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다

2시간 만에 한글 읽은 스페인 남편의 한국어 걱정

산들무지개 2017. 12. 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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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제목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은 두 시간 만에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 정말요? 하고 말씀하실 분이 있으나...... 원래 한글이 참 쉬운 글자인가 봐요. 제 스페인 친구들도 잘만 가르쳐주면 2시간 안에 읽더라고요.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도운 경우에 말입니다. 머릿속에 쏙쏙 잘 들어가게 설명해주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잘 가르쳐줘서 그럴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요? 

여기서 잠깐~! 제발 이런 소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산똘님이 산들무지개 님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한글도 금방 익힐까요!" 하고. 

이 소리는 음치에게 "노래를 진짜 열심히 하니, 가수가 될 거야~!"하고 비유하는 소리와 같습니다. ^^* 사랑을 떠나 조금의 관심만 있다면 한글은 정말 배우기 쉬운 글자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언어적 능력을 타고나지 않아 배우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요. 

제가 쓸데없이 이런 소릴 하는 게 아니라 제가 한글을 가르친 몇몇 스페인 친구들 상황을 보면 그렇답니다. 왜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한글이 쉽게 다가올까요? 

아무래도 한국어 발음이 스페인어 발음과 비슷하여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글자 그대로 읽는 스페인어는 영어와 프랑스가 이상하게 다가오는 언어입니다. 글자 그대로 읽지 않으니까요. 

예를 들면, 역을 뜻하는 단어가 영어로 Station, 스페인어로는 Estación, 프랑스어로는 영어와 똑같이 Station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발음은? 영어는 '스테이션', 스페인어로는 '에스타시온', 프랑스어로는 '스테숑'으로 읽습니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엘파벳 글자 그대로 읽지 않습니다. 발음이 변형되지요? 그런데 스페인어는 글자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자음, 모음의 조화가 글자 그대로 읽힐 수 있는 한국어를 쉽게 읽는 듯합니다. 물론, 한국어의 발음이 어려워 정확하게 못 하는 부분도 있고요.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 ㄲ, ㄸ, ㅃ, ㅆ, ㅉ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 ㅐ ㅒ ㅔ ㅖ/ ㅚ ㅟ ㅙ ㅞ 

위의 글자만 알아두면 된다고 하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저 자음과 모음을 가르쳐주고 읽게 하면 완전 신세계 발견한 듯 좋아합니다. 왜냐? 뜻은 모르지만, 읽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반면 중국어는 몇천 개를 외워야지만 알 수 있다고 하면 벌써 기겁합니다. 일본어는 쉽게 배울 수 있지만, 돌아서기만 하면 잊어버리는 희한한 마법을 부리고요. 

자긍심을 단번에 심어줄 수 있는 한글!!! 

게다가 된소리 발음이 쉬운 스페인어를 한국인들이 잘 한다는 소리도 있지요? 그래서 한국인이 스페인어로 노래하는 걸 보면 정말 원어에 가깝게 발음하더라고요. ^^ 요즘 유행하는 노래,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천천히)"를 발음할 때 영어권 사람들은 '데스파시토'라고 읽어요. 반대로 한국인들은 원발음 비슷하게 '데스빠시또'라고 읽어요~! 하하하! 그러니 된 발음하는 한국인에게도 스페인어는 딱 발음 적성에 맞는 것이죠. 

하지만 문법적으로 전혀 다른 두 언어는 배우기 어렵기 마련이지요. 문법이 완전히 다르니까 거기에서 좌절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언어는 생활언어로,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욕으로 먼저 배우면 쉽다나요???  

이번에 우리 아이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웬걸~~~ 이렇게 빨리 기억하고 읽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글쎄 언어학적인 이해가 머릿속에 이미 들어가 있어서 그럴까요? 아이가 아주 쉽게 읽더라고요!!! 두 눈 휘둥그레졌습니다. 저는 어릴 때 한글 익히느라 무척 고통받은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그러자 남편이 안달났습니다. 

"큰일이다! 나보다 더 한국말 잘하면 안 되는데?!! 이미 날 능가한 딸이야. 우리 딸 따라가려면 꽤 고생해야겠어~!" 그렇게 아이들도 아빠보다 더 한국말 잘한다고 난리입니다. 

남편의 한국말 배우기 시도는 여러 번이었죠. 

그런데 역시나 발음이... 특히 한국 방문 중의 일화...

아니오하세오(안녕하세요). ------ 아니, 왜 아니오, 하란 말이야?

간사합니다(감사합니다) ------- 간사가 아니라 감사, 발음 다시 감사! 간사는 좋지 않아요...

마씨싸요(맛있어요), 자차요(잘 자요). 그런데 이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했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이런 남편이 아이들이 태어나자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배워갔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쓰던 남편의 한국말은 정말 아이들과 대화가 통할 정도였죠!!! 

난로 주위에 있는 아기들에게 하는  한국말: 안돼, 안돼, 아이, 뜨거, 뜨거...!

아기들이 지저분한 돌멩이를 주워먹고 있을 때: 에이, 안돼, 안돼... 지지, 지지....!

아기들에게 밥을 먹여줄 때: 밥먹자! 냠냠... 아이, 맛있어!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지저귀(기저귀 발음을 잘 못 하여...) 갈자... 공주님...!

아기들을 안아주며 사랑스러움을 느낄 때; 아빠,아빠, 아빠... 뽀뽀... 사랑해....

아기들이 벽에 머리를 부딪쳤을 때; 에이, 나빠 나빠...! 때찌! 때찌!(벽에 손바닥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큰 아이 속옷, 내의를 갈아입혀 줄 때: 빤쭈 입자! 난닝구도!

큰 아이에게 동물 책을 읽어줄 때; 이건 까마귀, 이건 부엉이(까마귀와 부엉이는 잘도 안다... 까악, 부우..라는 의성어로 된 한국말이므로......)!

아이들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을 때: 가자, 가자, 냠냠 먹자...

큰 아이에게 할머니집에 가자고 할 때; 할마니(할머니), 가자, 집...

쌍둥이 아기들에게 젖병을 준비하여; 우쥬, 우쥬(우유) 먹자...

아기들과 숨바꼭질할 때; 어따(없다), 까꿍! 

곰돌이 인형과 함께 숨바꼭질 할 때; 곤돌이(곰돌이) 어따(없다)!, 까꿍! 이이따(있다)!

아니, 이런 말을 어디서 배웠지? 아이들 엄마인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다니! 그렇습니다, 이런 말은 빨리도 배웁니다. 아기들이 그야말로 좋은 교재가 됐지요. 우리 여자들 넷이 한국말로 대화를 하면 남편도 어쩔 수 없이 한국말을 배워야할 때가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요즘은!!! 

아이들의 한국말 알아듣는 수준이 점점 높아지니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는 남편이 잘 알아들을 수 없다는 말.... ㅜㅜ 남편은 대략 난감한 표정으로 그럽니다. 

"대충 무슨 말인 줄 알겠는데, 정말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이야." 

그러네요. 이제 위기의식을 느끼는 남편이 2시간 안에 한글을 읽었지만, 앞으로는 2년은 더 넘게 공부해야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 조금씩 한국말을 배울 거라고 다짐은 하지만...... 걱정만 태산. ^^; 

"아빠는 아는 게 이 너메 체케밖에 몰라~"

이렇게 마무리하는 아이. 아빠, 정말 분발해야겠어요. 

이 너메 체케?!는 뭘까요? 이 놈의 새끼!라는..... ㅜ,ㅜ 고양이나 양 떼가 몰려와 집을 어수선하게 난장판 만들 때 쓰는 특별한(?) 말입니다. ^^; 

하지만 한국말 못 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지요. 뛰어난 공감 능력이 있다면, 손짓 발짓 어떤 대화도 소화가 가능하겠지요? ^^ 그래서 여태까지 한국 가도, 자매들과의 소통은 끝내주지요. 우리 언니랑 동생도 사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서로 만나면 소통이 잘 통해서 전 무지 좋더라고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위의 사진은 고기 자르기 힘들다고 하니 남편이 손수 잘라주는 모습.

얇게 잘 자른다고 칭찬해주니 좋아하는 산똘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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