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의 차이점을 다룬 포스팅에서 많은 분이 서양적 학문을 접하여 서양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의견을 내어주셨는데요, 그 의견을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답니다. 과연, 서양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하여 서양인과의 차이가 없을까?
당연히 상당히 많은 문화 차이가 경험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요, 오늘은 가정을 이루는 결혼에 대한 동과 서의 차이를 다룬 이야기 하나를 하렵니다.
제가 스페인에 처음 와서 놀란 가족 관념에 대한 부분입니다.
한국에서는 서양권 드라마, 영화 등을 자주 봤던 터라 영화에서만 나오던 장면을 직접 목격하니 참 기분이 이상했답니다. 남편이 친구 한 명을 소개해 주었는데요,
"이 친구는 훌라니또야! 맹가니따⑴의 딸의 생부지. 그렇다고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맹가니따가 임신할 수 있도록 그냥 도와준 친구야. 그래도 아빠긴 아빠지?" 하는 겁니다.
훌라니또, 맹가니따⑴
아무 아무개라는 스페인어
미국 시리즈 [프렌즈]에서나 봄 직한 일이 이곳에서도 일어나는구나, 하고 얼마나 놀랐는데요......
자! 쇼킹한 문화 충격을 받으실 준비가 되어있으신가요?!!!
(전 쇼킹했는데, 아닌 분도 있으실 것 같으나... 나름대로 경험으로 이 글을 올리지요.)
위의 친구 사이의 묘한 관계는 쇼킹 수준에 들지도 않는 일이었습니다.
2년 전 어느 날, 영국 친구가 우리 고산 집에 놀러 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이 영국 친구는 스페인에서 저만큼이나 오래 산 친구로서 스페인 회사에서 직장을 다니며 스페인 사람보다 더 열정적인 다혈질 친구랍니다.
"난 이제 아이를 가지고 싶어! 내 나이가 마흔인데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합니다.
이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요?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 친구는 남편도, 애인도 없는 독신녀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죠.
"아이고! 넌 애인도 없으면서 무슨 수를 써서 임신하겠다는 거니?" 하고 물어봤죠.
사진 www.pequelia.es
그 친구가 하는 말,
"왜? 난 애인 없어도 돼! 결혼하는 것은 더 질색이고! 그래도 내 아기는 있었으면 좋겠어." 합니다.
그래서 친구가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요, 어떤 방법을 썼는지 아세요?
① 인공수정 방법으로? ② 친구 중 적당히 마음 맞는 남자에게 부탁하여? ③ 입양하여?
위의 세 가지 방법 중 이 친구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인공수정은 너무 비싸 자신의 경제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또, 친구 중 적당한 친구를 골라 부탁하는 것은 나중에 아이 아빠라는 사실로 심적 책임감을 친구에게 주기 싫다는 것이었고요, 마지막의 입양 방법도 너무 어렵다고 하네요.
스페인에서는 미혼모에게 입양을 허락하지 않아 더 어렵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친구는 어떻게 임신 계획을 세웠을까요?
바로 요즘 모든 것이 가능한 인터넷의 온라인 광고로 이 계획을 세우게 된답니다.
온라인 광고로?!!!
친구는 단순한 '애인 구하기 광고'가 아닌 어느 웹페이지의 '여성에게 임신의 혜택을 주는 만남'이라는 광고를 찾게 되어 두 번의 만났다고 합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뭐?! 지역별로 남자들이 심각하게 자신의 정자를 기증하겠다는 광고를 보고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제가 찾아본 어느 웹사이트의 광고란을 여러분께 잠시 소개해드리죠. 아주 간단히 해석해보자면, 다음의 특징을 보입니다.
레즈비언 임신자에게, 교육받은 책임감 있는 사람, 신중하게 처신, 훗날 절대로 나를 드러내지 않음, 돈을 받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음. 26살
26살 키 크고, 마르고, 검정 머리카락, 비흡연자, 건강하고 생명력 있음, 교육받은 신중한 사람, 돈을 받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음.
임신하기 어려운 독신자 여자들에게, 책임감 부여하지 않겠음. 스페인 사람, 183cm, 검은 눈동자, 갈색 머리카락, 교육받은 지적이고 매우 신중한 사람, 전염되는 질병 아닌 여성이어야 함, 엄마가 될 기회를 놓치지 말라, 35세
난 키 크고 강한 스포츠맨, 건강함, 임신하고 싶은 여성을 돕고 싶음, 4명의 아이를 가진 강한 사람이며, 한 번 임신하면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겠음, 33세
28살의 젊은 남성, 깨끗하고, 교육받은, 건강한 사람, 비흡연자, 비알코올 중독자, 교육받은 신중한 사람, 여성과 여성, 여성과 남성 타입 결혼자에게 임신의 기회를 제공, 부탁하건대,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에게만 기회 제공.
위의 내용을 보면 공통되는 부분이 신중하고 진지하다는 것과 교육받은 사람이라는 부분입니다.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는 이 지적인 남자들은 왜 이런 광고를 냈을까요?
아니, 왜 이런 교육 받은, 심지어 가정 가진 사람조차도
이렇게 신중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2세를 아무에게나 갖게 하는 것일까요?
또, 모르는 이에게 이렇게 임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임신 못 하는 여성을 도와주려고 할까요?
단순한 일회성 만남에 호기심이 일어?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만 말이죠. 그 이유를 여기서 정리하자면,
한국과는 다르게 이 유럽이라는 나라에서는 동성애자의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가 많습니다. 또한, 독신녀 혼자 아이를 갖는 미혼모 문화가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혼모의 생활을 손가락질할 사람도 없고, 그것에 혀를 쯧쯧 차는 사람도 없습니다.
경제력이 되는 유럽 독신녀는 (무슨 수를 써서도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여성) 가족의 상의 없이도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나이 든 성인의 결정이라는 것을 상당히 존중해주더군요. 그것이 아이 같은 변덕심에서 나온 것일지라도 말이죠.
☞ 여기서 잠깐! 동과 서의 차이......
한국에서는 가족이라는 관계에 영향을 아주 많이 받습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가족보다는 나 자신이라는 개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기쁘면 그만이다는 사상이죠. 그들의 가족은 네가 책임질 자신 있고, 행복하다면 네 좋을 대로 해라, 입니다.
"그대의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몰라요, 그래도 상관하지 않겠어요. 난 내 아이만 원해요."가 서양적 사고이지요. 한마디로 결과만 있으면 되지요. 사진에서 중심에 선 사람만 보고 배경은 보지 않는 것이 서양적 사고이지요. 반면, 한국에서는 중심에 선 사람과 그 배경을 꼭 번갈아가며 봐야만 하지요. 배경에 따라 중심에 선 사람의 행복 척도도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죠.
이런 문화적 배경으로 유럽에서는 전통적 가족 가치관이 지금 망가지고, 새로운 가족관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가 결혼이 아닌 동거를 원하고, 결혼한 사람의 이혼은 나날이 늘고요, 또, 가족은 남자-여자만이 이루는 것이 아니라, 여성-여성, 남자-남자도 이루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게이 커플은 다른 나라(미국이나 인도)에 원정 임신을 가기도 하고요(여성의 배를 빌려 아이를 갖는 방법), 레즈비언은 이런 위의 방법 등을 사용하여 아이를 갖습니다.
위의 남성들은 전통적 가톨릭 가족관에 반기를 든(?) 급진적 좌파 주의자라고도 볼 수 있고요, 아니면,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 만나는 사람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 영국인 친구는 매월 일정한 봉급을 받고 경제력이 보증되어 있어 이런 모험을 한 것이죠. 게다가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건강상 문제도 있고하니, 서둘렀던 것이기도 하답니다. 친구는 이런 경험담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았답니다. 검증되고 믿음 가는 웹페이지에서 만난 남자들이 아주 신사적이었다고 말하기까지 하더군요.
국경을 떠나 일단 저는 굳이 이런 방법을 써가며 만나야하는가, 하고 한참을 사색했답니다. 만남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하고, 특히 2세를 갖는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닌, 아이의 미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니 더더욱 그렇고요. 그런데도 이 친구의 조바심 이는 아이 갖기는 그 해, 한 번의 또 다른 만남으로 성공을 하긴 했지만 나이가 많아 그랬는지, 그만 8주만에 유산을 하고 말았다고 하네요. 참 안타까운 한 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다 요즘 들은 바로는 결국, 임신에 성공하여 어느덧 두 살된 예쁜 딸아이를 키운다고 합니다. @.@!
아무쪼록 오늘은 이런 쇼킹한(?) 서양 문화의 한 면을 보여드렸는데요, 어때요? 놀랍지 않으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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