동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왔어! 자 봐봐!"

하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데요, 저도 웃음이 막 나왔습니다. 

"아빠! 정말 이 종이가 내가 가진 동전보다 많은 거야?"

하고 다시 묻는 아이......


두 시간 만에 맥주를 다 팔아 너무 아쉽다는 남편입니다. 

나중에 맥주 마시다 뿅 반한 이웃이 포도주 한 병을 대접했다네요. 


남편은 그럽니다. 


"다음에는 우리 딸의 동전 털지 않도록 동전도 잔뜩 모아야겠어. 

그리고 맥주도 많이 만들어야겠어! 이렇게 빨리 팔리는 것이 놀라워. 

맥주를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이렇게 인기가 있다니! 놀라워!

맥주 많이 팔아서 우리 딸들 맛있는 것 많이 사줘야겠어!" 


"그래, 아빠!" 


아이도 자기 동전보다 많은 돈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엄청나게 놀라워 이렇게 외치네요. 


쌍둥이 동생도 언니 따라 호! 하면서 소리를 같이 질렀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부엔 꼬라손(Buen Corazon, 좋은 마음)을 가진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쓰러진 돌담을 다함께 쌓여올린 후 기념 샷을 찍었지요. 

우리의 스페인 고산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꼬라손() 한 방 꾸욱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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