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한국 김치와 같다는 남편이 담근 스페인 김치

산들무지개 2014. 10. 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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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그렇지, 스페인에도 김치가 얼마나 많다고?!"


어? 왜 갑자기 김치 이야기가 나오지? 


"으응, 콜리플라워 저장하려고 인터넷 찾았더니 콜리플라워 김치하는 법이 나오더라고." 


"그래서?"


"어떤 댓글자가 쓴 글이 눈에 띄더라고. 자기는 세상의 모든 피클은 다 좋아하는데, 김치는 싫어한다더라. 그래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어. 뭐, 피클이 일종의 김치이고, 김치가 일종의 피클인데 이 사람, 너무 차별을 두는 것 아니야? 아마도 이 댓글자가 스페인 사람이라 몰라서 그랬을 거야. 한국에서는 백김치도 있고, 생선 김치도 있는데 말이야, 모르면 입을 다물고 있지, 아는 척 김치의 깊은 맛을 몰라 세상의 피클은 다 좋은데 김치는 싫다? 이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봐. 김치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오이지에서 동치미까지...... 안 그래?"


혼자 흥분하여 남편은 궁시렁거립니다. 한국인 아내와 같이 살아서 뭘 좀 배우는 것일까요? 

아니면 피클과 김치가 엄연한 차이가 있는데 이 외국인 남편이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  


"아무튼, 나는 스페인 피클도 김치라고 하겠어. 스페인에도 김치처럼 소금으로 간하여 저장하는 피클도 있고, 식초를 넣어 저장하는 피클도 있으니 그냥 김치라고 하겠어! 오늘 난 스페인 김치, 엔꾸르띠도스(Encurtidos)와 생선 김치를 하겠어!" 


하면서 뚝딱뚝딱 열심히 부엌에서 일하더군요. 


아! 가만히 있으면 엉덩이에 뿔이 날 사람, 바로 산 똘 님, 산똘님입니다. 맨날 무슨 일을 그렇게나 많이 해대는지...... 


그가 한 김치는, 아니 피클은, 우리 집 채소밭에서 난 콜리플라워 피클이 되겠습니다. 

하긴 스페인에서는 '피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엔꾸르띠도스(encurtidos)'라는 단어를 사용하니 

피클의 정확한 개념이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한서 사전을 찾아보니, 이 단어가 바로 우리 말로 '김치'라고 표시되어 있더군요. 

자고로 영어의 중간 단계 거치지 않고 쏙 빼고 한국 - 스페인 사전은 정확하게 

'김치'라고 적고 있습니다.

어쩐지 이 스페인 남편의 말이 옳게 다가오는군요. 

엔꾸르띠도스나 김치나 비슷한 저장 음식이니 차별 두지 말라는 것!  


소금물에 절인 콜리플라워 꽃 덩어리를 건져내 하나하나 말리더군요.


남편과 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남자는 아주 꼼꼼히 계량한다는 것입니다. ㅠ,ㅠ


자신의 [저장음식] 책에서 발췌한 양을 정확하게 계량을 하여 

이 콜리플라워에 넣을 허브 식초 물을 만듭니다. 


스페인은 식초가 아주 다양합니다. 사과 식초에서부터 포도까지.....

색깔을 보아하니 사과 식초를 각종 향신료를 넣고 끓여준 것 같네요. 

라우렐, 후추 덩어리, 고수 열매, 고미노 등등

그리고 나서 식혀준다네요. 


식은 양념 물을 이렇게 유리병에 담긴 콜리플라워에 꽉 채워넣어 맛이 들 때까지 두면 된답니다.

이것이 일명 스페인 김치, 엔꾸르띠도스, 콜리플로르 입니다. 


"한국 김치와는 좀 다른데?"

"뭐? 식초로 해서? 고춧가루 안 들어가서? 마늘 없어서? 왜 이러셔? 

한국 동치미 먹어봤는데 고춧가루 들어가지 않아도 김치더구만."  

"어...... 어..... 그래?"


이번엔 스페인 남편이 스페인 생선 김치를 한다네요. 

"한국에서 말이야. 난 생선 김치를 아주 즐겨 먹을 수 있었지. 

당신도 알다시피 왜 내가 생선 김치를 즐길 수 있었느냐? 

바로 그것은 스페인에도 이 엔꾸르띠도스, 페스카도(pescado, 생선)가 있기 때문이야. 

즉 생선 김치가 있다 이 말이야." 

"아! 맞아. 스페인 생선 저장 음식, 정말 다양하지."


이렇게 산똘님이 스페인 마트에서 직접 사온 생선으로 

스페인식 김치를 담그기로 했답니다. 

반찬가게에서 사면 엄청 비싼데요, 

실제로 마트에서는 가장 저렴한 보케로네스(boquerones, 뱅어)입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속을 바르고, 뼈까지 다 제거한 상태에서 이 저장 음식을 만든답니다. 


마늘과 파슬리 가루, 소금 적당량을 식초나 레몬에 담아 막 썩어줍니다.

차곡차곡 이 뱅어를 담아 이런 식으로 저장 용기에 쌓습니다. 

그다음엔? 스페인에서 흔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주르륵 다 잠길 정도로 채워넣습니다. 

(아마도 기름에 잠기게 넣으면 공기와 닿는 면이 없어져 저장을 오래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지요.)


그런 다음에 요 남편은 이것을 꽁꽁 얼리더라고요. 

다음 날 언 것을 다시 해동하면 끝! 

이것이 스페인 생선 김치라네요. 


스페인 생선 김치는 이렇게 빵에 올려 먹는 것이 특징이지요.

비릿하지도 않고 새콤한 생선이 아주 놀라울 정도로 특이했어요. 

마치 잘 삭은 느낌이 나는 스페인 김치였어요. 

김치? 아닌 것 같은데......


"아니긴! 고춧가루 들어가지 않았다고 김치가 아닌겨? 꼭 채소를 섞어야 김치인겨?" 


http://blog.daum.net/dmstif_qkr

참고로 위 사진은 산똘님이 한국에서 엄청나게 좋아한 

한국의 생선 들어간 김치입니다. 

정말 뿅 반했더라고요. 

저는 하는 방법을 몰라 감히 엄두도 못 냅니다. 


다음은 남편이 말하는 스페인 김치 모음을 사진으로 감상해보세요. 


유명한 올리브 절임과 생선, 그리고 오이지입니다. ^^

각종 스페인 김치입니다. 

소금물과 허브를 넣어 한 김치의 일종이지요. 


스페인식 생선 김치......

짭짜르르름한 이 맛! 환상입니다. 

역시 지중해라 생선 절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장하여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인 아내를 위해 특별히 항상 배치해두는 스페인 고추, 긴디야입니다. 


우리 집에서 항상 비치해놓는 양배추 김치입니다. 


산똘님이 만든 스페인 오이 김치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산똘님이 스페인 엔꾸르띠도스도 김치의 일종이라면서 

침 튀기며 이야기한 에피소드를 들려드렸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런데 산똘님 말이 맞을까요? 

공감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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